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선생 Nov 19. 2022

草선생

- 딸과 아들이라는 것들


이놈의 잡것들이 때때로 고통과 기쁨을 번갈아 주곤 하는데 아직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객관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

두 놈이 아직은 "최고 난공불락인 원쑤"의 단계까지 이르지는 않았으나 현재는 수”로서 등극한 상태 – 자식, 웬수, 웬쑤, 원수, 원쑤 의 다섯 단계를 거친다고 초 선생은 나름 설정을 하고 있다


우선 딸년이다

인테리어에서 건축으로 전공을 바꾸어 대학원까지 약 8년의 세월을 비벼대다기 그나마 다행으로 취업을 하더니 2년이 안되어 "도시계획"에 대한 심오함이 필요하다고 눈웃음을 치면서 또 다른 대학원에 원서를 넣을 계획이란다


물론 학비와 생활비는 스스로 해결할 것이지만 타인과 사랑으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관례, 즉 결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너무도 보수적이라 아직 모태솔로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떨어져 살아온 세월이 십 년이 다되어가니 알 수 없는 일, 단 한 번도 남자라는 털끝이라도 부모에게 존재 자체를 발설한 적이 없다. 물론 동성애 같지는 않으나 알 수 없는 일!


다만

별 무리 없이 자신을 길을 찾아서 가는 것에 만족할 뿐 더 이상의 기대는 금물이다.


다음은 아들놈의 잡것

아들이라고 칭하는 것은 불가하며 반드시 잡것붙어야 한다. 단계로 보건대 웬쑤로의 진입 3단계가 된 지 오래되었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원수로 등극하지 않을까 초긴장 상태다.


그놈과의 대화는 당초 불가하며 육신의 힘으로도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초 선생이 하수인바 그저 공손하고 일방통행의 선언을 들을 수밖에 없다

고교 퇴학을 간신히 구제하고, 수능을 치렀으나 전국 어디에도 절대적으로 불가능, 해병대 입대, 삼수만에 동물을 좋아한다고 관련과에 들어가더니 더 이상 배움에 취미를 붙일 수 없다 하여 자퇴하려는 것을 휴학으로 변경하고 전공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이후 공부는 중단한 채로 현재 노래방 알바로 날밤을 까면서 경제적으로 절대적 자립을 포기한 채 집과의 독립을 선언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지향한다.


도대체 왜 생활비부터 여자 친구와의 여행비까지 자신의 부모라는 제삼자에게 극히 당연한 받아가는 심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얼마나 당당한지 기절할 지경이나 누나와 9년이나 차이가 나고, 막내라는 특권을 누린 지 오래라 도무지 잔소리가 씨도 안 먹히는 기막힌 일을 벌이고 있는 웬쑤로 등극하여 자랑스레 살아가면서 여러 여자 친구와 상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원수와 웬쑤에게 단 한 톨의 금전적 보상을 기대하지 않은지 오래, 아니 이제는 더 이상 흰손(백수)을 내밀지 않기만을 간절하게 바라는 중이나 원하는 방향으로 진척될지는 예측불가다.


草선생과 평양댁은 그저 무탈하기만을 기대하면서 딸과 아들의 문자, 전화, 다정한 목소리라도 들었으면 하고 지극히 간절하고 공손하게 바라고 있으나 답변이라고는 “ㅇ” 또는 기분이 삼삼하면 “ㅇㅇㅇ” 이라는 자음 정도


무응답이 일상화된 처지에서 유교적 습성에 뿌리가 박히도록 잔소리를 멈추지 않으셨던 부모님 즉 그놈들의 조부모님을 생각하면 그저 몽롱하고 아득 해질 따름이다.


물론 두 분이 생전에 계시더라도 별 뾰족한 수야 있었겠냐마는 라면서 일찍이 두 손 두발을 만세 부른 지 벌써 상당기간을 보내고 있다

손주들에게 어찌 당해 낼 수가 있겠는가… 손주들을 감당하는 할배, 할망을 본 적이 는가?


여하튼 그놈들은 멋대로 잘 먹고 잘 살아간다. 혹여나 운과 관계없이 결혼이라는 제도에 덜커덕 족쇄가 차이는 순간 그놈들도 웬수 같은 자기 자식들에게 지극한 부모로 등극할 수밖에 없겠으니 그때가 오기만을 간절하게 바랄뿐이디


성현 맹자 어머니께서 맹모삼천지교라는 지극정성의 교육으로 지금도 천하를 울리고 있으나 맹자님의 孝가 하늘을 뚫었다는 전설은 들은 바 없으니 그분이나 초 선생이나 피장파장이다

일단 사고만 치지 마세요라는 마음으로 그놈, 원수 같은 놈들에게 부탁할 수밖에...


 저 멀리 지나는 구름 아래 산 능선을 바라보면서 모든 것은 자연의 섭리대로 흘러가는 거라고 그저 자족하면서 씁쓸하게 웃는다.


사실 草짜야말로 두분 부모님께

세상 잡놈인 것을 지금에사

깨닫고 있으니 얼마나 어리석고

바보같은 놈이랴


불현듯 엄마가 보고 싶다.

왜 일까?

작가의 이전글 草선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