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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자 빅토르 Aug 28. 2022

나의 첫 유럽여행

40일 차, 41일 차

40일 차. 이번 여행 중 하루 종일 여행만 할 수 있는 마지막 날. 이 날도 컨디션이 굉장히 안 좋았다. 자꾸 기침이 났다. 열은 없지만, 목이 조금 간지러웠다. 냉방병인 건지 코로나인 건지 자꾸만 헷갈리는 몸상태. 아빠와 전화로 코로나이면 어쩌지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아빠가 코로나면 열흘 정도 더 여행하고 오면 되는 거 아니냐는 말에 갑자기 컨디션이 확 올라왔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코로나 양성이면 어차피 열흘 동안은 입국이 안된다. 그리고 프라하에서 비엔나, 슬로바키아, 헝가리가 가깝게 위치해있다. 갑자기 내일 받는 코로나 검사가 양성이기를 기다려졌다.

점심을 먹고 안 걸어본 길로 걷기 시작했다. 마지막 날이니 더욱 안 가본 곳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를교에서 프라하성을 보는 기준으로 오른쪽 길로는 안 가봐서 그쪽으로 걸었다. 까를교보다 사람이 적은데 풍경이 예뻐서 기분이 좋았다. 내가 한 도시에 다른 여행자보다 오래 머무는 이유이다. 남들은 잘 안 가는 길. 여유가 있어야만 갈 수 있는 길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길을 걷다 보면 내가 담아내는 사진이 더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다리를 건너서 아주 큰 공원인 레트나 공원에 갔다.

아주  공원인 레트나 파크는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몇몇 사람들이 돗자리를 가지고 와서 피크닉을 즐기는 것을   있었다. 아무리 더운 8월이지만, 이런 공원에 와서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있으면 에어컨 바람을 세는 것보다  시원한  같은 느낌이 든다. 유럽의  건조한 기후가 너무 그리울  같다. 한국 돌아가면 아마 엄청 습해서 에어컨이 있는 실내로 들어가려고 하겠지. 나도 그늘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돗자리가 없으니 잔디에는  누웠고 나무를 등지고 앉거나 그늘이 있는 벤치에 앉아서  순간을 만끽했다. 아무것도 아닌 순간이지만, 나에게는 잊지 못할 순간이다.

레트나 공원에서 한두 시간을 쉬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두 시간을 그냥 멍 때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유럽에 와서 알게 되었다.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여행.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지 않을까? 레트나 공원에서 트램을 타고 크랄로브스카 정원으로 향했다. 프라하 성 뒤에 있는 정원인데 프라하 성에 갔을 때 마지막 날 여기를 꼭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트램에서 내려 크랄로브스카 정원으로 걸어가는데 녹색 잔디와 파란 하늘이 조화가 너무 아름다워서 카메라를 꺼내 이 순간을 담았다. 나중에 프라하에 오면 이 정류장에 다시 한번 오고 싶다. 그때도 지금처럼 이렇게 예쁜 풍경일 거라고 기대하면서 말이다.

크랄로브스카 정원도 프라하 성에 들어갈 때와 똑같이 입구에서 경찰들이 가방 검사를 한다. 가방 검사하고 정원에 들어오니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있는 미라벨 정원과 약간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생각했다. 정원은 그렇게 특별한 것이 없었다. 프라하 성 뒤편에 있다 보니 건물들이 조금 있다는 것 그리고 군인들이 곳곳에 서서 경계를 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이곳에서 더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프라하 성으로 들어가서 시내 쪽으로 빠져나왔다.

프라하 골목은 참 예쁘다. 파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매력을 지녔다. 파리 골목은 예술을 보는 느낌이라면 프라하 골목은 약간의 동화와 약간의 예술이 섞여있는 느낌이다. 이 골목을 너무 그리워할 것 같다. 그늘을 찾아다니던 나의 모습을 그리워할 것 같다. 이 골목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 마그넷을 사서 숙소로 돌아가서 푹 쉬고 일찍 잤다.


41일 차. 새벽 5시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오늘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이 나온다면 프라하 공항에서 바르샤바행 비행기를 타고 바르샤바로 가는 일정이다. 7시까지 침대에서 빈둥거리다가 씻고 모든 짐을 다 쌌다. 이제 진짜 돌아가는 날이 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짐 다 싸고 체크아웃을 한 뒤 호스텔에 짐을 맡기고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갔다. RAT 검사를 받았다. 비용은 대략 11,000원 코를 찌르고 15분 정도 기다렸다 결과를 받으니 음성. 양성이면 오늘 바르샤바가 아닌 비엔나로 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귀국을 확정 지은 후

프라하 마지막 일정을 진행했다.

Vyšehradské sady라는 공원에 갔다. 이 날은 카메라를 들지 않았다. 이 풍경을 카메라에 담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기는 했지만, 카메라가 있었어도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예쁘게 담지는 못했을 것이다. 프라하는 잔잔하면서 매력적인 도시인 것 같다. 뭔가를 하러 오는 도시가 아닌 쉬러 오는 도시 같다. 다음에 정말 쉬러 왔으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마시며 예쁜 풍경과 야경을 보면서 말이다. 점심을 먹고 호스텔 근처에 있는 작은 성당까지 들러서 프라하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호스텔로 돌아가 짐을 챙기고 나오는데 사샤를 만났다.

사샤는 엊그제 호스텔 루프탑에서 놀 때 같이 놀던 친구 중 한 명. 우연히 만났는데 사샤도 공항에 간다고 해서 같이 공항에 갔다. 사진 속 가장 작은 캐리어가 내 짐이고 나머지는 다 사샤의 짐이라서 내가 많이 도와주었다. 사샤랑 프라하 중앙역까지 같이 갔는데 공항 가는 버스가 떠나버려서 우린 택시를 잡고 택시 타고 편하게 공항까지 갔다. 사샤랑 계속 대화하면서 나 영어가 부족한 것 같다고 이야기하니 나보고 "너 영어 정말 잘하는 거야. 내가 다 알아듣고 너도 내 말 다 알아듣잖아"라고 말해주는 착한 사샤. 사샤의 룸메이트가 한국인이라고 한다. 내년에 한국에 여행 올 거라는 사샤. 포옹 한 번 하고 내년에 보자는 말을 하고 공항에서 헤어졌다.

바르샤바행 비행기를 타고 1시간 30분 만에 바르샤바에 도착했다. 40일 만에 다시 돌아온 바르샤바. 모든 것이 너무 익숙해서 내려서부터 모든 것을 쉽게 쉽게 할 수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 가서 버스 티켓을 샀다. 40일 전에는 이 티켓 사는 것도 힘들어했는데 이젠 쉽게 산다. 근데 기계가 오류가 나서 버스에 타서 사야 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어떤 동양인 여자가 티켓을 못 사고 있길래 도와줬는데 가방을 보니 한국어로 된 마스크 비닐이 있어서 인사를 했다. 알고 보니 나랑 같은 비행기로 내일 한국에 들어간다고 한다. 바르샤바 시내에서 저녁 먹기로 약속하고 난 예약한 숙소로 향했다.

숙소가 아파트라서 찾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일단 동이 여러 개이고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려고 해도 폴란드 사람들은 영어를 잘 못하니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다행히 한 폴란드 아저씨가 영어를 할 줄 알아서 날 도와주었다. 굉장히 좋은 아파트였다. 오늘의 집에 소개될 것 같은 인테리어였다. 심지어 화장실에는 욕조도 있었다. 왜 마지막 날 이런 숙소가 걸렸을까. 마음 같아서는 이곳에서 3일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숙소에 짐 풀고 아까 만난 한국인 잔디 누나를 만나러 시내로 향했다.

노을이 예쁜 바르샤바. 사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바르샤바에서 머무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경유지다 보니 시내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야 4시간이니 볼 수 있는 것도 가볼 수 있는 곳도 그리고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너무 한정적이다. 잔디 누나를 만나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누나와는 대화가 굉장히 잘 통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누나는 여행도 많이 다니고 캠핑도 자주 다니는 아주 멋진 사람이었다. 서울에 가면 타투를 할 거라고 했는데 예쁘게 잘 되면 좋겠다. 맛있는 스테이크에 맥주까지 한 잔 마시고 올드타운으로 향했다. 40일 만에 다시 돌아온 올드타운은 여전히 분위기 있고 굉장히 아름다웠다.

누나와 내일 공항에서 보기로 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바르샤바 공항에서 잔디 누나를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40 전에 내가 바르샤바 시내에서 내가 유일한 동양인이었는데 오늘은  말고 동양인이    있었다. 누나 덕에 이번 바르샤바에서의 시간은 외롭지 않았다. 잔디 누나 진짜 고마워요 덕분에 맛있는 것도 먹고 너무 즐거웠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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