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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Dec 07. 2023

나에겐 두 명의 아버지가 있다

개인적으로 부모가 누구인가라고 묻는다면 '낳아준 사람보다 키워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어떤 분들은 혈육으로 묶인 천륜이라고 해서 낳아준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인간은 혼자서는 절대로  생존할 수 없는 존재이므로, 그 생명을 유지하게 해 주고 성장하게 해 준 사람이 부모라고 믿는다. 아이를 낳아도 유기, 방치, 방관한다면 아이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장과 양육의 의미로 나에겐 두 명의 아버지가 있다. 첫 번째 아버지는 나에게 당신의 유전자를 나눠주시고 어릴 때부터 결혼하기 전까지 육신을 키워주신 아버지가 있다. 덕분에 나는 건강하게 컸다. 그리고 나에게 두 번째 아버지는 남편이다. 남편은 나의 육신의 성장을 도와주지는 않았지만 내가 정신적으로 인격적으로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다. 어떤 면에서 내가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이기도 하다.


육신의 아버지 아래에선 내가 하고 싶은 걸 한 번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는데, 결혼한 후 남편은 내가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응원해 주었다. 26살에 그림을 시작할 때도 36 살에 상담대학원을 진학할 때도 남편은 한 번도 안된다고 하지 않았다.


 그림을 배울 땐 " 예술가는  좋은 곳에서 영감을 받아야 한다."며  봄이면 꽃구명, 가을이면 단풍구경을 시켜주고, 여행을 갈 때마다 그 지역  미술 박물관에 나를 데리고 다녔다. 마치 지금의 부모들이 주말마다 아이들 위해서 체험학습시키듯 말이다. 상담대학원 다닐 땐 주말이면 혼자 공부하라며 아이들 모두 데리고 공원을 가거나 동물원을 다녔다. 덕분에 나는 조용히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고 나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


남편의 적극적인 응원과 협조와 헌신이 없었다면 소심하고 겁 많은 나는 한 발짝도 세상을 향해 내딛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절대로 나를 찾지도 나를 성장시키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남편은 나에겐 두 번째 부모나 다름이 없다. 그의 곁에서 많이 자라고 단단해졌다.


나는 남편과 나의 관계를 보면서 진짜 사랑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생겼다. 진짜 사랑은 상대를 성장시키고  더 건강해지고 더 단단해지는 것이었다. 부부처럼 가까운 사이는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다. 그래서 서로를 깎아내리기 시작하면 남보다 더한 원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를 아껴주고 보살펴준다면 나에게 가장 귀한 귀인이자 은인이 되기도 한다.  부부가 서로에게 은인이 되어 주는 사이가 가장 행복하고 건강한 사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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