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극한 순종
오래 묵은 순종 하나를 들어 올린다
마치 굳어버린 상처 같은,
그러나 이제는 가져다 놓을 수 있을 만큼 가벼운 조각
망각이 아니라 만남의 바깥쪽에 놓아둔다
말없이 따라야 한다고 믿어 온 이름없는 힘
그러나 오늘, 깊은 곳에서 작은 부름이 들린다
어느 자리에서 한 줄기 숨이 말한다
그만, 이제 그만 돌아와도 된다고
순종이라 부르던 길은
어둠 쪽으로 걸어가던 습관이었다
얼굴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그 벽 뒤에 숨었을 뿐이다
벗어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등을 돌리는 일이 아니라
눈을 바라볼 준비를 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 조용한 움직임 속에서
비로소 말한다
ㅡ 이제 그대를 향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