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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Nov 05. 2021

아빠가 생각난다.

아빠는 많이 특별했다.

글로도 남겼지만, 진짜 특이한 길준 씨다.

좋은 의미로의 '특별'이 아니라 '특이'했다가 맞는 표현이겠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불같은 성격을 가졌지만 겁이 많았고,

까칠했지만 눈물이 많았고,

남의 기분 따위 신경 쓰지 않았지만 다정하다는 평이 많았고,

못생겼지만 인기가 많았다.


그런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신 지 6년.

요즘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참 많았는데, 제일 많이 생각나는 사람이 아빠다.

아빠가 지금 내 옆에 계신다면 어떤 얘기를 해줄까?

어떻게 힘을 실어줄까? 하는 상상을 자주 하게 된다.

살아 계셨을 때도 아빠에게 큰 도움을 받은 기억은 별로 없다.

조언을 해준다고 해도 내 상황에서 별 도움이 안 되는 말들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부지불식간에 나는 아빠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었나 보다.

그러고 보면 나도 그다지 정상은 아니지 싶다.


아빠의 많은 것들이 마음에 안 들었고 못마땅했었다.

'난 저렇게 하지 않을 거야!'라는 다짐을 수도 없이 하게 만들었었다.

그런데, 돌아가시고 나서는 자주 '내가 그런 상황이었으면, 아빠보다 더 했을 것 같아...'

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게 된다.

돌아가시고 나서야 인정받는 기분은 어떨까?

살아계실 때 더 잘해드릴걸...이라는 후회는 사실 별로 안 든다.

나는 진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아빠가 하지 말라는 건 있는 온 힘을 다해서 안 하고 살았다.

지나고 보니 참 바보 같은 짓이었지만, 뭐 특별히 후회될 것도 없다.


근래에 우연히 그런 아빠의 덕을 보게 된 일이 생겼다.

경력단절을 끝내고 3년 만에 입사한 회사의 사장님의 성격이 꽤나 특이하다.

직원들은 그런 사장의 스타일을 힘들어했고, 사장 역시 직원들에게 서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사장님의 언행이 어색하지도 힘들지도 않다.

우리 아빠와 비슷한 점이 많았고,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커뮤니케이션하는 법을 40년 이상 배워왔기 때문이다.

직원들도 놀라고, 사장님이 회의시간에 정식으로 나에게 감사를 표했을 정도이다.

우리 아빠가 더 힘든 분이라 사장님 정도는 웃으면서 적응할 수 있다.

40년 이상 아빠에게 트레이닝받은 걸 이제 와서 써먹는 느낌?

물려준 재산도 하나 없고, 외모도 못 받았고, 곱게 자라지도 못했지만,

그 특이한 아빠와 함께 살면서 체득한 것이 생각보다 많이 쓸모 있었다.


웃을 일이 생길 때도, 힘든 일이 생길 때도, 앞길이 막막할 때도...

당신이 옆에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오늘 아침 잠에서 깨어나 갑작스레 아빠가 생각나서 끄적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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