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1마디

1. Miles Davis - Socerer

by jazzyhyun



Artist : Miles Davis


Title : Sorcerer




Record Date : May 16-24, 1967


*August 21, 1962 (track 7)


Release Date : October 23, 1967




Personnel : Miles Davis - tp, Wayne Shorter - t.s, Herbie Hancock - pf, Ron Carter - bs,


Tony Williams - dr


*track 7 : Bob Dorough - v, Miles Davis - tp, Wayne Shorter - t.s, Frank Rehak - trb,


Herbie Hancock - pf, Paul Chambers -bs, Jimmy Cobb - dr, Willie Bobo - bongos, Gil Evans - arr




Track listing (이 리스팅은 1998년 소니 뮤직에서 재발매된 앨범을 기준으로 한다)




1. Prince of Darkness


웨인 쇼터 특유의 작곡 스타일이 두드러지는 멜로디와 화성 진행이 스치듯 지나가고 나면 마일즈 데이비스의 즉흥연주가 곧바로 시작된다. 연주 내내 마일즈는 음과 음 사이의 공간을 매끄럽게 조절해서 쉽게 흥분에 이르지 않는 여유와 노련함을 보인다. 웨인 쇼터와 허비 행콕 역시 주어진 즉흥연주 순서에서 쉽게 끓어오르는 모습 대신, 얽힌 실타래를 푸는 듯한 차분함과 논리성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웨인 쇼터의 순서가 끝나고 허비 행콕의 순서가 돌아오기 전, 멤버들은 다시 한번 헤드를 연주하는데, 이러한 구성은 테마-솔로-테마의 연주 순서가 기본적이었던 기존의 관습을 벗어난 모습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곡의 시작부터 포문을 열어젖히는 론 카터와 토니 윌리엄스의 환상적인 리듬 어프로치다. 토니 윌리엄스의 드럼 연주는 2번째와 4번째 비트에 하이햇을 밟으며 고정된 라이드 심벌 연주를 해오던 비밥 시대와는 전혀 다르다. 단순한 반주가 아니라, 솔로이스트의 역량과 개념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여 상호조화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극단적인 인터플레이다. 론 카터 역시 워킹 베이스 연주를 거부한 채, 멜로디의 리듬에 따라 섹션을 맞추고, 마일즈 데이비스의 즉흥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3-Grouping에 가까운 폴리 리듬을 꽤나 긴 시간 동안 지속한다. 이러한 폴리 리듬 연주는 앨범을 통틀어 론 카터가 꾸준히 시도하는 접근방식이며, 그는 이러한 리듬에 멜로디를 떠올리게 하는 긴 음들을 사용함으로써, 독자적인 악기로서 베이스의 자리를 구축해 나간다.


뒤에 이어질 트랙들의 커멘트에도 같은 내용이 따라붙겠지만, 이 앨범이 포스트밥 뿐 아니라 프리 재즈와 아방가르드 재즈로서도 어느 정도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건, 분명 론 카터와 토니 윌리엄스의 전복적인 연주에 근거를 둔다고 할 수 있다.




2. Pee Wee


토니 윌리엄스가 지닌 작곡가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3/4 박자의 나른하고 편안한 리듬이 진행되는 가운데, 몸집을 급작스럽게 줄인 베이스와 드럼의 접근, 화성을 장악하는 허비 행콕의 적극적인 컴핑을 통해서 초반의 무드가 구성된다. 웨인 쇼터가 연주하는 멜로디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코드 진행 사이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활강하는 느낌을 잔뜩 뽐낸다. 즉흥 연주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는 천을 꿰매는 바늘처럼 날카롭지만 적절하게 코드들의 사이사이를 이어나간다. 즉흥 연주가 진행될수록 연주의 뒤쪽에서 조용히 리듬의 박동만을 제공하던 드럼과 베이스가 조금씩 앞쪽으로 위치를 옮겨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연주는 단순히 공간을 얼마나 많이 차지하느냐의 밀도 문제가 아니다. 솔로이스트와 적극적으로 교감하는 적극성의 문제이다.


허비 행콕은 자신만의 절대적인 공간감을 이용해 자신의 즉흥 연주를 일종의 '질감'이라 할 수 있는 것으로 가득 채운다. 오히려 쇼터의 연주에서 제공했던 컴핑 연주가 상대적으로 화려하게 들릴 정도이다. 이 곡의 즉흥연주에서 16분 음표나 셋잇단 음표의 리드미컬한 나열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그의 연주가 오히려 곡의 코드 진행이 가진 특유의 화성감을 더욱 진하게 느끼도록 돕는다.


엔딩은 마치 자욱했던 안개가 슬쩍 사라지듯이 어떠한 모난 구석이나 이음새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은근한 음량의 감소, 리듬의 정지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마일즈 데이비스가 연주에 참여하지 않은 본 곡은 그의 존재와 부재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다시 말하자면, 마일즈가 없어도 그가 평생을 통해 지키고 강조해왔던 공간감의 중요성이 멤버들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 그리고 이 멤버들이 마일즈 없이도 마일즈가 해 온 것들을 연주해낼 수 있다는 것, 이 두 가지 측면이 동시에 공존한다는 것이다.




3. Masqualero


인트로에서 허비는 8분 음표를 6개, 6개, 4개로 묶는 패턴 연주를 시도한다. 이 덕분에 친숙했던 4/4박자 곡이 갑작스레 낯설게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멜로디 연주가 시작되면 네 박자의 리듬을 정확히 느낄 수 있다. 이 곡은 앨범에 실린 곡들 중 유일하게 라이브 공연에서도 실연되었다. 여러 가지 라이브 공연 중 특정 실황에서는 본 앨범의 멤버가 아니라 칙 코리아, 데이브 홀랜드, 잭 디조넷의 리듬 세션도 볼 수 있다. 인트로 역시 허비의 패턴 연주가 아니라 조금 더 직관적이며 멜로디를 들려주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한 편곡으로 바뀌어 있다.


마일즈의 솔로에서는 활발한 리듬과 풍부한 음으로 반주를 담당하는 론 카터의 연주가 돋보이며, 그에 맞추어 끊임없이 무드를 생산해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심벌과 드럼 세트를 타격하는 토니 윌리엄스의 창조성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오히려 마일즈의 솔로 파트라기보다는 집단 즉흥연주처럼 들리는 부분마저 존재한다. 거기에 클라이맥스로 향해 가는 다이내믹을 살리는 허비의 수직적인 컴핑이 더해지고, 그 절정이 끝나면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웨인 쇼터의 솔로잉이 시작된다. 그의 솔로잉은 이 곡에서 특별히 더욱 자유로운 동시에 논리적인데, 본인이 쓴 곡의 화성 진행이 머리뿐만 아니라 몸속에 녹아 있기에 가능한 본능적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리듬 세션들끼리도 인터플레이의 절정을 이루는데, 쇼터의 솔로잉 중간 허비가 한동안 컴핑을 쉬다가 특정 부분에서 갑자기 잠을 깨듯 연주를 재개하는 센스는 가히 천부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허비만이 가능한 연주이며, 허비만이 가지고 있는 공간감이다.


이어지는 허비의 솔로잉은 즉흥연주라기보다는 마치 이미 쓰인 파트처럼 무결점의 논리로 마지막 테마와 연결되며, 그렇게 리스너는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홀려 있다가, 땅만 보고 걷다 벽에 부딪힌 사람처럼 곡의 마지막을 만나게 된다.




4. The Sorcerer


빠른 템포 속에서 미로를 걷는 듯한 테마 연주가 끝나고 나면 웨인 쇼터와 마일즈 데이비스의 8마디 트레이드 연주가 곧바로 시작된다. 트레이드 연주가 즉흥연주의 처음을 담당하는 것은 곡을 듣는 데 있어 매우 신선한 느낌을 가져다주는데, 단순히 8마디를 주고받는다기 보다는, 뮤지션들이 한데 묶여 집단적인 즉흥연주를 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쇼터는 짧은 길이의 프레이즈로 솔로잉을 시작하지만, 마일즈는 오히려 긴 프레이즈를 통해 전혀 다른 방향의 제안을 던지고, 쇼터는 거기에 반응해 자신의 관점을 바꾼다. 그러나 그의 프레이즈는 마일즈의 영감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상반된 멜로딕 커브를 이용해 대척점에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마일즈가 직관적이라면 쇼터는 포괄적이다.


몹시도 흥미로운 두 사람의 트레이드가 끝나면 어지러운 테마가 다시 반복되고, 허비의 솔로잉이 시작한다. 이러한 연주 구성의 측면이 본 앨범의 숨은 가치 중 하나라고 할 만하다. 비밥의 시대를 어느 정도 벗어난 시점에서도 상당수의 앨범들이 기존의 테마-즉흥연주-테마 구성을 따랐기 때문이다. 새로운 내용을 얘기하되, 기존의 화법으로 전달한다고나 할까. 반면, 본 앨범의 몇몇 곡에서 드러나는 구성적 참신함은 새로운 내용을 새로운 화법으로 이야기하는 것에 가깝다. 무엇이 좋다 나쁘다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연주뿐만 아니라 연주상에 있어서의 구성적 창조성은 이 환상적인 퀸텟 멤버들이 얼마나 작곡가로서 성숙해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아래에 허비 행콕의 피아노 즉흥연주와 론 카터의 워킹 베이스 악보 영상 링크를 싣는다. 피아노 컴핑과 베이스가 음량, 피치 등의 문제로 정확하지 않거나 쉼표 등으로 생략될 수 있음을 양해 부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2CEMkdoDJqc&list=PLASU4L9MrHUVD4ok5mI90NPJrHVCsULxt




5. Limbo


3박자 느낌의 인트로가 침착하고 조용히 시작된다. 허비 행콕과 론 카터가 리듬과 화성에 대한 감각을 공유하며 아름다우면서도 묘한 질감을 쌓던 중, 마일즈와 웨인이 상행과 하행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멜로디를 연주한다. 토니 윌리엄스는 박자와 리듬을 지킨다기보다는 테마 연주의 시작부터 이미 본인만의 길을 가기로 확실히 마음먹은 듯한 어프로치를 선보인다. 마일즈의 즉흥연주 순서에서 허비 행콕은 잠시 컴핑을 멈추어서 사운드 전반에 건조함을 불어넣는 동시에 화성적인 느낌을 제거한다. 마일즈는 유선형의 선율들을 쏟아내고 이어지는 웨인 쇼터의 즉흥 연주는 그보다 좀 더 굴곡이 크다.


쇼터의 즉흥 연주가 끝나고 나서야 허비 행콕의 피아노가 돌아온다. 음들끼리의 간격이 넓은 즉흥연주로 시작하는 허비 행콕의 연주는 듣는 이에게 쉽게 길을 알려주지 않는 듯하다. 이번에는 토니 윌리엄스가 연주의 밀도를 낮추며 빡빡했던 긴장감을 고요한 긴장감으로 낮추어 주고, 이 시도는 테마 연주가 반복되기 전까지 지속된다.




6. Vonetta


앨범에 실린 곡들 중 제일 느린 템포와 나른함을 지닌 곡이다. 대신 빈 공간을 채우는 멜로디의 힘이 강력하다. 쉽지만 효과적인 공식 중의 하나이다. 공간이 넓으면 멜로디가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 공식은 마일즈와 웨인 쇼터가 테마의 기묘하고 매혹적인 힘을 놓치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즉흥 연주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앨범이 실린 곡들 중 라이브로 실연되었다면 그 모습이 어떠했을지 제일 궁금한 곡이기도 하다. 넓은 공간, 뒤로 멀찍이 물러선 리듬 세션을 생각하면 그만큼 마일즈와 웨인 쇼터가 기량을 뽐낼 장소를 또 찾기도 어렵지 않을까.


Vonetta의 엔딩은 테마를 연이어서 두 번 반복하지 않고, 첫 번째 반복과 두 번째 반복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둠으로써 듣는 이가 주제를 복기하는 데 있어 집중력을 쏟을 수 있도록 돕는다. 연주 형식과 구성에 있어서의 이런 창의성은 앨범에 실린 곡들을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인데, 기존의 여타 연주들이 '무엇을 얘기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마일즈 데이비스 퀸텟은 '어떻게 얘기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진지한 고민을 했음을 증명하는 일 아닌가 한다.




7. Nothing Like You


마일즈는 싱어 밥 도로우의 데뷔 앨범 <Devil may care>에 수록된 찰리 파커의 'Yardbird suite'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컬럼비아 레코드에서 그에게 크리스마스 앨범 제작을 의뢰했을 때 밥 도로우를 작사와 싱어 역할로 참여시켰고, 그 와중에 따로 한 곡을 녹음했는데, 그것이 본 곡이다. 밥 도로우의 자작곡이며 앨범에 실린 다른 곡들과는 맥을 달리해서, 기존의 밥 연주 관습을 잘 들을 수가 있다.


리듬 세션도 론 카터와 토니 윌리엄스가 아니라 베이스에 폴 체임버스, 드럼에 지미 캅으로 이미 1950년대에 연주력에 있어 정점을 찍은 명 연주자들이며, 그 외에도 트럼본에 프랭크 리핵, 봉고에 윌리 보보, 편곡에는 무려 길 에반스가 참여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밥 도로우의 보컬은 큰 느낌을 주지 못했다. 나도 이 의견이 오로지 같이 참여한 이들의 이름값에 영향받은 편견이 아니길 바란다. 그가 비밥뿐만 아니라 쿨 재즈 보컬리스트로도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나긋나긋한 스타일의 싱잉이 납득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는 스윙하며 단어 하나하나를 꼭꼭 씹어 부르고 있다. 다만, 그의 자작곡이 충분한 고려를 통해 잘 빚어졌는가에 대해 확신할 수 없음이 아쉬운 것이다. 더군다나, 앞뒤로 전위적인 스타일의 명곡들이 기존의 연주 관습에서도 벗어나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극단적으로 다른 스타일의 본 곡을 배치한 트랙 순서도 다소 의문이 남는 선택이다.




8. Masqualero (Alternate Take)


재발매된 앨범에 실린 Alternate Take 버전이다. 인트로에서 허비의 그룹핑 컴핑은 사라졌고, 멤버들의 연주는 조금 가벼워진 느낌이다. 토니 윌리엄스의 컴핑도 상대적으로 느슨한 듯 들리고, 리듬 세션들의 음악적인 표현 역시 접근 방법을 달리 한 듯 들린다. 같은 곡, 같은 연주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을 보면 Alternate Take가 앨범에 실리게 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9. Limbo (Alternate Version)


5번 트랙 Limbo의 Alternate Version. 이 녹음은 론 카터를 대신하여 버스터 윌리엄스가 베이스를 맡았다. 녹음의 시작 날짜로 표기된 5월 16일 전인 5월 9일에 뉴욕이 아닌 캘리포니아에서 녹음되었다. 3박의 강조가 두드러진다. 토니 윌리엄스가 테마 연주 내내 2박 3 연음을 하이햇으로 세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흥 연주에 들어가면 즉흥 연주자뿐만 아니라 리듬 세션 모두가 3박으로 곡을 진행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