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버티면 2년차는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 같다. 극초반만큼 실수가 많지도 않고, 환경 자체가 익숙해지기도 하고 지겨운 부분도 물론 생기지만 2022년은 나에게 쏜살같이 지나갔다. 이제 만 2년을 채우는 12월을 바라보며 느낀 점들. 특히 나처럼 취업을 다같이 하는 분위기가 아닌 예술계열 취준생에게 닿았으면 하는 글이다.
1. 대학생 때 무조건 직무관련 경험
나같은 집순이, 내향형, 혼자 있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당부하는 부분이자 내가 대학생 때 누군가 끌어줬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부분. 신입이 처음 무언가를 배울 여유 시간을 주지 않는 사회가 완전히 도래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치 어린시절 수학 선행학습같이 꼭 해야되는 건 아니지만 모두가 하고 있는 초등학생의 중학교 수학 선행학습같은 것이다.
대학생 신분을 벗어나면 대학생만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넘쳐나보이고, 대학생 신분일 때는 학생이란 신분 때문에 못하는 활동이 너무 많아 보인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대학생'에게 주는 기회가 많으니 무조건 방학/휴학 시즌에 직무 관련 인턴 경험, 실제로 일해본 경험, 창업 경험 등을 쌓아야 한다.
(진짜 하면 좋다가 아니라 MUST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예고 입시생을 가르칠 때도 예고는 사실 MUST가 아니고 지망하는 대학으로의 로드맵이 웬만큼 있어야 한다고 했었는데, 그걸 나에게는 왜 적용시키지 못했을까 후회가 된다.
역시 남의 실수, 남의 인생은 잘도 보이면서 내 앞에 놓여진 한치 앞은 못 보는 게 야속하고 멍청하다.
2. 첫 회사는 중요하다 (너무)
나의 경우 앞에 1번 항목이 충족되지 않아 나를 받아주었던 첫 회사에 무조건 입사를 결정했다. 일단 경력이라도 만들고 보자는 마인드였는데 물론 이 결정이 준 장점들도 있긴하다. 정말 빠른 시간 안에 많은 경험을 쌓았고 실전으로, 피부로 배운 것들이 많았고 그만큼 날 것의 상태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 취준은 존버라고 생각한다. 아무생각없이 계속 똑같이 하면서 존버하면 당연히 망하겠지만, 끊임없이 성장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면서 존버하면 언젠가는 지망하는 회사(혹은 흔히 말하는 좋은 회사..)를 갈 수 있는 게 취업시장이다.
내가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나갈거면 빨리 나가는 게 좋다, 장업계는 개미지옥이다, 한번 들어오면 장업계 안에서 빙빙 돈다였는데 어떻게 보면 모두 맞는 말이긴 하다. 보통의 기준을 넘는 노력이나 능력이 있다면 물론 뒤집을 수 있는 명제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첫 회사, 첫 직무, 첫 업종은 정말 중요하다. 특히 업종은..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당연히 회사를 다녀보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다만 이것도 업계 탑끼리는 이동이 비교적 쉬워보이니 내가 몸답고 있는 업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 업계에서 탑인 곳에 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내가 그러고 싶다)
+ 또한 나처럼 1번이 성립이 안되었다면 무작정 일을 시작해보는 것도 아무것도 안하는 것 보다야 훨씬 낫다.
3. 취업은 무조건 같이
이건 정말 진리임과 동시에 파워 내향형 혼자일 때 행복한 인간인 내가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취준은 무조건 같이해야 한다. 혼자서 이 모든 정보를 얻고 일정을 챙기고 연습을 하고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면 거의 ai에 가까운 성실인간이 아닐까.. 우선 방구석에서 컴퓨터 하나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아무래도 한정적이다. 사람이 하루에 습득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있고 사실 진정으로 좋은 기회들은 아름아름 알려지기도 한다. (마치 소문난 맛집은 따로 마케팅하고 알릴 필요가 없듯이..ㅠㅠ)
취준은 낯선사람과 마주하는 게 무섭더라도 무조건 면접 스터디, 취준 스터디로 함께하셔라.. 나는 토익 스터디도 안해본 사람으로서 아직도 이 과정이 어렵긴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라면, 또 21세기가 원하는 인재형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과정에서 같이 취업하는 사람들과는 가까이 지내는 것이 좋지만 자연스레 현재 사정이 다른 친구와는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두 개를 같이 매니징하는 것은 큰 욕심이라는 게 내 지론이다.
만약 지금 내가 알게 된 것들을 2020년의 나에게 알려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들인데 막상 혼자 모든 상황들을 직면하게 되면 그야말로 숲이 아니라 나무만 보게 되는 것 같다. 그 때의 나는 매일매일이 불안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요즘 말하는 노베이스의 고3같다. 시간은 흐르는데 해놓은 것은 없었던 내 상황이 정말 노베이스 그 자체였다. 첫 출근으로부터 1년 9개월이 지난 지금은 그런 불안감에서 벗어났다는 것 자체가 큰 안정감을 준다 (대신 면역력과 스트레스에 대한 과민반응은 최고조를 찍었지만)
한번도 일하면서 내 자신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는데, 간만에 연차를 쓰고 숨을 돌리며 지나간 날들을 뒤돌아보니 조금은 뿌듯한 마음이 든다.
후회되는 지점은 내 선택에 대한 후회라기 보다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같이 했다면 빠르게 알았을 부분들을 혼자 앓느라 놓쳤던 시간의 양에 대한 후회이다. 이상 내 25살의 1년처럼 시간을 버리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적어지길 바라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