제주

2025.7

by 마디


좋아하는 빛, 연과 함께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일 때문에 함께하지 못한 희승을 생각하면 한없이 아쉽지만, 함께할 다음을 위한 예습이었다고 생각하자.


첫날엔 제주에서 1년간 인턴 생활을 위해 살고 있는 현과 넷이 점심을 먹었다. 현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만났던 친구인데, 짝꿍이 되고, 몇몇 시간을 함께 하며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고등학교 3학년때부터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연의 오랜 친구였고, 그 인연으로 이번 만남까지 이어졌다. 선한 사람의 곁엔 선한 사람이 머문다. 현지인이 된 현이 소개해 준 빙수 맛집과 기념으로 찍은 네 컷 사진을 마무리로 현과 인사를 나누고, 예약해 둔 에어비앤비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면 펼쳐지는 아늑하고 깔끔한 공간과 복층으로 올라가면 이어지는 침실과 하늘을 다 가진듯한 풍경의 옥상까지, 모두 우리가 이박삼일 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숙소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거기서 사온 저녁거리를 먹고, 춤을 추고, 이야기를 나누고, 밤하늘의 쏟아질 듯한 별을 몸과 마음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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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는 정말 한없이 웃었다. 빛의 귀여운 재담과 어른스러운 연의 리더십과 배려, 그런 것들이 결국은 이 여행을 완벽하게 만들어 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이 집에서 희승, 빛, 연과 나, 우리가 딱 한 달만이라도 살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함께 돌아다니는 하루도 좋을 것이고, 각자가 원하는 하루를 보내고 난 뒤 집에 오면 그들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또한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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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예상치도 못한 기쁨을 온 사방에 품고 있었다. 비록 시들어가는 수국일지라도, 우리가 그냥 지나치지 못할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고, 활짝 핀 수국을 만날 기약을 하게 했다. 맑고 푸른 바닷물이 살에 닿을 때, 선명한 오름의 정경을 마주할 때, 풀벌레 소리만이 귀에 가득할 때, 까만 밤을 가득 메운 어선의 불빛들을 처음 봤을 때. 그 장면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살갗을 빨갛게 태우던 강한 제주의 태양빛을 조금이나마 더 생생하게 떠올리기 위해, 돌아온 도시에서 가장 가깝고 한적한 시골마을의 카페에 왔다. 이곳에서 자꾸만 돋아나는 제주의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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