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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안한 제이드 Dec 05. 2023

성과가 없는 일을 계속하는 것은 대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 나간다는 것

  원래는 처음부터 천재인, 타고난 능력이 월등한 사람을 좋아했었다. 사람으로 따지자면 김연아 선수 같은. 김연아 선수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절대 아니지만, 치열한 노력을 더했을 때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세계 최강의 선수가 된다는 것은 절대적인 어떤 천재성을 기반으로 했기에 가능했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천재성을 사랑하고 동경했다. 만화 <나루토>로 따지면 록리보다는 가아라에 좀 더 애정을 쏟았다고 할 수 있겠다(나루토 모르는 분들 죄송합니다).


  그렇다 보니 그 정반대의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재능이 전혀 없어 보이는데, 이렇다 할 성과가 전혀 나오지 않는데도 계속하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면 약간 한심하게까지 바라봤던 것 같다. 연기에 재능이 없어 보이는데 계속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배우, 구독자 수가 제자릿수인데 계속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 시험에 계속 떨어지는데 계속 응시하는 고시생... 그런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성과가 나오지 않는데 왜 계속하는 거지? 어느 정도 해봤고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가는 게 맞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다.


  생각해 보면 나는 그런 의미에서 뭐든지 '될 것 같은' 일만 하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고 일정 시간이 지났을 때, 아 이건 도전하면 뭔가를 얻을 수 있겠다 싶은 것들만 열심히 했다. 국어나 영어 공부가 그랬다. 내가 일정 정도의 노력을 투여하면 그 결과가 오른 성적으로 바로 나왔다. 그러니 할만했다. 반대로 예체능 계열의 과목은 그렇지 못했다. 타고나지 못했기에 노력을 해도 그게 즉각적으로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그쪽 일을 업으로 삼는 것은 포기했다. 취미 정도로만, 살살, 그렇게만 즐겨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내 생각은 점점 달라지고 있다. 세상에는 물론 천부적인 재능으로 말미암아 바로 성과를 얻어내는 천재들도 많지만, 성공한 사람(여기에서 성공한 사람이란 자신이 하고 싶은 일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룬 사람을 말한다) 중에는 바로 성과를 얻지 못해도 끈질기게 계속 도전해서 결국은 성과를 이루어내는, 소위 대기만성형 인물들도 많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한(성과를 얻지 못한) 다른 사람들과 달랐던 점은 당장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지치지 않고 '계속한' 것이었다. 


  요즘의 나는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계속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사람들이 타고난 천재보다 더 멋져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지금 당장은 굉장한 필모를 쌓지 못했지만 계속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연기를 연습하는 것을 보며 존경하는 마음이 생긴다. 오디션에 또 떨어지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다음 오디션을 준비하는 가수지망생이 나보다 훨씬 대단해 보인다. 그들은 어쨌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 시도하고 또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십여 년간 글쓰기를 하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커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도 하지 않으니까, 그냥 그 길은 내 길이 아닌가 보다 지레 포기하고 다른 삶을 살아보려 노력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은 글쓰기이고, 자기표현이고, 소위 예술이라 불리는 그 어떤 활동들이란 것을. 나는 이 분야에 천부적인 재능이 없다. 그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안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나가 보려 한다. 당장 성과가 없어도 일을 계속해나가는 것은 멋지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해나간 사람들만이 최후에 성과라는 달콤한 열매를 누릴 수 있다. 


사진: UnsplashTowfiqu barbhuiya



  이 주제로 글을 쓰려고 작가의 서랍에 담아둔 지 며칠째. 쓰고 싶은 말은 산더미인데 좀처럼 글이 이어지지 않아 고생을 좀 했다. 사실 지금도 내가 담고 싶은 메시지가 잘 담긴 글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발행해 보련다. 시도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한번 시도하고 실패하면 또다시 시도하는 게 더 대단하니까. 그러니 나는 올해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떨어지더라도, 신춘문예에서 낙선하더라도 2024년에도 계속 글을 쓸 것이다. 내가 보고 눈물을 흘렸던 오정세 배우의 백상예술대상 수상소감을 붙이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매 작품 참여할 때마다 개인적으로는 작은 배움의 성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한 100편 넘게 작업을 해 왔습니다만, 어떤 작품은 성공하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은 심하게 망하기도 하고 또 어쩌다 보니까 이렇게 좋은 상까지 받는 작품도 있었는데요. 그 100편 다 결과가 다르다는 건 좀 신기한 것 같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그 100편 다 똑같은 마음으로 똑같이 열심히 했거든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가 잘해서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고, 제가 못해서 망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상에는 참 많은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 세상은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꿋꿋이 또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결과가 주어지는 건 또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거나 지치지 마시고 포기하지 마시고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든 간에 그 일을 계속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탓이 아닙니다. 그냥 계속하다 보면은, 평소와 똑같이 했는데 그동안 받지 못했던 위로와 보상이 여러분을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저한테는 동백이가 그랬습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곧 반드시 여러분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힘든데 세상이 못 알아준다고 생각을 할 때 속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곧 나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요. 여러분들의 동백꽃이 곧 활짝 피기를 저 배우 오정세도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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