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의 축제
재환
어머니가 김 씨 집안에 시집을 왔을 때
마당 한편 대추나무는 움을 틔우고 있었다
언 손 호호 불며 빨래를 늘 때면
가지 벌려 기필코 빨래걸이가 되어 주었다
어머니가 아들 딸 셋을 낳는 동안
나무는 곁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잎사귀를 낳았다
어머니가 나이 먹으며 허리가 굵어지듯
나무는 나이 먹어 둥치가 굵어졌다
가을햇살에 곡식 영거는 날
새벽이슬에 대추 익어가던 날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중심을 잡고 있던 어머니 머리 위로
잎사귀 긴 낙엽하나 떨어졌다
언제 그렇게 야위었든가
언제 그렇게 바삭 말랐든가
주워 든 손과 떨어진 낙엽은
모두 앙상한 핏줄만 남았다
이제 곧, 낙엽의 데칼코마니 향연은 끝날 것이다
곧 태워질 것이며 어머니의 체취 또한 곧 사라질 것이다
자연이 새 생명을 움틔울 즈음
어머니가 지난가을 낙엽 위에 써 보낸 편지 어김없이 배달돼
나와 가족의 굳은 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