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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Apr 12. 2024

나를 칭찬해

22살  겁쟁이였던 내가 믿음하나만 가지고 유학을 준비했던 그 용기를 칭찬해.

영어를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지만 정작 미국에선 하나도 쓸모없었던 공부였지. 그래도 미국으로 온 것만으로도 나는 우물밖 개구리가 될 수 있었어. 세상에 이렇게 많은 기회와 다양한 삶이 있다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내 삶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었어. 


25살 남들은 모두 다 의아해하던 남편과의 결혼을 결심한 나를 칭찬해.

다른 사람들은 배우자의 집안과 스펙을 보던 시절에 나는 남편의 책임감과 성실함을 보았지. 한마디로 저평가 우량주였던 남편은 이제 내 인생의 대박주가 되었어.


26살 3개월 된 첫아이를 데리고 미술공부에 도전한 나를 칭찬해.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미래가 보장되지도 않는 미술을 용감하게 시작한 덕분에 나는 나를 찾을 수 있었어. 나는 태생이 만드는 사람, 그리는 사람, 창작하는 사람이었던 거야. 그때 미술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나는 내가 누 군인지도 모른 채 무척 방황하며 살았을 것 같아.  물고기가 수영선수가 되기 위해 수영을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림을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한 나를 모르고 살았다면 어쩔 뻔했어.


27살 책에서 부부관계를 새롭게 배우고 실천한 나를 칭찬해

성실하고 착한 남편이었지만 부부생활은 참 어렵고 힘들었어. 특별히 좋은 모델링이 없었던 나에겐 더욱더 어렵고 힘들었어. 나는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관계는 점점 꼬이는 듯한 느낌이 들 때,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물어보지 않고 에라 모르겠다 포기하지 않고 책을 통해서 부부관계, 인간관계를 새롭게 공부하고 배운 것을 매일 실천한 내가 너무 기특해. 덕분에 지금 남편은 내 인생 최고의 친구이자, 응원자이자 동반자가 되었어. 그때 배우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남편과 어떻고 있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해.


29살 시간관리의 지혜를 배운 것을 칭찬해

아이들 키우며 살림하고 공부하고 어느 것 하나도 야무지게 하지 못하던 날들이야. 나 자신에게 가장 실망하던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지. 그때 오히려 과감히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포기해야 함을 배웠어. 비록 여전히 우리 집은 어수선하고 나는 완벽한 엄마는 되지 못하지만 내가 원하는 삶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게 되었지.


32살 집밥을 포기하지 않은 것을 칭찬해

아이 키우고 공부하고 너무 정신없는 삶이었지만, 먹는 것이 삶의 큰 즐거움인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다른 것 못해줘도 집밥은 포기하지 않았어.  7인분 같은 5인분을 차리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그 덕분에 우리 집 식사시간은 늘 즐거운 편이고 아이들이 엄마는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사람이라는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지. 집밥 덕분에 미국에 살아도 아이들은 한국아이들보다 훨씬 더 한국적인 건강한 입맛을 가지게 되었어.


36살 심리상담대학원으로 진학한 나를 칭찬해

호기롭게 상처받은 영혼을 돕겠다고 했지만 대학원 공부를 통해서 오히려 내 안의 치유되지 않았던 나의 상처를 발견하고 치유하는 기회가 되었어. 아이 셋 데리고 되지도 않는 영어로 대학원을 마치는 것은 마치 매일매일 장애물 경기를 하는 듯 힘들고 버거웠지만 나에게도 우리 가족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참 도움이 되는 공부였지. 지금은 내가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건 오직 들을 귀와 말할 수 있는 입만 있으면 되는 상담사라는 직업에 너무 만족하고 있어.


40살 대학원을 포기하지 않은 나를 칭찬해

늦깎이 나이에 아이 셋을 데리고 영어도 완벽하지 않은 내가 미국에서 상담대학원수업을 듣는 것은 정말 고역 중에 고역이었지. 누구도 나에게 공부를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기에 하루에도 열두 번 때려치우고 싶다는 맘이 들기도 했어. '왜 나는 사서 이 고생을 할까? 그냥 관두고 애들이나 키우며 살아도 되잖아' 이런 마음이 매일매일 들던 시기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졸업발표도 논문도 마친 나를 너무 칭찬해. 그 시간 덕분에 영어실력도 쑥쑥 늘었고 나를 진 빠지게 했던 논문 덕분에 나는 글 쓰는 법을 배웠거든.  그 혹독한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고 책을 출판할 기회도 없었겠지. 그전엔 미국에 살아도 영어 때문에 늘 위축되고 쪼그라들던 나는 이제야 미국에서 당당하게 살 수 있게 되었지.


42살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나를 칭찬해

코로나가 터지고 상담도 세미나도 모두 막힌 상태에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지. 인스타와 유튜브가 한창 주가를 치고 올라가던 때라 블로그는 죽었다는 말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어. 그때 나를 위해서 글을 꾸준히 쓰기 시작하고 2년 만에 책도 출간하게 되었어.



이 모든 선택가운데 내 삶을 편하게 하고  쉽게 해주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모든 선택은 오랜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나를 성장시키고 궁긍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결과를 만들어 주었다. 쉽고 편한 방법이 우리에게 득이 되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어떤 선택을 결정할 때 과정은 조금은 힘들고 괴로울지라도 궁극적으로는  나에게 좋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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