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점자의 날' 주간을 보내며 장애이해교육을 할 때, 시야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두 팔을 옆으로 벌려본 뒤 고개를 앞으로 고정시킨 후 보이는 정도라고 설명을 해주며 나의 시야가 어느 정도인지까지 알아보았다.
분명 그때 나의 시야도 내 팔을 양 옆으로 벌리며 시선을 앞으로 고정한 뒤 보이는 범위라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했었는데 가끔 초능력이 발휘될 때가 있다.
바로 오늘 같은 날이다.
시야(視野, field of view)는 어떤 사물이나 생물이 관찰할 수 있는 (각도, 선형, 혹은 지면적) 범위를 뜻한다. 동물들은 눈의 배치에 따라 각기 다른 시야 범위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시야 범위는 거의 180도 전방이며, 몇몇의 새는 완벽히 360도이거나 거의 360도에 가까운 시야 범위를 가지고 있다. 덧붙여, 시야 범위의 측정 범위는 바뀔 수도 있다.
<출처: 위키백과>
"힘찬 아 잘 가~"
"네 선생님."
훗 투다다다다다다다.
툭! 무엇인가 넘어지는 소리가 났고 곧이어 투다다다다 튀는 소리가 난다.
튀는 소리와 뛰는 소리는 엄연히 다르다.
하교 인사를 하고 당당하게 가는 걸음은 다다다다 기분 좋은 리듬을 싣고 있다면
잠시 멈추고 한번 눈치를 쓰윽 살핀 뒤 (흣) 투다다다다 하는 걸음은 무엇인가 도망치는 듯한 걸음이다.
무슨 일인지 사건 현장을 보지 않고도, 나는 힘찬이의 걸음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사실 어떤 일인지도 보지 않았지만 대충 가늠이 된다.
실내화를 갈아 신고 신발을 신으며 신었던 실내화는 신발장에 넣어두어야 하는데 그냥 두고 간다거나
신발장 옆에 있는 우산 꽂이를 넘어트린 뒤 '에잇, 귀찮아. 선생님이 모르겠지?' 하는 것 중 둘 중 하나일 테다.
오늘은 뛰음 박질 소리 전에 무엇인가 툭 소리가 난 걸 보면 우산통을 쓰러트린 것이 분명하다.
자리에 가만히 앉아 목청 높여 "힘찬 아~~~ 원래대로 해놓고 가야지." 하고 불렀다.
"에잇!" 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가버린다.
이미 나의 센서가 발휘되었기에 그냥 보낼 수 없다.
나로 인해 망가진 것, 넘어진 물건은 다시 원래대로 해 놓고 돌아서는 것도 교육이기 때문이다.
창문을 열고 힘찬이가 올 운동장 방향을 향해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자신을 데리러 온 활동 보조님의 차를 타려던 아이는 내 얼굴을 보고 기겁을 한다.
못 본 척 차에 타려기에 다시 한번 큰 소리로
"힘찬 아~ 우산통 일으켜놓고 가야지?" 하고 이야기했다.
단단히 걸렸구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씩씩 거리며 돌아오는 힘찬이다.
결국 힘찬이는 친구들이 나오다 넘어지지 않게 우산꽂이를 처음의 상태로 되돌려 놓고
아주 공손하게 배꼽손을 한 뒤
"선생님, 죄송합니다. 원래대로 해 놓았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하며 돌아섰다.
가끔 내가 생각해도 나의 시야가 이렇게 넓을까? 생각될 때가 있다.
시야뿐 아니라 청력도 마찬가지이다.
아이의 발걸음 소리, 책가방을 교실에 내려놓는 소리, 교실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목의 스냅의 느낌만 봐도
오늘 아이의 기분이 어떠한지 알 수 있다.
적당히 눈감아 주어야 하는 것들도 있지만 오늘처럼 모두의 안전을 위한 것, 기초기본 생활 습관을 위한 것에는 예외를 둘 수가 없다. 일단 나의 레이더망에 들어온 이상은!
지나치게 감각이 발달된 선생님을 만나서 아이들이 고생이다.
선생님과 여러 해 함께 하며 너희들도 알게 되었을 거야.
그러니 우선 대충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넣어두렴.
선생님의 이 지나치게 발달된 촉은 그 생각의 눈 빛부터 알아채거든.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하루종일 360도로 가동되던 시야도 이제는 잠시 접어 두어야 할 때다.
집에서는 딱 앞만 보며 귀도 닫고 앞만 보며 지내며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지내려고 한다.
아이들도 집에서는 지나치게 발달된 감각을 지닌 선생님을 피해 마음껏 펼치며 즐겁게 지내고 오길 바란다.
그것이 너희와 내가 주말을 행복하게 보내는 방법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