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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안한 제이드 Dec 31. 2023

조금 자라난 것 같기도 한 나

그래서, 나는 나를 키웠나? 에 대한 대답


  호기롭게 2023년엔 나를 좀 더 키워 보겠다며 새해를 시작했었는데, 돌아보니 올해도 몇 시간 남았다. 더 크기는커녕 어째 더 쪼그라든 게 아닐까 싶기도 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어쨌든 한 해를 정리하는 글은 남겨보고자 한다. 막상 쓰려고 한 해를 돌아보니 나름 열심히 아등바등 발버둥 치며 지냈구나 싶어서 스스로가 약간 짠해지기도. 


사진: UnsplashJan Huber



1. 올해의 독서

  - 상반기의 독서는 다른 글에서 정리했으니 하반기 독서만 돌아보려 한다. 하반기에는 총 14권의 책을 읽었다. 바빠지면서 독서량부터 줄었다. 반성해야 할 일이다. 글을 쓰며 평생을 살고 싶은 사람으로서, input 없이는 output도 없음을 요즘 더욱 뼈저리게 느낀다. 책을 읽어야 쓸 수 있는 단어가 늘고 문장이 는다. 내년에는 강제로라도 독서량을 늘려야겠다.

  - 읽었던 대부분의 책들은 2024년 트렌드 관련 서적이었다. 업무 관련해서 트렌드 파악이 필요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도 트렌드 관련 책을 읽는 걸 재미있어하기에 웬만큼 유명한 책은 다 사서 후루룩 읽었던 것 같다. 다만 10월 말~11월 초에 빨리 읽고 알라딘에 팔아버려야겠다는 일념으로 너무 연속해서 읽다 보니 뒤로 갈수록 흥미가 떨어져서 대충 넘겨버린 건 좀 아쉬운 부분. 내년부터는 괜찮아 보이는 책 몇 권만 골라서 사는 걸 고려해 봐야겠다. 읽었던 책 중에 제일 재미있었던 건 대학내일에서 낸 'Z세대 트렌드 2024'. '트렌드코리아 2024'는 올해도 재미없었지만 제일 많이 인용되는 책이기에 꾸역꾸역 읽었다. 

  - 좋은 소설을 많이 발견한 반년이었다. 장류진 작가의 신작 소설집 <연수>가 나와서 재미있게 읽었고, 덕질 관련 소설을 찾다 <환상통>이란 소설을 발견해 엄청 웃어가며 읽었다. 백수린 작가의 소설을 <여름의 빌라>로 처음 접했는데, 너무 취향이라 행복했다. 앞으로 신작을 따라가며 읽을 작가가 한 명 더 늘어서 기쁘다. 

 - 에세이 등 비문학(?)도 몇 권 읽었다. 이진송 작가의 <아니 근데 그게 맞아?>는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서 독서노트에 기록해 가며 읽었고, <루나의 전세역전>은 인스타에서 봤던 만화였지만 책으로도 보고 싶어서 사서 다시 읽었다. 비혼세 팟캐스트를 듣게 되면서 곽민지 작가의 <아니 요즘 세상에 누가>도 접했다. 


2. 올해의 드라마

  - 드라마를 유난히 열심히 챙겨본 한 해였다. 기대작이라 불린 드라마들의 1화 정도는 다 찍먹 해봤던 것 같다. 물론 찍먹이 정주행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1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내가 재미있게 본 드라마들은 다 시청률이나 화제성이 높지는 않은 드라마들이었다고 한다. 마이너한 나의 취향!

  - 1화부터 마지막 회까지 빠지지 않고 집중해서 본 한국 TV 드라마는 <행복배틀>과 <악인전기> 두 개였다. 둘 다 로맨스라고는 1도 나오지 않는 장르물이었는데, 전개가 빠르고 흡입력 있어서 푹 빠져서 재미있게 봤다. 그러고 보니 의도한 건 아닌데 둘 다 ENA 작품이네.

   - 올해의 길티 플레저 상을 줄 수 있다면 넷플릭스 <XO, 키티>와 웹드라마 <청담국제고등학교>에 주고 싶다ㅎ 둘 다 하이틴물인데, 생각 없이 어머어머 하면서 보기에 딱 좋은 드라마였다. 진심 말도 안 되는 전개가 나오고 또 나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재미있게 봤음을 여기에나마 고백해 본다.


3. 올해의 체력

  - 바닥에서 시작해서 지하로 떨어진 한 해였다. 연초에 이사 가면서 몇 년간 그래도 꾸준히 다녔었던 필라테스에마저 발길을 끊었다. 1년 내내 먹고 자고 일하고만 했으니 건강은 안 좋아질 수밖에... 연말에 했던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는데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 여하간 12월부터 새로운(?) 동네에서 필라테스 다시 시작했으니 열심히 할 수밖에.


4. 올해의 도전

  - 처음으로 단편소설 한 편을 완성한 것. 소설이라는 산은 절대절대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러다 약간은 홧김에 소설 강의를 신청하게 되었고, 과제의 압박 속에서 어어 하며 지내다 보니 어느새 내 손엔 완성된 소설 두 편의 초고가 들려 있게 되었다. 물론 이제부터 수정할 길이 더 멀게 느껴지지만^^;; 어쨌든 퀄리티는 뒤로 하고 소설 같은 소설을 완성했다는 데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내년에도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소설을 쓰는 내가 될 것이다 :)


5. 올해의 덕질

  - 무려 BL 장르 웹드라마 <우리 연애 시뮬레이션>에 푹 빠져서 보낸 1년이었다. 드라마 덕질은 <손더게스트> 이후 오랜만에 해본 것 같다. 블루레이도 사고 관련 굿즈를 쓸어 담고... 그렇게 덕질 of 덕질을 열심히 했다(정확히는 하고 있다). 덕분에 재미있는 경험도 많이 했고, 새로운 걸 배울 의지를 불태울 수도 있었다. 역시 덕질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 

  - 왜 이렇게 이 드라마가 좋았을까 오래 고민해 보았는데.. 결국은 이 드라마가 주인공 '완'의 성장 서사이기 때문인 것 같다. 드라마 처음 볼 당시에 직업 관련해서 고민이 많았는데, 드라마 속 '완'이 했던 대사가 크게 와닿았다('(나중에) 후회해도, 지금은 제 선택이 맞아요'였던가). 그래서 그 캐릭터가, 이 드라마가 이렇게나 가슴에 사무치게 좋은가 보다. 




  그래도 정말 열심히 덕질하고, 열심히 도전하고, 열심히 실패해 가면서 살았던 2023년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봐도 후회는 없다. 더 열심히 살았어야지 싶은 마음도 없다. 그때그때의 나는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음을 알기에. 아직 내년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내년엔 올해보다 나에게 너그러워지려 한다.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더욱 많이 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계속 글을 쓸 것이다. 2024년의 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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