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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Jan 03. 2021

혼자 아픈 사람은 없다

고슴도치는 자신의 가시를 모른다

인간에게 감정과 욕망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감정과 욕망은 절대로 무시당하거나 거부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욕망과 감정은 반드시 의지와 지성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인간은 컴퓨터가 아니다. 그래서 감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게 된다. 어떤 경험을 하면, 그에 대한 감정이 자연적으로 따라온다. 

공포영화를 보면 두려운 감정이 자연적으로 따라오고, 연애를 하면 뭔가 보호받고 사랑받는 느낌이 든다. 배우자가 나를 배려해주면 행복해진다. 상대방이 화를 내면 나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인간에게 가장 독특한 게 있다면 그것은 감정이다. 감정은 똑같은 것을 경험해도 모든 사람이 다 다르게 느낀다. “그곳에 가고 싶었어요.”라고 말해도 가고 싶은 정도가 다 다르다. 때론 스스로가 어떻게 느끼는지 조차 알지 못할 때도 있다. 그래서 자신과 타인을 관찰하는 일은 나와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이 나쁘다고만 생각을 한다. 감정은 옳고 그런 게 없다. 감정은 감정일 뿐이다. 인간이기에 감정이 있는 것뿐이다. 대부분 ‘화를 내는 건 죄를 짓는 행위’라고 생각을 한다. 긍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도 함께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자신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감정은 자신에 대해서 중요한 걸 알게 해 준다. 감정을 잘 관찰하면,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발견할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은 인간을 어떤 사람이나 물건, 사건과 가깝게 만들기도 멀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넘어져서 다치면 상처가 나고, 우리는 당장 조치를 취한다. 컴퓨터가 갑자기 느려지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조치를 한다. 감정 또한 지금 마음속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알게 해주는 신호이다. 부정적인 신호가 오면 당장 조치를 해줘야 하는 것이다. 감정은 잊어버리려고 해서 잊히는 게 아니다. 컴퓨터가 느려지거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계속 사용한다면, 머지않아 컴퓨터는 고장이 나게 된다.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감정을 무시하고 그냥 살면, 부부 사이나 인간관계에 금이 가게 된다. 부정적인 감정은 관찰을 통해 정확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정확한 사고를 하려 하지 않는다. 관찰하고 찾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 


우리 두뇌는 5세 이전에 분노, 증오, 절망 등 원시적 감정을 배우고, 5세부터는 대뇌피질을 통해 사회생활에 필요한 개념적인 언어와 글자, 그리고 환경에 의해 배운다.

프로이트는 5세 이전의 일들을 기억 못 하는 현상을 ‘유아기 기억상실(childhood amnesia)’라고 불렀다. 뇌 과학자들은 기억력이 원시적 잠정에서 개념적으로 바뀌는 5세를 ‘기억 전환 나이(Memory Transition age)’라고 지칭했다. 원시적 감정은 5세를 넘으면서 더 이상 발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5세 유아나 어른들의 원시적 감정은 똑같다. 아무리 학식과 덕망을 갖춘 사람이라도 분노나 증오, 두려움 등의 감정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는 없다. 


다시 말하면 부정적인 감정은 생존에만 집착하는 뇌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정신의학자인 카바트 진(Jon Kabat-Zinn) 박사는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조용히 관찰을 하면 우리 두뇌가 만들어내는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부정적인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인간이 부정적인 감정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요? 때로는 분노에 파묻혀 치를 떨기도 하고, 때로는 절망적인 늪에 빠져 허덕이는 것도 다 우리 스스로 창조해내는 겁니다.” 

부정적인 감정이나 생각은 내 생존을 위해 생겨나는 것인 만큼, 인정하고 따뜻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카바트 진 박사의 말대로 우리 두뇌가 만들어 놓은 감정은 경이롭다. 감정은 때론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뒤엉켜 나타나기도 한다. 감정에는 강약도 있어  조금 화가 날 수도 있고, 화가 많이 날 수도 있다. 조금 행복할 수도 있고, 많이 행복할 수 있다. 조금 슬프다가도 좋아지고, 조금 슬프다가도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슬픔을 경험할 수도 있다. 

남편이 옷을 사주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활비가 걱정되기도 하는 상반되는 감정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정을 ‘좋다’, ‘나쁘다’로 구분 지어 생각하지만, 감정 변화를 잘 관찰해보라. 그러면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어떤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스스로의 감정을 알아내는 방법은 자신이 어떤 식으로 반응을 하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남편이 말을 할 때 나는 미소를 짓고 있는가?’,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는가?’, ‘내가 말할 때 음정은 어떠한가?’, ‘예쁜 말을 쓰고 있는가?’, ‘어떤 목소리 톤으로 말을 하고 있는가?’ 이렇게 자신의 반응을 관찰해보면 감정 상태와 자신이 어떤 식으로 반응을 하는지 알 수 있다.  

갱년기 증상으로 괴로웠을 때 남편에게 "당신 때문에 너무 힘들다.”라고 했더니  남편 역시  “나도 너무 힘들다.”는 말을 했다. 남편의 말을 듣고 혼자 아픈 사람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은 무언가를 원한다. 남편은 내가 무언가를 해주기를 원하고, 나는 남편이 무언가를 해주기를 원한다. 일생생활에서 이 모든 것이 무의식적으로 행해진다. 인간은 오감을 통해 경험하고, 느끼고, 해석하고 갈망하게 된다. 일부러 의식하지 않아도 감정이 있기 때문에 행해지는 것이다. 

관찰하고 살피며 주의 깊게 들어가면,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상대방의 행동 또한 이해하게 된다.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있어야 보다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행동들로 연결할 수 있다. 

이런 감정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나는 이제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어", "나는 지금까지 많이 참고 살았어", "더 이상은 같이 살 수 없어”라는 자신이 느끼고 갈망하는 게 전부라는 착각 속에 살게 된다. 이런 사고방식은 늘 후회와 원망을 낳게 된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배우자는 당신의 곁에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들더라도 부부간의 정과 의리만 있다면, 그 가정은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고슴도치는 자기의 가시를 모른다. 남편에 대해 늘 불만을 이야기하는 후배가 있었다. “남편은 나를 사랑해 주지도 인정해주지도 않아요.”라며 남편에게 사랑받고 싶다며 괴로워했다. 갈등의 원인이 남편에게만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부부관계를 더 힘들게 만들 뿐이다. 나는 그 후배에게 옆에 있는 따뜻한 쿠션을 주고 안고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느낌을 물었다. 후배는 보들보들한 쿠션의 느낌이 너무 좋다고 이야기하며 계속 안고 있었다. 배우자에게 편안히 안기고 싶으면  자기도 모르게 박혀 있는 가시를 빼고 보들보들한 쿠션이 되어야 한다. 혼자 아픈 사람은 없다. 자신이 어떤 식으로 반응을 하는지 관찰을 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알아내고 대처해야 갱년기에 대처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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