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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미 Oct 08. 2024

마음에 담는 대신 종이에 쏟아내자

마음의 병 80-90% 이상이 자신의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풀어내지 못하고 마음에 쌓아두기 때문이다. 혹은 자신이 그런 것들을 마음에 쌓아두고 있는 지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빙빙 돌아 점점 커지기 시작하면 불안이 된다.

화나고 속상한 마음을 습관적으로 꾹꾹 눌러 담다가 우울증이 되거나 화병이 되기 일 수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첫 번째 믿을 만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속 깊은 이야기를 했다가 오히려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일쑤다. 더 나아가 누군가를 잘못 험담했다가 소문이 퍼지기도 한다. 그러면 오히려 더 큰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  혼자 고민하고 혼자 화내거나 슬퍼하다가 참아보려고 하는 것이다.


사람은 이렇게 마음에 담아둔 비밀이 많으면 많을수록 괴롭다. 그 비밀은 세월의 밥을 먹고 점점 커진다.  동화에 나오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소리칠 수 있는 대나무숲이 필요한 것처럼 사람에게 각자의 대나무 숲이 필요하다. 심리치료사는 환자들에게 가장 안전한 대나무숲이 되어준다. 하지만 이렇게 상담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나 혹은  낯선 상담사에게 자신의 이야기조차 털어놓지 못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것이 바로 글쓰기이다.


내 속에 있는 복잡한 생각과 감정들을 그냥 휘갈겨 쓰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일단 내 머릿속에 있던 것들이 다른 형태로  옮겨갔기에 머리는 훨씬 가벼워진다. 지금도 나는 머리가 복잡하고 생각이 많을 때 혹은 누군가가 너무 미워질 때 글을 쓴다. 그리고 글로 쓰다 보면 정리가 되는 느낌이 들고 기록이 되어 있어서 다시 들어야 볼 수 있는 기회도 준다.


걱정이나 미래의  계획들로 마음이 복잡할 땐 지금 고민하는 것들, 내가 바라는 것들, 내 감정등을 두서없이 써본다. 그리고 쓰다 보면 지금 내가 현실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이 보인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인정하고 지금 내가 변화를 주고 실천해야 하는 것을 적어본다. 그 후에 그런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인지 또 나누어본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막막하고 모호했던 것들이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엔 손에 잡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거대한 것들이 오늘 내가 손에  잡을 수 있을만한 작은 실천이 보이게 된다. 그러면 어느새 걱정이나 불안도 사그라 들었다.


글쓰기는 미래의 계획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어려움에도 도움이 된다. 며칠 전 나와 교회를 무척 힘들게 한 성도를 작정하고 돌려 까기를 하고자 브런치에 글을 썼다. 그녀가 얼마나 천사의 탈을 쓴 이리인지.. 나는 그녀에게 망상장애와 성격장애를 진단하며 열심히 글을 썼다. 그런데 컴퓨터의 에러로 나의 글은 저장되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보통은 다시 글을 기억 내려고 써보려고 했는데  그녀를 위해 그런 공을 다시 들이고 싶지 않았다. 누가 보든지 보지 않든지 이미 내 마음속에 울분을 한번 쏟아낸  것만으로 나는 가슴속에 답답함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그녀는 내 생각 속에서 잊혔다. 그냥 나 혼자 쓰고 사라져 버린 글이었지만 내 마음을  쏟아낸 것만으로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답답하고 힘든 마음을 마음속에 가슴속에 쌓아두고 사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발설하거나 표현하는 것도 건강하지는 않다. 믿을 수 있는 안전한 사람에게 표현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  하지만 누군가를 붙잡고 하소연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세상에서 가장 무해하고 안전한 종이에 쏟아내 보자. 그들은 언제든지 얼마든지 우리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http://aladin.kr/p/mqk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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