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
재환
그가 다가오면, 나는 야수처럼 변한다
매사에 순종하는 야수가 아니라
억압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갈구하는 야수로 변한다
그 세계에서 그는 순수한 상상의 나래로 날개 짓 한다
가보지 못한 세계를 동경하고
가본 세계는 더 공고히 한다
그는 마력을 지녔다
‘만약’이라는 옷만 입으면
못할 사랑도 없고
못할 성공도 없다
광장에 모인 군상들은 하나같이 이 마법을 먹고 산다
조금만 방심하면, 자신을 다잡지 않으면
이 야수는 살찐 돼지처럼
모험도 도전도 포기한 채 안주하고 만다
더 늙기 전에, 주저앉기 전에
겉이 화려하고 나약하기만 한 옻은 벗어던지고
치열하게 자신을 단련해야 한다
‘만약에’란 옷은
치열하게 세상을 살아 본이가 아니라면
어울리지 않는 거추장스런 허울이다
단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요 아쉬움이다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내가 살찐 야수로 변하기전에
가정법의 세계에서 하루속히 벗어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