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정미 Jul 08. 2024

육아가 힘든 이유...

나는 육아가 힘든 이유를 말하라고 한다면 지금 당장 백가지라도 말할 수 있다. 그것도 나이별로 발달 단계 별로 말이다. 일단 아이들이 어리면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다. 잠도 못 자고 화장실 갈 개인시간도 없다. 육체적으로 너무 지치고  이 넓고 넓은 우주에서 나는 고작 아이를  키우려고 태어난 건가 싶은 존재적 서글픔 마저 든다. 그러나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확실히 육체적으로는 덜 힘들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면 자랄수록 정신적 고통이 따라온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 나와 배우자의 단점만 빼다 닮은  것 같은 아이,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고 하라는 건 죽어도 하지 않는 아이 때문에 마음이 너무 힘들다. 그땐 정말 다시 뱃속으로 집어넣고 싶다.


하지만 심리 치료사로서 육아를 20여 년째하고 있는 엄마로서 부모가 되는 것이 가장 힘든 이유는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을 만들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원하는 대부분의 바람은 사실 좋은 습관이 있어야 가능하다. 양치하는 습관, 정리 정돈하는 습관, 공부하는 습관, 편식하지 않고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 타인들과 건강하게 소통하며 사는 것 까지도 사실 모든 것이 무의식적으로 습관화해야 가능하다. 그래서 이 과정이 절대로 간단하고 쉽지 않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일은 힘들다.


 왜냐하면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편한 것을 좋아하고 쉬운 길을 택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쁜 습관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바로 습득하지만 좋은 습관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아이들은 그냥 존재자체가 본능적이다. 그래서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은 미성숙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좋은 습관을 화내지 않고  야단치지 않고 어떻게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에 스며들 수 있게 하는 가가 부모교육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부모는 힘들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본인이 아이가 가졌으면 하는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가르칠 방법이 없다. (물론 가끔 운 좋은 부모들은 아이들 스스로 학교, 선생님, 책으로부터 깨우치기도 한다. 그러나 흔하지 않다.) 부모 스스로 욕을 하면서 아이에게 욕을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없고, 부모는 집에서 스마트 폰과 게임이 빠져 살면서 아이에게는 게임하지 말고 공부하라고 할 수가 없다. 부모는 책과 담쌓고 살면서 아이에게 아무리 책을 쥐어줘 봐야 무용지물이다.

 

아이에게 정리정돈을 가르치고 싶으면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열 번이고 백번이고 습관이 될 때까지 가르치고 보여주어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고 자신의 숙제를 마치기를 원한다면 부모 또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아이와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잘 소통하길 원한다면 부모가 먼저 건강한 소통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가르쳐줘야 한다. 이 과정을 일관적으로 지속적으로 가르쳐야 아이들이 배운다.


요즘 육아는 장비빨이고 아이들 사교육비에 몇억이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한다. 그만큼 부모의 재력이 필수인 것처럼 강조하지만 아이들은 절대로 이런 것으로 건강하게 자라지 않는다. 아이들은 절대로 육아템이나 장비빨 혹은 좋은 학원선생님에게서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과 행동을 보고 자란다. 아이는 그냥 부모를 보고 자란다. 따라서 부모는 자신의 자녀들이 커가길 바라는 그 모습을 어렴풋이라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부모 스스로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아이가 행복한 사람으로 크길 바란다면 먼저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 아이가 어디서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말할 수 있는 자존감 높은 어른이 되길 바란다면 먼저 자존감 높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 아이가 어디서나 사랑받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면 부모가 먼저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공부 잘하는 부모에게서 공부 잘하는 아이가 나오고 선한 부모 밑에서 선한 자녀들이 자란다. 일부러 가르쳐주지 않아도 부모의 습관화된 말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육아는 오히려 쉬워지기도 한다. 모르는 것을 억지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그냥 보여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육아문제는 사실 아이의 문제가 아닐 때가 많다. 대부분은 부모의 문제이고 부모가 변해야 하는 것이 많다. 부모의 나쁜 말습관, 행동습관을 먼저 고쳐야 한다. 그래서 육아는 너무 어렵고 힘들지만 그 덕분에 부모는 이전보다는 훨씬 더 성숙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게 어쩌면 육아의 가장 큰 혜택인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 Something Great이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