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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안한 제이드 Mar 14. 2024

떽, 사람은 관망하는 게 아니야

새로운 사람과 교류하는 방법


  요즘 사람을 많이 만나고 있고, 앞으로도 많이 만날 예정이다. 여기서 말하는 '사람'이란 회사에서 매일 만나는 동료직원 및 공공장소에서 오며 가며 지나친 사람들을 제외한 곳에서 만난 인간을 가리킨다. 지난 몇 년간 내가 만난 새로운 '사람'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고도 남을 만큼 적었다. 일에 필요한 대화를 나누는 회사 사람들, 몇 달에 한 번 안부를 묻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 그게 내 인간관계의 전부였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던 지난 1~2월부터, 미친 듯이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모임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단 일본어 회화 학원과 소설 강의를 일주일에 한 번씩 나가고 있다. 둘 다 단순히 선생님 말씀을 듣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수강생의 참여가 중요한 스타일의 수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다. 일본어 회화 학원만 하더라도, 정말 엄청나게 다양한(내가 여기가 아니라면 절대 말도 섞어볼 기회가 없을)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IT계열 직장인이면서 경영대학원에 다니는 분부터 화학물질 관련 컨설팅 회사 직원, 엔터 업계 유통회사 직원, 일본어과 대학생까지... 나이와 직업이 천차만별인 사람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일본어로 허둥지둥 대화를 나누는데, 이 과정이 제법 재미있다. 

  소설 강의도 비슷하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이니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않을까(30대 여자?)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막상 가 보니 남자 수강생도 제법 많았고 주부부터 문예창작과 학생까지 그 스펙트럼이 다양했다. 좋아하는 작가도 거의 전부 다를 정도로 제각각 특징(?)이 다른 사람들이 소설 수업을 듣기 위해 모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사진: UnsplashToa Heftiba



  흥미로운 것은 흥미로운 것이고... 문제는 내가 극 내향적 인간인 데다 내성적이기까지 하다는 데 있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의지와는 별도로, 새로운 사람을 파악하고 그들과 대화하는 것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회화 학원이나 소설 수업을 다녀온 날은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뻗어 누워서 유튜브만 보다 잠이 들기 일쑤였다. 가뜩이나 에너지가 늘 부족한 나로서는 견디기 힘든 피로였다. 


  더불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에게 다가가고 친해지려 하기보다는 관망부터 하는 내 습관이 또 튀어나왔음을 스스로 느꼈다. '관망하다'는 '한발 물러나서 어떤 일이 되어 가는 형편을 바라보다.'라는 뜻이라 한다. 중요한 것은 '한발 물러나서'이다. INFJ인 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고 다가가기보다는 약간 동떨어진 상태에서, 마음의 문을 아직 열지 않고 그들을 구경(?)하는 버릇이 있다. 이번에도 자꾸만 그 모임의 안에 들어가지 않고 옆에 우두커니 지키고 서서 '아, 저 사람은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고 저걸 좋아하는군.', '아, 이 사람은 이렇게 할 때 당황하는군.' 하고 말 그대로 관망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래서는 기껏 노력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보람이 없다. 뭔가 개선이 필요하다. 


  내일은 또 다른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날이다. 지난달에 미친 듯이 신청했던 독서모임이 시작된다. 내일의 모임에 가서는 그저 사람들을 관망만 하고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화 참여도 해보고 말도 먼저 건네 보고 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물론 내향적&내성적인 내 성격 상 쉽진 않겠지만.. 어쨌든 사람은 관망하는 대상이 아니라 상호 교류하는 존재여야 한다. 내일의 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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