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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zzyhyun Dec 14. 2023

파란창고에서 재즈 듣기-54마디

Blue Mitchell-The Thing to Do



Artist - Blue Mitchell


Title : The Thing to Do


Record Date : July 30, 1964


Release Date : June 1965


Label : Blue Note



Personnel 


Blue Mitchell - Trumpet


Junior Cook - Tenor Saxophone


Chick Corea - Piano


Gene Taylor - Bass


Al Foster - Drums



Track Listing


1. Fungii Mama


 앨범에 수록된 곡 중 유일한 미첼의 자작곡으로 칼립소 리듬 위에 F key의 리듬 체인지 코드 진행을 갖추고 있다. 주니어 쿡과 미첼이 유니즌으로 강렬하게 블로잉하는 테마가 A와 B파트에 걸쳐 대비를 이루고, 칙 코리아의 피아노 컴핑은 실제로 연주하는 노트 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진 테일러는 연주 내내 2-feel(두 덩어리의 박자)을 유지하며 알 포스터는 스네어를 잠궈 뭉툭한 톤을 만드는데 이것이 라틴 음악의 리듬에 적절한 색채를 더하고 있다. 

 쥬니어 쿡, 블루 미첼, 칙 코리아, 알 포스터 순으로 진행되는 즉흥연주들은 하나같이 알차다는 느낌을 주는데 낭비되는 음 없이 신중히 고려된 리듬 위에 양질의 선율이 얹혀있기 때문이다. 맥락을 해치거나 논리적 구조를 무시한 채 무절제한 블로잉이나 습관적 연주로 공간을 채우는 일은 빠져들기 쉬운 악순환이지만, 적어도 여기에는 그런 모습이 없다. 쿡과 미첼이 상대방의 즉흥연주에서 정해진 섹션대로 일정한 선율을 리드미컬하게 불어주는 것도 챙겨 들으면 좋은 포인트다. 아래에 쥬니어 쿡의 즉흥연주와 칙 코리아의 컴핑 연주 채보 파일 및 영상 링크를 첨부한다.


https://youtu.be/Cj2TCmfTKm0?si=YUy6lVcolrK04qAN


2. Mona's Mood


 본 곡과 이어지는 3번 트랙 ‘The Thing to Do'는 작곡가이자 색소포니스트인 지미 히스(베이시스트 퍼시 히스와 드러머 알버트 히스가 그의 형제다)의 자작곡으로 ‘Mona's Mood'는 블루지한 무드를 자아내는 발라드다. 알 포스터의 드러밍은 완숙한 절제미를 들려주며 자칫 쳐지기 쉬운 템포를 브러쉬로도 능숙하게 조절한다. 

 블루 미첼이 시작하는 즉흥연주를 들어보면 그가 얼마나 스토리텔링에 뛰어난 뮤지션인지를 알 수 있다. 테마를 쉽게 저버리지 않으면서 자신의 이야기 역시 묻어버리지 않는 배합 능력은 그만의 시그니처라고 해도 무방하다. 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윙의 느낌이 강렬하지 않고 톤 역시 상당히 수련한 듯한 느낌으로 곱게 정제되었다는 사실이 그를 다소 무던한 스타일로 보이게 만든 것일까. 사실 블루 미첼이야말로 스윙과 밥 스타일의 솔로잉에 최적화된 즉흥연주를 해내는 뮤지션 중 하나다.


3. The Thing to Do


 하드밥 스타일의 편곡에 블루스와 라틴의 뉘앙스가 묘하게 섞여들어간 곡이다. 알 포스터의 라이딩은 이전 곡들보다 상대적으로 고삐를 짧게 쥔 느낌이고, 진 테일러가 빈 공간마다 채우는 베이스 라인들이 일종의 공격처럼 느껴질 정도로 정확하고 매섭다. 

 블루 미첼의 즉흥연주에 얹히는 칙 코리아의 컴핑도 인상적인데 1번 트랙 ‘Fungii Mama' 보다는 가벼우나 공간을 비우지 않고 시종일관 개입하는 센스를 보여준다. 이 작품이 그의 초기 녹음 중 하나이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이미 당시에 펜타토닉과 4th voicing에 대한 컨셉이 잡혀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도 상대방의 즉흥연주에 정해진 구간마다 섹션을 연주하는 구성이 존재하는데, 원곡자인 지미 히스가 다재다능한 편곡자이자 밴드 리더로서 곡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주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아래에 블루 미첼의 즉흥연주 채보 파일과 영상 링크를 첨부한다.


https://youtu.be/qle0MfawSeE?si=kiqltA9hueDU53MX


4. Step Lightly


 밥 계열의 전설적 색소포니스트인 ‘Joe Henderson’의 곡으로 16마디 구성의 블루스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그러한 점에서 그의 또다른 블루스 곡인 ‘Isotope'을 떠올리게 한다. 'Isotope'이 조금더 조이는 듯한 긴장감과 어려운 화성구조를 지니고 있는 반면 'Step Lightly'는 리듬으로도 코드 진행으로도 한결 더 여유로운 편이다. 

 즉흥연주는 주니어 쿡-블루 미첼-칙 코리아-진 테일러의 순서다. 쿡의 솔로는 롱톤과 간격이 넓은 인터벌을 통해 느린 템포에서도 큼지막한 양감을 만들어내는데 일견 올리버 넬슨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블루 미첼은 쿡과는 달리 오밀조밀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라인을 사용하며 섬세한 연주자로서 멋진 스토리텔링을 들려준다. 

 칙 코리아는 그의 첫 스튜디오 레코딩임에도 불구하고 다이나믹 조절에 있어 완숙한 모습을 보이며, 진 테일러 역시 짤막한 길이지만 훌륭한 스윙감의 솔로를 들려준다.


5. Chick's Tune


 본 곡의 인트로에서 알 포스터가 들려주는 8마디의 연주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테크닉으로나 톤에서나 이미 두말할 필요 없이 완성되어 있을뿐 아니라 그의 인트로가 뒤에서 등장하는 칙 코리아의 모던한 멜로디를 완벽하게 뒷받침하는, 부연하자면 궁합이 좋은 연주이기 때문이다. 칙 코리아부터 시작하는 즉흥연주에서도 알 포스터의 보조는 피아니스트의 강렬함과 밀도, 집중력에 밀리지 않고 꿋꿋이 맞서 나가는 긴장감을 유지함으로써 앨범에 수록된 곡 중 가장 현대적인 어법으로 쓰인 화성 진행을 멋지게 이끌어나간다. 칙의 즉흥연주는 모든 곡을 통틀어 본 트랙에서 가장 신나있는듯 하다.

 이어지는 쥬니어 쿡 역시 칙의 연주에 못지 않게 빽빽한 질감의 블로잉으로 공간을 채워나가며 블루 미첼은 그 모든 뜨거움을 가라앉히는 이지적이고 차분한 솔로로 올바른 막내림을 위한 방향타를 잡는다.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연주자들의 트레이드 연주는 그야말로 백미 중의 백미. 특히 알 포스터의 스윙은 그의 싱그러운 전성기를 물씬 느끼게 할 정도로 무언가에 가득 젖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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