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2마디

2. Thelonious Monk - Criss-Cross

by jazzy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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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 Thelonious Monk


Title : Criss-Cross




Record Date : November 6, 1962 - March 29, 1963


Release Date : 1963


Label : Columbia




Personnel :


Thelonious Monk : Piano


John Ore : Bass


Frankie Dunlop : Drum


Charlie Rouse : Tenor Saxophone




Track Listing




1.Hackensack


강한 충동감을 느끼게 하는 발구름 소리와 함께 몽크 특유의 직관적 멜로디가 출발한다. 반음 간격으로 변화하며 나타나는 코드 진행에 5도의 컴핑 보이싱이 혼재되어 있고, 일반적이지 않은 리듬 배치도 특이하다. B 파트에서 피아노가 강박적이면서도 심플한 멜로디를 맡다가 돌아오는 A'파트에서는 색소폰과 함께 유니즌으로 연주한다.


찰리 라우스는 몽크의 밴드에서 가장 오래 연주한 색소포니스트로 유명한데, 종종 사람들이 몽크에게 이렇게 물을 정도였다. '왜 찰리만 고용하느냐?'. 몽크의 성격상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기는 힘들었겠지만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찰리 라우스가 그의 곁에 오래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이유가 본 곡뿐만 아니라 이 앨범 전체를 통틀어 존재하고 있다. 당시 재즈 스탠더드의 일반적 어법을 따르지 않았던 몽크의 난해한 곡들 속에서 찰리 라우스는 원곡의 테마가 갖고 있는 강렬함과 보편적인 재즈 언어를 훌륭하게 섞어 즉흥으로 연주해 내고 있다.




2.Tea for Two


베이스가 'Tea for Two'의 verse 파트를 인트로로 연주할 때만 해도, 감상자는 일반적인 무드를 예상하고 있었을 테다. 많은 연주자들에 의해 수없이 변주된 'Tea for Two'라는 스탠더드가 가지는 전형적인 이미지. 평화롭고 따뜻한 스윙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이 앨범은 몽크의 작품이었다. 그는 자신이 애용하는 5th cycle을 이용해서 순하디 순한 II-V 가 주로 서식하던 원곡의 배경을 모두 뜯어내 버렸다. 멜로디는 남았지만 그 밑에는 조성을 찾기 힘든 완전 5도의 무한 순환만 남아서 생경한 느낌마저 준다. 이러한 리하모니제이션은 본 앨범의 다섯 번째 곡인 'Rhythm-A-Ning'에서도 등장하기 때문에 그 곡에서 조금 더 설명하도록 하겠다.


몽크가 시도한 방식은 원곡의 코드 진행을 완전히 잊게 만드는데, 그 빈자리에 대신 들어서는 것은 몽크의 강렬한 개성이다. 그는 자신의 즉흥연주를 통틀어 끊임없이 'Tea for Two'의 상징적인 멜로디를 강박적으로, 그러나 훌륭한 구성 속에서 소화해 내고 있다. 마치 오래된 건물의 뼈대는 남기고 속을 비워내듯이 깨끗하게 정리된 코드 진행안에 자신의 특징이라 할 만한 퍼커시브한 컴핑과 극단적인 모티브 솔로를 원곡 멜로디에 접붙여 재배치하는 것이다. 그의 즉흥연주를 듣고 있자면, 리듬 세션은 그대로 놓아두고 자신은 그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식의 솔로 피아노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아래에 그의 연주 채보 영상 링크를 첨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XTXmrYecI6c




3. Criss Cross


몽크의 곡을 처음 접할 때는 다수의 청자가 낯설다는 감정을 표현할 것이다. 이 낯섦은 온전히 듣기에 집중할 수 있는 감상자의 입장과 곡을 연주해야 하는 연주자의 입장에서 따로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감상자가 느끼는 낯섦은 보편적인 재즈 스탠더드에 비해 강박적이라고 할 정도로 모티브가 반복되는 테마와 즉흥연주, 이질감이 느껴지는 멜로디의 리듬 배치, 다소 딱딱함이 느껴지는 스윙 등에서 온다고 정리할 수 있겠는데, 물론 감상자가 이러한 분석을 이론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와는 별개의 사항이다. 반면 연주자가 느끼는 낯섦은 좀 다른 것이다. 멜로디의 낙차가 이렇게 이렇게 큰데(혹은 좁은데), 게다가 띄엄띄엄 있고(혹은 너무 많고), 코드가 이렇게 적은데(혹은 많은데), 어떻게 연주하지? 등의 난처함이라고 표현해야 더 알맞을지도 모르겠다. 난해함과 개성이 비례관계에 있다고 섣불리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몽크의 강렬함은 그의 곡과 연주에서 드러나는 낯섦에서 오기 마련이다. 다만, 그는 들을수록 사랑하게 되는 뮤지션임에 분명하다. 어색하고 낯선 기간이 지나면 허니문이 시작된다.


'Criss Cross'는 앞에서 언급한 몽크의 낯섦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곡 중에 하나다. 멜로디는 길이가 짧고, 낙차가 크며 반음 간격을 염두에 두고 움직인다. 코드는 적고 브릿지 파트는 3마디 구성으로 순환하며 홀수의 어색함을 더한다. 피아노와 색소폰은 유니즌으로 테마를 연주한다. 찰리 라우스의 즉흥연주에 와서야 비로소 무언가가 들리는 듯한 마법은 곡을 감싸는 신비적인 베일이 조금씩 벗겨지는 순간이다.




4. Eronel


일반적인 32마디 구성의 곡에 비밥의 모습이 군데군데 담겨있다. 테마를 피아노와 색소폰이 유니즌으로 연주하는 것, 모티브를 반복하는 것 등 몽크 특유의 개성은 여전하지만 다른 곡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쉽게 다가온다.


다른 연주자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몽크에게는 피아노가 색소폰과 함께 테마를 노래하는 일이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자신의 것을 결코 남에게 쉽게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 또는 내가 쓴 멜로디는 내가 제일 잘 연주할 수 있다는 고집으로 보이기도 한다. 결국 청자에게 어떻게 들리느냐가 제일 중요한데, 결과로만 보자면 그의 선택은 옳았다.




5. Rhythm-A-Ning


몽크는 본 앨범의 두 번째 곡이었던 'Tea for Two' 뿐만 아니라 리듬 체인지의 콘트라팩트인 'Rhythm-A-Ning'에서도 즉흥연주를 통해 5도 순환의 리하모니제이션을 선보였다. 사실 그는 여기서뿐만 아니라 이미 1958년도에 발매된 라이브 앨범 <Thelonious In Action>에 수록된 'Rhythm-A-Ning'에서도 5도 순환의 방식으로 즉흥연주의 대부분을 소화해 내는 기묘함(?) 내지는 독창성을 발휘한 바 있다. 이 완전 5도의 순환은 그가 애정 하며 애용한 리하모니제이션 방식인데, 몽크뿐만 아니라 마일즈 데이비스, 팻츠 나바로, 돈 바이어스 등 당대의 유명한 연주자들 역시 한 번쯤은 이 기법을 통해 연주를 펼쳐냈다.




6. Don't Blame Me


그의 전형적 스타일이라고 할 만한, 인트로에서의 스케일 러닝이 등장한 뒤 곧바로 쓸쓸한 분위기가 귓가를 가득 메운다. 몽크가 솔로 피아노를 칠 때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연주 기법 중 하나인 스트라이드 피아노, 중간중간을 메우는 스케일 러닝 등을 통해 테마가 펼쳐지고, 역시나 그 다운 테마 모티브 솔로가 시작된다. 왼손의 5도 보이싱 상, 하행도 발견할 수 있으며 크로매틱 스케일을 쪼개어 간격을 벌리거나 반음 간격을 이용한 즉석에서의 리하모니제이션도 들을 수 있다. 몽크의 또 다른 곡인 'Epistrophy'를 연상케 하는 짤막한 라인이 종종 등장하며 오른손에서의 트레몰로, 그의 흥얼거림도 깔려 있다. 역시 몽크라는 음악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의 솔로 피아노를 듣는 것이 제일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주의 높은 수준과 개성이 잘 드러난 녹음이다.




7. Think of One


다른 곡들에 비해 노래 부르기에 쉬울 것 같다 느껴지는 테마가 인상적이다. 그런 테마 속에 간간이 빠른 연타 후 동시적으로 울리는 단 2도가 등장하는데 마치 이 곡이 몽크의 것이라는 인장처럼 들린다. 그의 수많은 작품들 중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을 꼽으라면 'Think of One'은 반드시 들어갈 정도의 인기를 갖고 있다. 윈튼 마살리스, 다닐로 페레즈, 로버트 글래스퍼, 프레드 허쉬 등 최정상의 위치에 있는 재즈 뮤지션들에 의해 리메이크 되었고, 그 리메이크 역시 단순한 Sight-Reading에 그치지 않고 연주자들의 편곡에 의해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되었다. 몽크의 곡이 인기 있는 이유는 오리지널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개성이 다른 연주자들의 개성과 만나 조화를 이루었을 때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있지 않을까 한다. 극단적인 개성이 만나서 화합을 이룬다는 것은 꽤나 신기한 일인 것이다.




8. Crepuscule with Nellie


몽크가 그의 아내 넬리를 위해 쓴 곡이다. 몽크가 누군가를 위해 쓴 곡들의 종류에는 'Pannonica', 'Ruby, My Dear'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 앨범의 CD 재발매 버전에는 'Pannonica'가 수록되어 있다.


'Crepuscule with Nellie'은 말 그대로 '넬리와 황혼'이라는 뜻으로 몽크가 특유의 성질과 기벽, 기행으로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는 삶을 사는 동안 그 곁을 묵묵히 지켜준 아내 넬리에 대한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제작한 몽크에 대한 다큐멘터리 중, 몽크가 넬리와 함께 뉴욕의 저녁을 바라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때 쓰인 음악도 'Crepuscule with Nellie'다.


이 곡은 특이하게도 즉흥연주가 없이 같은 테마를 3번에 걸쳐 반복 연주하는 구성인데, 오로지 자신을 위해 희생해 온 아내를 위해서 몽크가 스스로 그 곡에서 말을 멈춘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이 곡만큼은 아무 말 없이 당신을 위해 줄 테니, 같이 땅거미 지는 어둠을 바라봅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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