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4일 멜버른, 행복과 개성에 대한 고찰
영화 같았던 노을,
호주에 도착한 지 12일 차가 되는 저녁이다.
오늘 저녁에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
홈스테이 엄마와 다소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홈맘의 딸인 Emily는 내년 국제학교에 가는데, 그래서 그런지 딸을 안심시켜 주려고 여러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그래서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의 나라를 떠나 외국에서 독립적으로 지내본 적이 있으면, 다시 원래의 나라로 돌아가는 걸 원하지 않는 사람들(친구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나의 지금 홈맘, 홈대디는 베트남 분들이다.
홈맘도 10년 전쯤 베트남에서 호주로 건너왔고, 유학을 하고, 지금은 호주에서 회계 관련 일을 하시고 있다.
그래서 외국에서 공부하는 것, 외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가지는 것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가 시작됐다.
베트남에서 호주로 처음에 유학 올 기회, 제안을 부모님한테 처음에 받았을 때 홈맘은 모험적인 걸, 배우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너무 좋았다던 그때의 이야기, 그리고 베트남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변에 대해, 치안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는 이야기, 그곳보다 호주에서는 상대적으로 더욱 안전감(safety)을 느낀다는 이야기,
어제인 화요일 점심에, 친해진 멕시코 동생이 나와의 대화 중에 한 질문이 하나 있었다.
그 당시에는 내가 다른 이야기도 같이 하느라 질문을 ‘’ 한국에는 대학을 가는 사람들이 많아?‘로 듣고, 대답을 한 뒤 그 뒤 수업이 끝난 후에 질문을 잘 못 들은 것 같은 게 계속 찝찝해서 메시지로 ’ 아까 우리 이야기했을 때, 한국 대학 관련 질문에 어떤 수식언들이 붙어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잘못 들었던 것 같아. 뭐 물어보려고 했었어?‘라고 다시 물어봤다.
그랬더니 돌아오는 메시지는 다음 내용과 같았다.
”한국의 대학생들이, 자살을 많이 하는지 궁금했어. (i wanted to ask if many people commit suicide in college.)“
이 문장을 보고, 놀란 것은 물론이고, 어떤 걸 보고 이 질문을 하고 싶었는지도 궁금했다.
당황한 것과 동시에 쉽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
“아, 내가 나라별로 그거에 대해 비교해 본 적은 없어서, 지금 바로 답하기엔 어려운 질문인 것 같다. 내가 관련 자료들을 한번 찾아볼게.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선에서 대답을 해보자면,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은 많은 것 같아.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대학교 2학년쯤 됐을 때, 그들의 진로에 대해 많이 고민하거든. “
그리고 저녁에, 조금의 생각 후에 메시지를 덧붙였다.
” 아마도, 나는 우리가(we) 자신만의 ’ 행복‘을 정의하는 법, 그리고 그 행복을 만드는 법에 대해 많이 생각할 시간을 가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 우리가 저번 주 수업시간에 이야기했던 것처럼. 왜냐하면 고등학교까지 우리는 공부만 하는 경우가 많거든. “
실제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2003년부터는 헝가리를 제치고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
2022년 기준, 10만 명 당 자살률 25.2명 수준으로 2010년 전후에 비해서는 낮아진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OECD 평균보다 두 배 정도 높은 자살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뉴스아이에스, 장혜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원장)
최신 자료를 찾아보고 싶어 칼럼 및 자료들을 더 찾아보니,
현재(2023년 통계) 기준 청소년 자살률은 OECD 주요 회원국 중 3위, 청년과 노인 자살률은 두 부분 다 1위라고 한다.
(WHO의 2023 mortality database를 활용하여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산출)
(여기서 통계를 보며 놀랐던 점은 평화롭게만 생각했던 핀란드와 오스트레일리아도 청소년, 청년 대상 상위권에 있다는 점)
.
.
실제로 한국은 , 통계상으로 자살률이 높은 게 맞았다.
그래서 멕시코 동생이 그런 질문을 한거려나.
사실, 나도 대학에 입학하고 난 후에 ‘자살’이라는 현상에 대해 생각을 한 적이 여러 번 있다.
본래 철학을 좋아하고, 생각이 많은 성향이라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고등학교 때까지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삶’, ‘선택’, ‘주체’, 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대학교에 입학 후, 나의 첫 번째 고비는 대학교 2학년 2학기 개강쯔음이였다.
나는 서울과 비교하면 매우 시골인, 충청남도의 한 지역에서 자랐다.
그 지역 내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으며 대학교를 시작으로 처음 서울에 왔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거의 없을 만큼 공부를 잘 하는 편이었다.
종이로 된 상장을 받게 되면 같이 주는 남색 홀더에 한 학년에 받았던 상장을 모두 꽂아두었었는데, 그 상장 홀더가 터질 것 같이 항상 매년 많은 상장을 학교에서 받아왔다.
중학교 때는 어떤 책을 읽고 시험기간 공부법, 공부법을 체득한 적이 있는데 그 공부법대로 스케줄을 짜고 공부하니 성적이 잘 나왔었다.
그래서 중학교 졸업쯤에는, 중학교에서 공부를 가장 잘하면 간다는 과학고에 지원서를 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최종으로는 떨어져서 울면서 기차를 타고 혼자 서울에 언니를 보러 간 적도 있다. ㅋㅋ)
하지만 중학교 때 잘 나왔던 성적과 달리, 고등학교에 가고 이과를 선택하자, 국어 영어에 비교적 강점이 있고 수학, 과학에는 약점이 있었던 나는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의 나는 1학년 때 ‘뇌공학’ 관련 책을 읽고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기술로써 도움을 주는, 희망을 주는,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 꿈을 가지고 고등학교 3년 내내 공부했고, 교내외 다양한 활동들을 하며 생활기록부를 채워나갔다.
다행히 대학교 원서를 낼 때, 나는 내가 원하던 의공학을 공부할 수 있는 ‘생체공학부’, ‘전자공학부’, ‘의공학부’ 등에 지원서를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학교에 희망하는 학과로 입학을 했다.
새로움으로 가득 찬 대학교 1학년을 보낸 뒤, 2학년이 되면 많은 대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활기로만 가득했던 1학년이 지나고 나면, 어딘가 모를 적막감과 같이 학과의 전공 난이도는 급격히 상승하는 것도 한몫을 한다.
나의 경우에는, 이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책의 한 구절, 한 구절을 읽으면서, 중학교 때부터 해왔던 치매 어르신 관련 봉사활동이 생각나며, 의공학이라면 치매뿐만 아니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을 통해 자신의 소중한 가족들과, 친구들과 의사소통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정말 멋진 일이고, 내 마음 한쪽이 뜨거워지는 느낌을 느꼈었다.
하지만, 전자공학과를 다니면서, 주변에는 기업에 취직을 원하는 선배, 친구들이 대부분인걸 알게 되었다.
(이후 대학 밖으로 나가보면 더 다양한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걸 알게되었지만,)
물론, 그 기업의 한 부서가 사회에 영향을 주고, 사회와 개인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책에서 봤던 것처럼 내 열정을 끌어올리는 일을 하고 싶었고,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전과도 하고, 다른 공부도 해보고, 노동 관련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보람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노무사 공부를 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언론, 연구 직무와 창업을 가장 희망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저런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통해,
”나는 ‘영향’과 ‘성장’이 가치관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이구나. “
“한 분야에 내가 흥미와 적성이 없어 실망하고 힘들어하는 것보다, 나와 닮은 사람들이 있는 곳, 내 강점을 더 발휘할 수 있는 곳에 가는 게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구나.”
“단순히 ‘목표’를 보며 달려가는 게 아니라, ‘상위권’을 향해가는 게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의 성향과 가치관을 알고, 나에게 맞는 길을 바르게 달려 나가는 게 맞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 2학년부터 약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생각들과 경험이 나를 거쳐갔다.
그중에서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삶’, ‘죽음’에 대한 것들도 많았다.
오죽하면, 본가에 내려가서 부모님과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뒷좌석에 앉아
‘사람들이 왜 살아가는 걸까?‘ ’ 사람들이 사는 이유는 뭘까?‘ 하는 질문을 하기도 했었다.
그때의 부모님의 답변은 나에게 매우 실망적이었는데,
’ 태어났으니까 산다.‘ 하는 뉘앙스의 답변이었던 것 같다.
그 답변은,, 내 기준에는 만족이 되지 않는 답변이었지만, 그 뒤에 여러 책을 읽고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질문을 잘못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때 질문을 다르게 할 수도 있었다.
’ 엄마는, 살아가는데 원동력이 되는 일이 뭐야?’
‘아빠는, 어떨 때 가장 행복해?’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각자에게 주어진 인격을 되도록 유익하게 사용하여 인격에 적합한 노력을 하고, 인격에 맞는 형태의 교육을 받는 일이다. ”
“이런 지루함에 대처하는 방법은 임의로 가정한 일시적 동기를 의지 앞에 밀어붙여 의지를 자극해야 한다. 이로써 지능이 동기를 받아들여 활동하게 만든다.”
이 문장들을 보니, 고등학교 때까지 우울감이나 허망함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눈앞에 항상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대회나 운동회, 체육대회 같은 이벤트가 있어서이지 않았을까 싶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오늘 저녁식사로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홈맘과의 이야기에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저도, 대학교에 들어와서 우리가 고등학교 때까지 공부만 했던 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구나, 공부가 전부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그리고 진로고민을 하면서, 처음으로 목표가 없는 시기를 보내게 되었고, 그때 매우 우울감이 심했다.
베트남과 같이, 우리는 학창 시절에 공부를 매우 열심히 한다. 특히 시티(서울)가 아닌 지방은, 예술 학원이나 다양한 분야를 가르쳐주는 학원들이 없기에 학교 내의 성적, 공부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한국은 비교를 많이 하는 편인 것 같다. 호주에 와서 많이 느꼈던 생각은, 사람들의 개성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거리에 나가보면, 우리는 사람들의 다양한 패션, 말투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의 개성을 볼 수 있다.
이 점이 매우 좋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한국사회에서의 높은 자살률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문지혜, 대동철학회지, 2015)‘에서 말하듯이, ’ 문화‘는 자기 개념/정체감의 형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중 하나이며 자기 개념의 명확성 또는 정체성 확립 수준은 심리적 역기능과 부적 관련성을 갖는다.
많은 연구에서 정체성 혼란이 우울 및 자살시도 및 사고와 연관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정체감이 잘 확립될수록 우울이나 자살사고를 경험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러나 한국문화는 한국인에게 정체감 혼란을 겪게 만들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
.
‘즉 한국문화의 특징으로 인해 물질적 자기의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을 수 있으며 그 결과, 한국인의 자살률이 높을 것이라 짐작된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 논리에 대한 실증적 증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
‘문화’는,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정체성’, ‘개성’에 영향을 준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들 중 하나는, ‘삶을 예술로 만드는 법(로버트 프리츠)’이라는 책이다.
“우리는 생명 그 자체로 창조물의 일부이며, 창조의 궁극적인 신비는 고유한 리듬과 조화로움으로 우리 삶에 스며든다.
그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그 신비에 우리의 목소리를 추가할 수도 있다. 삶의 창조 과정에서 우리는 수동적인 청중에서 능동적인 연주자로 변화할 수 있다. (p.27)“
호주에 오기 전, 나는 부모님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내가 무언갈 원하는데 그걸 하지 못해서, 또는 삶에 의욕이 없거나 힘들어서, 우울증에 걸리고 나에 대해 안 좋은 생각, 무기력에 빠지는 것보다는
무리를 해서라도 하고 싶은 거에 투자를 하고, 그걸 통해 경험을 하고, ’ 삶이 괜찮은 거구나 ‘, ’ 좋은 것들이 많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통해, 오히려 다음에 그 은혜를 갚아야지, 더 많이 벌거나 더 많이 이뤄야지, 그러면 어떤 걸 하면 좋을까, 바로 다 해보고 지원해 보자, 성공해 내자, 하는 동기부여, 선순환을 이번 여행을 통해 만들어 내고 싶다고. 그 선순환이 내 미래에 있어서 훨씬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 줄, 내가 제일 잘 알기 때문에 이번 여름 방학에 나에게 있어 매우 큰 원동력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실제로, 호주에서의 경험을 통해 내가 최근 친구에게 한 말이 있다.
”나는 ’ 행복하려고 산다 ‘는 말의 의미를, 지금은 그렇게 행복하진 않은데, 행복하려고, 행복을 느끼려고 산다’라는 뜻으로 해석했었는데, 최근에 그리고 호주에서 ‘행복’의 순간을 느끼고 생각을 하다 보니, 그 ”나의 ’ 행복’을 유지하려고, 지키려고 산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후자가 나한테는 훨씬 더 살아가는데 동기부여가 된다고, “
“삶을 예술이 되게 하려면, 당신은 자신만의 깊이와 생명력을 절대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p.57, 삶을 예술로 만드는 법)
그저 나로 살자. 나의 취향을 발견하고, 하고 싶은 일을, 공부를, 행동을 하며 살자.
나를 발견하고, 나에 맞는 생활 습관을 , 환경을 구축하는 것.
‘내 개성(individuality, personality)에 맞게 살아가는 것’.
그게 첫 번째 시작이자, 전부인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그런 사람들이, 내 눈에는 더 멋지고, 아름답고, 당당하게 보이는 것 같다)
#삶
#행복
#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