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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therapist May 17. 2024

마음이 복잡할 땐, 셀프토크!

심리상담기법 중에 셀프토크(self-talk)이라는 게 있다. 자기와의 대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마음이 힘들고 괴로울 땐 이 셀프톡기법의 효과를 톡톡히 본다. 하지만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혼자서 비난하고 자책하고 우울해하고 화를 내다가 남편에게 한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린다. '왜 너는 다른 사람들은 응원하고 지지해 주면서 너의 상황을 그렇게 나쁜 쪽으로만 보냐?" "내가 보기엔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야.. 어쩌고 저쩌고.."  그러면 정신이 좀 돌아오기도 한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닥친 불행, 실패나 어려움에 있을 때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건네는 사람은 드물다. 보통 자신의 비난하고 자책하고 비하한다. 그렇게 마음을 더 힘들게 하고 괴롭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긍정적인 셀프토크를 하려고 연습하고 훈련이 필요하다.


얼마 전에 아들이 학교에서 사고를 쳤다. 아니 사고를 당했다. 일종의 사이버폭력의 피해자가 되었다. 그때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내가 심리상담가인데 왜 그런 걸 미리 예방하지 못했을까? 내가 뭔가 아들을 잘못 키운 것은 아닐까? 혹시 이 일로 아이의 학교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계속 주지는 않을까? 걱정과 자책이 꼬리의 꼬리를 물었다.


이럴 때 나는 혼자서 조용히 나와의 대화를 했다. 셀프토크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처한 상황을 제삼자의 입장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상담가가 되어 제 삼자를 보듯이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고 제삼자인 것처럼 질문해야 한다.


"00이 겪은 일이 최악의 나쁜 일인 거야? -->" 아니 그렇지 않지, 아이가 다친 것도 아니고 아이가 가해자가 된 것도 아니니까. 가해자가 되었으면 더 힘들었을 것 같아. 상상하기도 싫어. 그리고 솔직히 세상에 더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그런데 왜 그렇게 속상해하고 걱정해?--> 내가 뭔가 00 이를 똑 부러지게 키우지 못해서 이런 일을 당한 게 아닌가 싶어서. 내가 좀 더 신경 썼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 것 같아서"

"정말 네가 00을 잘못 키웠다고 생각해?---> 아니 나는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 그런데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일어났으니까"

"00 이에게  일어날 모든 나쁜 일을 네가 막아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지.. 부모가 다 못 막아주지. 어떤 부모라도 다 막아주지는 못하지."

"그럼 네 잘못이 아니잖아. 이건 어쩔 수 없는 사고 같은 거지. 근데 뭐가 걱정이야?--> 혹시 이 문제로 앞으로 00에게 다른 피해가 갈까 봐도 걱정돼"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있는 거 알지? 일어나지 않도록 네가 최선을 다하면 되잖아. 그리고 이미  아이와도 잘 이야기하고 학교와도 이야기가 잘 끝났잖아. 엄마로서 지금 00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걸 해줘야지. 그게 뭐라고 생각해?---> 이런 어려움이 와도 의지할 부모가 있다는 것과 잘 이겨낼 수 있다는 힘을 키워주는 거지."

"그래 00 이가 이런 문제를 겪어도 얼마든지 잘 이겨낼 수 있다는 걸 경험하게 해주는 게 더 좋은 부모잖아. 너도 맨날 다른 부모에게 그렇게 말하고 다니면서 정작 너는 그렇게 못하는 거지. 그럼 네가 지금 00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뭐야?--> 지금처럼  든든한 기둥이 되어주고 더 많이 사랑해 주는 거지'

"그래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이렇게 대화의 결론을 내리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셀프토크는 '무조건 잘될 거야. 무조건 괜찮아질 거야!'라고 주문처럼 외우는 말이 아니다. 어쩌면 가장 현실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도록 도와준다.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에만 너무 깊게 몰입하다 보면 객관적인 사고가 멈춰버리기도 한다. 그때 잠시 나의 상황을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대화하는 것이 셀프토크의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그리고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한발 물러서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 안에서 희망도 해결방법도 보일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문제가 최악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도 마음은 한결 편해진다. 그리고 차근차근 닥친 문제들을 다룰 수 있게 해 준다. 그래서 셀프토크는 내 안에 개인 상담가를 데리고 사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지혜와 힘도 가지게 한다. 삶이 막막하고 답답할 때 그 누구도 아닌 자신과 대화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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