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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빅토르 Aug 22. 2022

나의 첫 유럽여행

37일 차

오늘 새벽 클럽에 갔다가 늦게 들어와서 몸이 너무 피곤했다. 아프거나 그런건 아니었지만, 정신없는 음악과 수많은 사람들 도수 높은 위스키와 10분 마다 한 번씩 담배를 피는 제니를 따라다니다 보니 그냥 컨디션이 떨어진 것 같다. 컨디션이 떨어졌다 하더라도 나의 여행은 계속 되어야하니 일어나서 씻고 머리를 만진 뒤 시내로 향했다. 어제 올드타운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올드타운 쪽으로 갔다. 

오늘 토요일이라 그런지 올드타운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이 작은 수도에 무슨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지 런던이나 파리는 그래도 좀 큰 도시라 사람이 많아도 분산이 되어서 그나마 여행하기 괜찮다. 근데 프라하는 작은 도시인데 주요 스팟들이 다 모여있다. 사람은 런던이나 파리와 맞 먹기에 훨씬 더 복잡했다.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다. 내가 찍고싶은 곳을 향해 카메라를 들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 풍경을 가로막았다. 오늘은 주말이니 평일엔 좀 나아지겠지하는 기대를 하고 사진을 조금만 찍었다.

사진을 찍고있으 제니가 나한테 왔다. 그 많은 인파 속에 파란 머리는 제니 뿐이라서 제니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제니는 오늘이 프라하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어제 피자와 파스타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 생각나서 같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다. 피자와 파스타를 시켰다. 채식주의자인 제니 때문에 별 다른 토핑이 없는 피자를 시켰고 카르보나라 파스타를 시켰지만 제니는 베이컨을 골라낸 후 먹었다. 난 채식주의자로 살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제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제니는 어제 클럽에서 나와 호스텔로 갔는데 호스텔에 있는 사람들이 제니에게 술을 마시자고 권했다고 한다. 술을 좋아하는 제니는 좋다면서 새벽 6시까지 술을 마셨다고 한다. 내 앞에 있는 제니는 고작 2,3시간 자고 나와의 약속을 나온 것. 체력 대단하다 제니야…

밥 다 먹고 제니 사진을 찍어주었다. 제니는 내 인스타그램에서 내 사진을 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내가 사진을 꼭 찍어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었다. 나는 흔쾌히 수락했고 제니를 열심히 찍었다. 아까처럼 사람이 많아서 내가 원하는만큼 담기지는 않았지만, 제니는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다. 제니가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 되어서 같이 프라하 중앙역까지 갔다. 길치인 제니를 혼자 보내기가 그랬다. 그리고 지금 어딜가나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차라리 사람이 덜 있는 중앙역쪽으로 걷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고작 24시간 프라하를 즐긴 제니는 너무 아쉽다고 했다. 그래도 “넌 집이 가까우니 언제든 올 수 있잖아” 라고 대답했다. 유럽 사람들은 참 좋겠다. 주말에 다른 나라를 쉽게 다녀올 수 있으니. 꼭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버스나 기차를 타고. 언젠가 유럽에서 한 번 살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니와 작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류장 위치 파악하고 중앙역 앞에 있는 공원에 앉아서 조금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제 버스에서 서로를 만난 것은 서로에게 너무 큰 행운이라고 서로 이야기했다. 정말 큰 행운이었다. 제니 덕분에 어제 에스더라는 친구까지 만날 수 있었고, 클럽에서 재미있게 놀았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린츠에 가면 나를 반겨줄 친구가 생겼다. 제니도 한국에 꼭 가보고 싶으니 한국에 오면 나를 꼭 반겨주라고 이야기했다. 난 당연히 반겨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겠다고 했다. 제니와 진한 포옹으로 작별을 했다. 고작 24시간. 짧은 시간 동안 정이 많이 든 제니. 잘가. 

제니를 보내고 난 시내를 좀 걸었다. 어제는 보지 못했던 프라하의 구석구석을 걸으며 프라하에서 어떤 냄새가 나고 어떤 풍경들이 숨어져있는지 파악했다. 프라하는 트램이 참 매력적이다. 취리히 트램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계속 걷다 보니 피로가 누적이 되어서 너무 피곤해 숙소로 갔다. 그러고는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앞으로의 프라하 여행을 위해서 푹 쉬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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