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의 색
재환
파란 하늘 비친 호수 위에
열두 가지 물감 풀어 가을을 그린다
나무 몇 그루 그리지 않았는데
유독 한 가지 색 물감만 동이 났다
참 난감하다
아직 그려야 할 나무도
그려야 할 임도 있는데
붉어지는 대추나무
노랗게 변하는 단풍나무
그리고 점점 그리워지는 내 마음 그려야 하는데
남은 색으로 그린 그림이 어딘가 어색하다
미처 전하지 못한 내 그리움을 닮아 허전하다
북쪽 찬바람을 타고 뒹굴던 낙엽이
호수 위에 내려앉는다
낙엽 떨어져 앙상해지기 전에
남은 물감 그리움에 버무려
만추의 데칼코마니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