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로서 첫 근무를 하다

by 새내기권선생

다음 날이 첫 출근이라는 생각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내 소개를 담은 PPT를 만들면서, 이 사진과 이 멘트에는 어떤 반응을 할까 정말 궁금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건 전부 오산이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아이들은 의심을 눈초리를 보내며, 아는 채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PPT를 켜고, 소개를 열심히 했다. "선생님은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가워요. 60억 인구 중에 우리가 이렇게 만났다는 건 정말 소중한 인연이 아닐까요?. 앞으로 우리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떤 아이가 내 목소리를 흉내 내며 따라 했다.


처음에 '잘못 들었나?' 싶었다. 못 들은 척,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보아 하니 어떤 아이들은 떠들고 있고, 심지어 몇몇 아이는 엎드려 있었다. '내 목소리가 작아서 그런가?' 하고 일부러 큰 목소리를 내보기도 했다.


짝을 바꾸기 위해 아이들에게 복도로 나오게 했다. 아이들에게 남자 한 줄, 여자 한 줄로 서보라고 했다. 그런데 웬걸, 제대로 줄을 서는 학생은 20명 중 딱 2명이었다. 몇 명은 청소용 구함의 빗자루를 들고 칼싸움을 하고 있고, 어떤 아이는 청소용 구함 안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또 어떤 아이는 교실 앞에 있는 화장실에 갑자기 들어섰다. 옆 반에서는 무슨 소리가 갑자기 들렸다. 가 보니 우리 반 아이가 옆반 선생님의 서랍을 열고 있었다.


그때의 상황은 '총체적 난국' 그 자체였다.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꾸중을 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혼내려고 하는데, 강당에서 개학식 하는 시간이 되어 버렸다. 얼른 아이들을 한 줄로 서게 한 다음 강당으로 올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반이 제일 마지막이었다. 선생님들께서 안쓰러운 표정과 눈빛을 보냈다. 우리 반 아이들을 앉히자 개학식이 시작되었다.


교장 선생님 말씀이 시작되자마자, 속닥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반 학생들이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졌다. 개학식을 끝내고 반으로 내려왔다. 너무 화가 나서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15분 동안 꾸중을 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어찌 책상 이름표 만들기 활동을 끝내니, 급식 시간이 되었다. (이름표 만들기 시간에도 서로를 때리고, 욕하는 등 사건이 많았다.) 아이들을 급식소로 보내고, 나는 반으로 올라왔다. 도저히 밥을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내 몸에 있는 모든 기력이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혼이 나갔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화낼 힘조차 나지 않았다. 그래서 30분간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교사용 책상에 앉아 그냥 멍하게 교실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이 직업이 나에게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생 실습 때까지만 해도 분명 천직일 거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모습이 참 어색했다. 그냥 교감선생님께 가서 기간제 교사 못하겠다고 솔직하게 못하겠다고 말씀드릴까도 생각했다. '죄송하지만 정말 힘들어서 못하겠다'라고 말씀드릴까 고민했다.


옆반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셔서 밥을 먹으러 갔다. 내려가는 도중 행정실장님과 마주쳤다. 실장님은 "힘들죠? 저도 우리 학교 출신이에요. 우리 학교 아이들이 원래 좀 많이 힘들어요. 너무 크게 책임감 가질 필요 없어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성인이 된 이후 다른 사람 앞에서 눈물을 흘린 적이 없는데, 눈물이 났다.


직업의 사명감에 대해 너무 크게 생각하고 있었던 탓이었을까 아니면 새롭게 만나는 학생들에 대한 기대를 너무 많이 한 탓이었을까. 무언가 조금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 이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1년을 보낼지 걱정이 정말 많이 되었지만, '그냥 부딪혀보자' 하고 결정되었다. 허승환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실수란 존재하지 않아요. 단지 경험만 있을 뿐이에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시도하지 않은 것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어차피 힘든 아이들은 언젠가 만나야 하고, 조금 더 일찍 만난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하교 한 다음의 우리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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