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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zzyhyun Oct 22. 2023

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53마디

Dodo Marmarosa-Dodo's Back!


Artist - Dodo Marmarosa


Title : Dodo's Back!


Record Date : May 9, 10, 1961


Release Date : 1962


Label : Argo


Personnel 


Dodo Marmarosa - Piano


Richard Evans - Bass


Marshall Thompson - Drums


Track Listing


1. Mellow Mood


2. Cottage for Sale


3. April Played the Fiddle


4. Everything Happens to Me


5. On Green Dolphin Street


6. Why Do I Love You


7. I Thought About You


8. Me and My Shadow


9. Tracy's Blues


10. You Call It Madness



 *이번 리뷰는 앨범 전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갈음한다.


 도도새는 모리셔스 섬에 서식했던 조류의 한 종류다. 현재는 멸종했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박제조차도 남아있지 않다. 도도새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화석과 그림, 글로 서술된 내용, 이를 통해 만들어진 모형뿐이다. 기묘하게 생긴 이 조류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도 등장했을 만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가련한 동물의 끝은 인간의 서식지 파괴와 남획으로 인한 멸종으로 귀결됐다. 마치 그것이 인간에 대한 복수라도 되는 양, 실체는 단 하나도 남기지 않은 채 말이다.


 여기에 도도새의 이름을 가진 피아니스트가 있다. 머리는 크고 몸집이 작아서 ‘도도(Dodo)'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는 일화조차 폭력적이며 가련하다. 이 사람, 도도 마마로사(Dodo Marmarosa)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재즈 뮤지션이다. 누군가가 그의 재능을 시기하거나 질투해서, 혹은 어떤 이유로 악의를 품어 앞길을 망친 것은 아니다. 그가 가지고 있던 천부적 재능, 찰나의 섬광을 손에 쥐고 다른 우주를 열어젖힐 수 있던 시야도 자신이 감당해야 했던 가혹한 삶을 구원할 수는 없었다.


 같은 외견이어도 어떤 유리는 단단하고 어떤 유리는 약하다. '취급주의'라는 스티커가 붙어야만 하는 류는 그것이 다루기에 까다롭다거나 거추장스럽기 때문이 아니다(물론 그러한 암묵적 동의를 담고 있기는 하다). 소중하고 중요한 만큼 상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도도 마마로사는 아주 조심스럽고 귀하게 관리받아야만 하는 영혼이었으나, 그 필요성만큼이나 정반대의 의미로 천대받고 홀대받은이다. 안정적이지 못한 가정환경과 군 생활에서 겪은 폭력으로 인한 정신적 트라우마는 그를 평생 동안 안정적인 연주활동에 천착하지 못하도록 괴롭혔다. 


 15살에 시작한 이른 음악가 생활과 찰리 파커, 토미 돌시, 진 크루파 등 쟁쟁한 선배 뮤지션들과의 협업, 아트 테이텀과 테디 윌슨의 음악적 유산 위에 비밥 랭귀지를 구축하고 풀어내는 솜씨 등 도도의 음악적 활동과 미래는 동시대의 신인 음악가들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었다. 그러나 한번 꼬이기 시작한 진로는 제 방향을 잡기 힘들었다. 그의 활동을 제대로 지원해 줄 가족의 도움도 없었거니와, 군에서 얻은 정신적 질환이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다. 정기적으로 연주활동을 하기가 힘들어졌고 경제적인 고립이 시작됐다. 아내는 이혼 후 자신의 딸들에게 도도의 성을 물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서류를 내밀었고 자녀에게 지원을 해줄 수 없었던 그는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점점 더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가던 그에게 이 앨범 <Dodo's Back!> 역시 완성이 쉽지 않던 과업이었던 셈. 기록을 보면 차를 타고 캘리포니아로 이동하던 중 자동차의 고장으로 시카고에서 잠시 체류, 프로모터가 그에게 녹음 일정을 잡아주었으나 변덕스러운 그의 행동으로 다음 해까지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완성된 본 앨범은 우리에게 그가 얼마나 재치 있고 반짝이는 음악가인지를 보여준다.


 앨범의 첫 곡인 ‘Mellow Mood'에서부터 그가 어떤 경향을 지닌 연주자인지 짐작할 수 있는데, 블락 코드가 중요한 지점 중 하나다. 도도는 거의 모든 트랙에서 블락 코드 연주를 들려주고, 이는 그가 비밥과 스윙의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익숙한 음악가임을 증명한다. 그러다가도 갑자기 등장하는 4 Grouping 연주나 조성의 변화를 듣고 있노라면 포스트 밥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기법적인 진화 또한 예감하게 되는데, 도도는 전통적인 질서 안에서 그 자신만의 새로운 체계로 독자적인 사운드를 구축하는 시도를 그치지 않고 있던 셈이다. 아래에 3번째 트랙인 ‘April Played the Fiddle'에서의 도도의 즉흥연주 채보 파일과 링크를 첨부한다. 


 이 곡의 도입부에서 도도는 다소 이전 시대의 피아니스트들처럼 컴핑하면서도 오른손 솔로는 스윙 아티스트처럼 리듬을 유지한다. 두 번째 코러스에서는 아트 테이텀의 그것처럼 화려한 속주와 더불어 블락코드를 병행한다. 블락코드는 세 번째 코러스에서도 꾸준히 애용되며 곡의 두께감을 유지하는데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B 파트에 들어서는 원곡의 테마를 연주하며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는 헤드 아웃을 손쉽게 처리한다.

https://youtu.be/Bg1jPpEmKIw



 그의 피아노 톤은 윈튼 켈리처럼 반짝이거나 영롱한 종류가 아니다. 맑긴 하지만 다소 차분하고 뭉툭한 구석이 있다는 설명이 적합하다. 만약 그가 꾸준히 규칙적인 연주활동과 연습을 병행할 수 있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서부의 기질로 새롭게 태어난 밥 사운드(Bop Sound)를 경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하게 되는 부분이다.


 도도는 이 앨범의 녹음 이후에도 색소포니스트 진 애먼스와 함께 <Jug&Dodo>를 작업하는 등 음악 활동에 대한 고삐를 헐거이 쥐지 않으려 애쓴 듯싶다. 그러나 결국 그 작품이 최후의 스튜디오 레코딩이 되고 말았다. 도도의 남은 생은 자신을 둘러싼 가족의 보살핌 혹은 과보호라고 비난받은 모호한 사건의 경계, 그를 안타까운 천재와 괴팍한 성격이상자의 키메라로 만들어버린 황색언론의 구취 속에서 약 40여 년간 가느다란 떨림으로만 유지되다가 맥없이 끊겼다. 누군가가 빌 에반스의 죽음을 ‘역사상 가장 긴 자살’로 표현했듯, 도도의 죽음은 ‘역사상 가장 긴 타살’이라고 할 만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의 삶이 이토록 고통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책임의 소재에 대해 사회적 비판이나 분석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도도새의 멸종을 인간이 초래했지만 그 사실에 대해 꾸준한 비판이나 성찰이 희귀한 것처럼 말이다. 멸종된 존재에 대한 것이라면 반성조차도 멸종되어 버리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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