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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zzyhyun Aug 31. 2023

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52마디

Erroll Garner - Gemini


Artist - Erroll Garner


Title : Gemini


Record Date : February 12, 1971


Release Date : 1972


Label : Octave Records


Personnel 


Erroll Garner - Piano, Harpsichord


Earnest McCarty - Bass


Jose Mangual - Congas


Dick Smith - Percussion


Track Listing


1. How High the Moon


2. It Could Happen to You


3. Gemini


4. When a Gypsy Makes His Viloin Cry


5. Tea for Two


6. Something


7. Eldorado


8. These Foolish Things


9. Misty


*이번 리뷰는 앨범 전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에롤 가너의 연주에서 들을 수 있는 굵고 호방한 모양새와는 달리, 재즈 역사에서 그의 위치는 다소 애매한 곳 혹은 변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사실 그 이유를 아예 찾을 수 없는 것도 아니다. 버드 파웰이나 빌 에번스, 칙 코리아, 허비 행콕, 맥코이 타이너처럼 다른 피아니스트들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연주력과 컨셉을 지녔다고 보기도 어렵고, 아마드 자말이나 데이브 브루벡처럼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당대의 시류에 담론을 형성할 정도였다 확언할 수도 없다. 많은 이들이 'Misty'를 연습하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작 작곡가가 에롤 가너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마치 'Lady Sings the Blues'의 작곡가가 허비 니콜스라는 것을 잘 모르는 것처럼). 우리가 에롤 가너를 들으면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우리는 에롤 가너를 제대로 들어보긴 했던 것일까.


 역사적 평가나 인식이 어떠하든 간에, 에롤 가너는 웃고 있다. 앨범 커버에 실린 얼굴도 웃고 있지만, 그의 음악을 들어도 가너가 웃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에롤 가너는 자신이 원하는 음악적 방향을 명확히 알고 있었고, 그 위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알았다. 능력 이상의 무엇을 시도하려 하지 않았고, 이것이 그의 즐거움이 되었다. 바로 할 수 있는 것에 충실히 임하는 것. 앨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컨셉은 명확하다. 드럼을 배제한 채 퍼커션과 콩가로 라틴 음악의 결을 명확히 세웠고, 묵묵히 뒷받침하는 베이스의 보조 아래 에롤 가너의 컴핑은 처음부터 끝까지 3  Grouping의 기조를 유지한다. 만약 오늘날의 음악가 중 누군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방식으로 리듬을 운용하는 하려 했다면 스스로 미진함을 느꼈거나 수정을 가했을 수 있다. 가너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그가 이론적인 바탕 아래 이러한 리듬 스타일을 견지했다고 생각할 수 없다. 그는 죽을 때까지 악보를 읽지 못하는 뮤지션이었다. 가너는 몸으로 음악을 익히고 행하는 이들 중에서도 극단적인 편이었으며 한편으로는 그것을 음악인생 전체에 걸쳐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암기와 습득에 능한 천재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음악이 어떠한가. 유쾌하며 선명하다. 즉흥연주를 따라 흘러나오는 허밍 혹은 허밍을 따라나오는 즉흥연주. 비밥 시대의 것인지 스윙시대의 것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그러나 꼭 구분해야 할까-멜로디 라인. 재즈 뮤지션이기는 하지만 특정한 하위 장르나 유를 구분하기에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그는 그저 ‘에롤 가너’로서의 신비를 구축했다. 진취적이면서도 긍정적인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한 면모는 자작곡에도 잘 드러나 있으며 그중에서도 ‘Eldorado'는 두드러지게 알려진 곡이 아니지만 본인에게는 가장 애착이 가는 넘버다.(아래에 'Eldorado'의 연주 악보와 영상 링크를 첨부한다). 가너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호평을 받는 앨범인 'Concert by the Sea'가 아니라 본 앨범을 고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발매 연도는 1972년. 재즈 록과 퓨전의 광풍이 몰아치던 시기에 유행 같은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선곡과 매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연주에서 느끼는 ‘좋다’라는 감정은, 결국 음악이란 유행을 읽는 세련된 눈이나 방식이 아니라 전력투구하는 진실성에 근간을 두고 있음을 증명하는 셈이다. 연주력이나 스타일에 있어 비할 데는 아니겠지만 에롤 가너의 독보적인 ‘그’ 다움은 키스 재럿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정도다. 재즈 뮤지션의 숙명이 ‘홀로 그 자신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에롤 가너는 분명 성공한 음악가다.


 해마다 수많은 뮤지션들이 쏟아져 나오고 사라진다. 그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든 사회와 환경의 영향에

의해서든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는 음악인들의 순환 속에서 에롤 가너가 두드리는 피아노 소리는 시간의 방류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은 채 안갯속에 싸인 섬처럼 홀로 있다. 많은 이들이 구전설화처럼 지은이를 모른 채 입에서 입으로 전하듯 되뇌는 그의 곡 ‘Misty'의 뜻을 생각하자면, 그 안개는 분명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장치다.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는 아름다움, 처연함, 서정이 항해 중 뜻밖에 만나는 안갯 속 섬처럼 에롤 가너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어딘가에 놓여 있고 그 섬을 지나 뒤를 돌아보는 순간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릴 것이다. 어느 누구도 아닌 그 스스로의 이유로.


https://youtu.be/cb5wM8E217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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