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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안한 제이드 Jan 10. 2024

이런 나여도 데리고 살아야 합니다.

2024년을 맞이하여 드는 생각들


  영 좋지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누군가 왜냐 묻는다면 8할이 가족 문제 때문이라 답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글로 풀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에(이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의 글로 한번 써보려 한다.. 쉽진 않겠지만), 왜 힘든지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냥 힘들어힘들어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라 하겠다. 


  그러던 와중 2024년이 밝았다. 새로운 1년의 시작은 나같이 게으른 사람에게도 뭔가를 시작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도록 만든다. 작년의 나는 어떠했지? 하고 돌아보니 무려 오오타니 쇼헤이 선수로 인해 유행했던 만다라트까지 그려가며 8가지 새해 계획을 세웠었더라(그중 1/3도 이루지 못한 건 안 비밀). 브런치에서도 <나는 나를 키웁니다>라는 초 긍정적인! 제목으로 매거진 발행도 시작했었더랬다. 이렇게나 진취적일 수가!


  지금의 나는.. 사실 신년이 온 게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 푸른 용의 해가 밝았으니 새로운 다짐을 해가는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며 '아.. 1월이구나...' 하고 멍때리고 앉아 있기만 하다. 1월이 되고 벌써 열흘이나 지났음에도 그 어떤 신년 계획도 세우지 못했다. 다이어리에 몇 자 적은 일기를 들쳐봐도 '1월인 게 실감이 안 난다'는 말만 동어반복처럼 늘어서 있을 뿐이다. 비극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진: UnsplashLivia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새해를 맞아 야심 차게 다짐을 하든지 드러누워서 좌절이나 하고 있든지, 시간은 흐를 것이고 2024년도 속절없이 지나갈 것이다. 내가 외면하거나 무시한다고 이런 내가 없어지거나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나여도 내가 데리고 살아야만 하는 2024년인 것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절망적이기보다는 오히려 마음이 후련해졌다. 그래. 이런 나여도 데리고 살아야지. 어쩌겠어 이렇게 태어난걸. 


  정말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새해 들어 병원도 상담도 꼬박꼬박 한 번씩 다녀왔고 운동도 1주일에 한 번씩은 나가고 있으며 지난주에는 소설 수업을 완강(!)했다. 나인 투 식스로 회사를 다니면서 이런 것들을 해냈으니 어쩌면 이미 꽤 잘 살고 있는지도. 그러니 올해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건 좀 삼가려 한다. 우울감에 흐느적거리는 나를 그냥 지켜봐 주고 같이 데리고 살아내는 것, 그것을 올해의 목표로 삼아야겠다. 가끔 기분이 좀 좋아질 때면 덕질도 좀 하고 새로운 시도도 해보고 하면서 살아야지. 일단 이번 주말엔 엄마와 같이 짧은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다. 여행 후기도 가능하다면 브런치에서 풀어보고 싶다. 


  다 쓰고 나니 도대체 무슨 글을 쓴 건지 모르겠지만(ㅎ) 내 글은 원래 그러니까!ㅎㅎ 나를 포함해 모두가 어깨에 들어간 긴장을 풀고 2024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평소에도 충분히 힘드니까. 이런 나랑도 어찌어찌 사이좋게 지내야 나도 안 힘들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도 지금 내가 우울해서인 것 같긴 하지만ㅎ 어쨌든 화이팅이다. 힘 안 내고 살아보는 2024년 화이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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