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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Feb 28. 2024

지금 행복한 놈이 나중에도 행복하다.

나이가 중년을 넘어가면서 남아 있는 세월이 짧다 보니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인생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고 직업적 이유로도 엄마로서도 주변사람들과 나의 아이들에게 좋은 인생의 가이드를 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리고 찾은 나만의 정답은 바로 남편이다. 앞으로 그의 인생에 큰 사고나 질병만 없다면 그는 지금처럼 쭉 행복하게 살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요즘 남편을 보면서 늘 하는 말이 " 아무리 생각도 진정한 위너(Winner)는 당신인 것 같아"라는 말을 자주 한다. 어린 시절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도 없고 30-40년 전 그 시절 대부분의 가정이 그래듯 부모님으로부터 억압이나 차별을 받고 자라지도 않았다. 어린 시절 놀고 싶은 만큼 실컷 놀다가 기술 배워 사장되고 결혼 잘해서(?) 20년 넘도록 와이프에게 이쁨(?) 받고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아빠가 되었다. 당신 같은 인생을 본 적이 없다고 나는 말한다. 한마디로 어릴 때도 행복하더니 지금도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그런 사람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나는 실리콘 밸리에 살면서 정말 대단한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하버드, 스탠퍼드, 버클리 같은 명문대 석박사에 기업의 CEO, 요즘 다 알만한 유명 IT 회사들의 간부들도 만난다. 그렇게 세상적으로 엄청난 명예와 부를 가진 사람들의 삶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비슷했다.  아무리 부자이고 똑똑해도 하루에 세끼이상 먹지 않고, 육아나 부부관계로 마음고생을 하기도 하고 돈 때문에 쪼들리기도 한다. 그리곤 대부분 우리보다 덜 웃고 덜 행복해 보였다. 본의 아니게 실리콘 밸리에 살면서 오히려 성공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곳에 취직이 되고 기업을 이끌어 간다고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눈으로 직접 보고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다들 이러려고 그렇게 열심히 살았나 싶어서 억울해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 사람들을 보다가 어린 시절 골목대장, 장난꾸러기인 데다가 대학도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비빌언덕 하나 없는 홀몸으로 컴퓨터와는 아무 상관없는 직업으비싼 실리콘 밸리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남편이 오히려 나는 행복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가 밑바닥에서 사업을 일으키거나 부를 이루어서가 아니다. 그에겐  비바람을 막아줄 돌아갈 집이 있고, 자신의 일터가 있고, 따뜻한 식탁이 있고 깔깔거리고 웃을 있는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그건 그가 하루하루를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유쾌하게 살아온 덕분이라고 믿는다. 그의 짓궂은 장난기와 유머 그리고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는 그의 태도였던 것이다. 그에겐 그것이 삶의 습관이었고 기본값이었다.



남편이라고 살면서 힘든 일이 없었을 리 없다. 영어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고등학교 3학년으로 이민을 오는 바람에 그는 늦은 사춘기를 겪으며 지독한 적응기간을 거쳐야 했다. 그리고 밑천도 없고 능력도 없이 시작한 결혼생활은 가장으로서 그에게 큰 부담과 책임감이 되었다. 아이가 한 명 한 명 늘 때마다 기쁨과 동시에 스트레스도 늘었다. 그래서 하루종일 햇빛도 보지 못한 채 10시간이 넘게 일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시간을 지날 때도 남편의 긍정성은 변하지 않았다.


그것이 나는 참 신기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남편의 감정적 습관이었다. 운동이 습관이 된 사람이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더 찌뿌둥하고 힘든 것과 같이 그는 즐거움과 웃음이 삶의 습관이 된 것이다. 그래서 힘들고 불안하고 우울할 때도 있었지만 그는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장난치고 웃기는 사람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행복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그는 회복 탄력성이 무척 좋았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행복의 비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행복한 사람이 나중에도 행복할 것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행복할 일이 있어야 행복하지라는 말을 종종 한다. 그 말은 누가 봐도 대단한 좋은 일이 일어나야 행복감을 느낄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나는 남편과 함께 살면서 아이들과 매일 밥상 앞에서도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먹을 때도 깔깔거리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산책을 하고 드라이브를 갈 때도 감동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에게 무슨 특별한 일이 일어나야 감사하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뻔한 일상도 충분히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그가 가진 유머와 긍정성의 힘이었다.  그렇게 매일매일을 살아간다면 우리의 미래도 행복할 확률이 높은 것이었다.


그래서 한동안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어떻게 하면 남편과 같은 마음의 태도와 긍정성을 가지고 살아가게 할 것인가를 고심했었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들이 매일이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었다. 남편처럼 행복과 편안함과 감사함이 그들의 감정의 기본값, 즉 마음의 습관이 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혹 살면서 넘어지고 어려운 일이 닥치더라고 다시 자신의 기본값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주고 싶었다. 이것이 돈이나 재물보다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자 유산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려면 지금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함께 웃고 즐거워하는 시간을 많이 보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덕분에 아이들을 위해 요즘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감사하기로 남편과 결심했다.


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이 쾌락을 좇고  사랑하는 사람이나 아이들을 한계 없이 무한정 원하는 데로 대버려 둔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복적으로 지루한 일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꾸는 것이고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대하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거지 같고 암담해 보여도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그 자리에서도 웃을 수 있는 일, 감사할 수 있는 조건을 찾는 태도를 가지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제가 정말 웃을 수 있고 행복할 일 올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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