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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정미 Nov 07. 2024

그냥, 너니까 사랑해

두 번째 책을 내고 누군가가 내게 물었다. 


"벌써 두 번째인데.. 이렇게 책을 쓰는 엄마를 아이들이 엄청 자랑스러워하겠어요?  아이들도 좋아하죠?"

"아. 네 애들은 좋아하긴 하죠. 근데 애들은 엄마라고 하면 요리 잘하는 엄마,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뚝딱 만들어 내는 엄마로 저를 더 기억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항상 물어보면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의 좋은 점을 돈 잘 버는 아빠, 좋은 장난감을 사주는 아빠 혹은 대학원을 나온 엄마 혹은 작가나 화가인 엄마라서 좋다고 말한 적이 거의 없다. 아이들은  재미있는 아빠, 자기랑 잘 놀아주는 아빠,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만들어주는 엄마, 자기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엄마라 좋다고 했다.  그 어디에도 내가 심리치료사가 되어서, 책을 내고 신문에 실리는 것으로 나를 좋다고 하는 아이는 없었다. 아이들은 그냥 자신과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삶을 함께 나누는 나라는 존재를 자체를 좋아해 주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에게 삶의 큰 원동력과 힘이 된다. 이런 이유로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고 사랑해 주는 안전한 사람이 있는 것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회복탄력성, 즉 고난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나는 능력이 달라질 수밖에었다. 때로는 실패하고 넘어져도 나를 비난하거나 손가락질하지 않고 내 존재로 기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은 다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와 경쟁이 치열한 세상 가운데서 우린 자주 넘어지고 좌절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기회가 없을 때가 많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나보다 더 뛰어나고 잘 나가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세상의 변회는 점점 빨라지고 더 잘 뛰고 잘 나가는 사람들은 여기저기에 널려있다. 이런 세상에서 나의 능력이나 실력으로만 인정을 받아야 한다면 쉬지도 못하고 계속 전속력으로 달려야만 한다. 그렇게 목적도 목표도 없이 달리기만 하다보면 에너지는 고갈되고 급기야 무너지는 것이다. 


나의 실력이나 능력과 상관없이 나의 존재를 존중해 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우린 실패나 좌절에 함몰되지 않을 수 있다. 내 실력이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고, 바라고 소망하는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고, 계획한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때 


"그래도 괜찮아. 나는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걸"

"실패했다고 가족들은 아무도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아"

"그들은 내가 잘 나갈 때만 좋아해 주는 게 아니야. "

"나의 실패로 엄마의 자리/아내의 자리가 달라지지는 않아. 내 일상은 달라지지 않아"


이런 믿음과 생각이 스스로 좌절과 우울에서 다시 힘을 낼 수 있고 비교나 경쟁으로 마음이 위축될 때 다시 한번 가슴을 펴게 해 준다. 이것이 관계의 힘이고 일상의 힘인 것이다. 


따라서 존재로서 나를 인정해 주고 수용해 주는 사람이 가까이 있다면 그건 엄청난 축복이다. 그 사람들은 더욱더 소중히 대해야 한다. 만약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다면 그런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처음엔 어색하고 힘들 수 있겠지만 언젠가 그들이 나를 좌절과 실패해서 구원해 줄 구원자가 될 수 도 있다. 그 시작은 어쩌면 내가 먼저 그들을 존재로서 인정하고 수용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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