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3마디

John Coltrane - Live at Birdland

by jazzy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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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 John Coltrane


Title : Live at Birdland




Record Date : October 8, 1963 (track 1-3)


November 18, 1963(track 4-5)


March 6, 1963(track 6, cd only)


Release Date : January 1964




Personnel : John Coltrane - ts, ss, Mccoy Tyner - pf, Jimmy Garrision - bs, Elvin Jones - dr




Track Listing




1. Afro Blue


몽고 산타마리아가 작곡한 Afro Blue는 많이 연주되고 편곡되는 재즈 레퍼토리 중의 하나다. 애비 링컨, 디디 브리지워터, 로버트 글래스퍼의 버전들이 유명하지만, 역시 이 곡을 사람들의 인식에 정중히, 그러나 강렬하게 진수한 것은 콜트레인이다. 본 앨범의 개시를 알리는 1번 주자로 사용된 이 명곡은 콜트레인을 포함한 4명의 쿼텟 멤버들에 의해 잘게 부수어졌다 합쳐지기를 반복한다.


콜트레인이 선명한 블로잉으로 멜로디를 연주하면, 어슬렁거리는 짐승처럼 세 명의 리듬 섹션들도 활동을 시작한다. 이 네 명의 앙상블이 첫 곡부터 일말의 주저없이 밀어붙이는 연주는 직선적인 힘의 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여타의 재즈 앙상블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순서에 따라, 서로의 연주를 위해 어깨를 내어주는 모양새라면, 콜트레인 쿼텟은 하나의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덤벼드는 사냥꾼의 동세를 취하고 있다. 사냥의 결과물은 모두가 공평히 취하지만, 이들은 각자가 추구하는 바에 따라 철저히, 그리고 무시무시하게 스윙하며 서로의 연주에 강렬히 충돌한다. 일명 황금쿼텟으로도 불리는 이 멤버들이 왜 재즈 역사상 가장 뛰어나며 주목받아야 하는 이들로 평가받는지 많은 이유를 꼽을 수 있겠지만, 스윙이라는 리듬 안에서 이들이 보여준 운동성, 오로지 화성이나 리듬의 운동성 뿐 아니라 음악을 완성하기 위해 그들이 벌인 치열하고 치밀한 접근도 분명 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2. I Want To Talk About You


빌리 엑스타인의 원곡에 콜트레인이 독무를 펼친다. 원곡의 멜로디 안에서 콜트레인은 가히 패러프레이즈의 정석이자 끝이라고 할 만한 퍼포먼스를 펼치는데, 과연 이것이 혼 연주자의 연주가 맞는지 의심하게 될 정도다. 그는 처음부터 바늘 구멍한만한 호흡만 남겨놓은채 세상에서 쓸 수 있는 모든 음들을 소진하리라는 각오를 한 듯 블로잉한다. 다른 곡들에서는 짐승처럼 덤벼들던 멤버들도 이 곡에서만은 다소 볼륨을 낮추고 콜트레인의 퍼포먼스에 보다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곡의 하이라이트라고 부를만한 퍼포먼스는 마지막 브레이크, 카덴차라고도 부를 수 있는 곳에서 일어난다. 그는 약 2분 가량 리듬 세션의 도움 없이 홀로 시간과 공간을 채운다. 간간이 멜로디가 들릴 수 있도록 흔적을 남기지만, 그는 점점 발사대에서 멀어져가는 우주왕복선처럼 수많은 음들을 쏟아내며 먼 곳으로 떠난다. 거기서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것은 전부라고는 할 수 없어도, 콜트레인의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음악적인 화학작용이다. 그가 연습해온 것, 그가 하고자 하는 것, 그가 스스로에게 듣고자 하는 것들이 구체적이고 강렬한 의지가 되어서 내면에서 상호 반응을 일으킨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 오로지 콜트레인 한 사람만 존재하는 것처럼 들린다.




3. The Promise


이전 곡에서 큰 자국을 남긴 콜트레인이 선택한 다음 주자는 맥코이 타이너다. 그는 미디엄 템포의 스윙에서 우리가 '맥코이스럽다'라고 할 만한 것들을 쏟아놓는다. 컴핑은 우리가 맥코이 하면 으레 떠올리는 4th voicing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코드톤 위주의 보이싱으로 채워질 때도 있지만, 그 순간마저도 맥코이스럽다. 솔로잉은 비밥랭귀지와 그가 구축한 펜타토닉 스케일 세계에서 적절한 균형을 반복하며 섞이기도 하고 왕복운동하기도 한다. 그의 연주는 분명 모티브에서부터 출발하기도 하지만, 듣다보면 일련의 연관성 있는 조각모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마치 모자이크처럼. 헤드에 깊게 뿌리내린 연주라기 보다는, 본인이 가장 창조적이면서도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는 코드 체인지를 잘 펼쳐놓고 그 위에서 막대한 연습을 통해 세워진 세계를 연상, 상상, 충동의 메커니즘을 통해 풀어놓는 것이다.


엘빈 존스의 드러밍은 연주 내내 불을 때는 사람처럼 끊임없이 동력을 제공한다. 그가 이 앨범에서 꾸준히 보여주는 트리플렛 위주의 스네어 컴핑과 컴비네이션, 멜로딕한 라이드 연주는 힘이 있으면서도 몹시 정교한 것이어서, 그가 당시의 재즈 드러머들에게 기술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쳤을지 조금이나마 유추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적극적 연주를 펼치면서도 절대 스윙감을 잃지 않는 드라이빙이 감동적이기까지 해서, 그가 하는 라이딩을 듣고 있자면 다음 타격을 위해 부드럽게 머리를 치켜드는 스틱이 떠오른다.


맥코이가 펼쳐놓은 그림은 콜트레인이 열정적이면서도 침착한 솔로잉을 통해 회수해간다.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세계 속으로 들어갔다가 출구를 통해 나오는 느낌을 갖게 되고, 여기서 이 앨범의 실제적인 라이브 연주는 끝이 난다.




4. The Alabama


3번 트랙에서 이 앨범의 실제적 라이브 연주가 끝이 나는건, 이 앨범에 실린 라이브 트랙이 거기까지이기 때문이다. 비록 타이틀은 Live at Birdland이지만, 첫 세 곡을 제외하면 나머지 트랙은 모두 스튜디오 레코딩 버전이다.


1963년 9월 15일에 KKK는 앨라배마에 위치한 교회에서 폭탄테러를 벌였고, 이 사고로 네 명의 여자아이가 사망했다. 콜트레인이 이 사건을 위해 쓴 곡이 'Alabama'다.


이 곡은 음악이 세상에 특정 메시지를 어떤 방향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예다. 여기에는 단어나 시각적인 상징이 없지만, 그가 울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멜로디가 있다. 특별히 강조된 리듬이나 귀를 사로잡는 특출한 접근법 대신, 우리가 늘 들어왔던 방식으로 이야기하는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콜트레인이 얼마나 뛰어난 작곡가였는지를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거기에 더해, 멜로디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단련된 연주가 있는데, 이것은 하고 싶은 말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 전달 방식의 훈련에는 소홀해 질 수 있는 뮤지션들이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잘못된 시작으로 두 개의 레코딩이 실렸다는 것인데, 실제 녹음 과정에 대해 궁금했던 이들이라면 오히려 이런 기회를 반길 수도 있겠다.




5. Your Lady


지미 개리슨의 탄탄하고 육중한 베이스가 6/8박자의 시작과 중간 부분을 커튼레일처럼 잡아주면 리듬 섹션들이 어슬렁거리며 연주를 시작한다. <Your Lady> 역시 앨범에 실린 다른 곡들처럼 변화무쌍하거나 화려한 코드 체인지대신 단순하고 직관적인 코드체인지를 가진다. 베이스가 Db을 페달 포인트로 유지하며 박동하는 가운데 맥코이의 피아노가 살짝 등장하다가 콜트레인의 솔로잉에서 다시 자리를 완전히 내어주며 사라진다. 콜트레인은 보다 여유롭게 공간을 점유하는데, 넓음과 좁음을 자유롭게 오가며 떠오르는 음들을 쏟아낸다.


인&아웃 사운드, 펜타토닉을 떠올리게 하는 인터벌 위주의 멜로딕 커브,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을 안정적으로 조화시키는 즉흥연주의 구성력, 넓은 음역대를 통해 다양한 질감을 맛보여주는 연주력 등 우리가 콜트레인스럽다고 할 수 있는 사운드가 이 곡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콜트레인의 즉흥연주가 한바탕 끝나고 나면 잠잠히 기다리고 있던 맥코이의 피아노 컴핑이 다시 등장한다. 이 곡에서 그의 피아노는 오로지 콜트레인의 연주를 어떻게 자유롭고 편안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에 몰두하는 것처럼 들린다. 마치 클래시컬 피아니스트의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페이지터너처럼, 맥코이는 그의 리더가 필요로 할 때만 나타나 빈 공간을 채우고 적절한 보이싱을 더한다.




6. Vilia


이 곡은 CD로 발매된 버전에만 보너스 트랙으로 담겨 있는 콜트레인의 곡이다. 헝가리 출신의 작곡가 프란츠 레하르의 오페라 <Merry Widow>에 등장하는 아리아에서 멜로디를 따와 코드 체인지를 붙이고 스윙 리듬으로 연주한 것으로, Rhythm Change 가 재즈에서 스탠더드 레퍼토리로 쓰여지게 된 방식과 유사하다.


앨범에 실린 나머지 곡들과는 분위기를 확연히 달리하여 솔로이스트의 즉흥연주 역시 보다 전통적인 방식에 가깝다. 콜트레인의 솔로는 여타의 것들과 비슷하게 인터벌을 강조하며 넓은 음역대를 장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멜로딕하며 코드톤에 천착하기 때문에 듣기에 쉬운 편이다. 아래에 그의 즉흥연주 악보 영상 링크를 싣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RsUF8KJoVOE



뒤이어 등장하는 맥코이의 솔로는 늘 그랬듯 좋은 멜로디와 스윙을 뽐내지만, 무엇보다 투명하고 깔끔한 피아노 톤이 놀랍다. 힘이 넘치고 타격감이 강했던 기존의 연주에서 가려져 있던 면모가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화려한 퍼포먼스가 돋보였던 심플하고 단순한 코드 진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맥코이는 아주 나이된 스윙 피아니스트처럼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정석적인 연주를 함으로써 그의 수련이 결코 급진적인 것에만 뿌리박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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