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제 것이 절대 아닌데요?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급식실로 향하기 전 책상정리를 한다.
"자~자기 연필과 지우개 잘 챙겨서 필통에 넣으세요."
"네."
대답은 분명 신나게 했는데 책상에는 다시 연필이 가득이다.
"자기 연필 챙겨야지?" 물어도 서로 얼굴만 멀뚱멀뚱 바라본다.
" 제 것이 아닌데요."
" 제 것도 아니에요."
서로 자기 물건이라고 하기는커녕 자기 것이 아니라며 목소리가 높아진다.
물론 이 중 한 두 자루는 아이들이 필통을 놓고 왔을 경우를 대비해 교실에 비치해 둔 것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예비 연필도 처음에 한 두 자루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연필꽂이를 가득 채우고 있으니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작아진 몽당연필도 아니다. 겨우 몇 번 쓴 크고 새 연필들이다.
아이들은 그저 필통에 넣기가 귀찮은 것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바쁜 마음의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어 잠시 자리에 앉도록 권했다.
연필꽂이 가득한 연필과 지우개의 주인을 찾기 시작한다.
"제 연필이 아니에요. 전 오늘 필통을 안 갖고 왔거든요."
'그래 아주 잘했구나.' 차마 하고 싶은 이야기는 속으로 넣었다.
타조가 억울하다는 듯 한옥타브 높아진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확실히 전 아니에요. 제 연필은 오렌지 색이에요."
타조의 오렌지색 연필 이야기에 아이들 모두가 흥분했다.
"여기 이 연필 다 오렌지 색이네. 그럼 타조 니 거 아니야?"
타조는 억울하다는 듯 교실에서 오렌지로 된 물건을 찾는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는 것처럼, 오늘따라 교실에서 오렌지는커녕 귤 비슷한 색의 물건도 눈에 띄질 않는다.
그러다 겨우 타조의 눈에는 선생님의 콩팩 커버가 눈에 들어왔다.
"내 것은 이런 오렌지 색이라고."
순간 웃음이 난다. 마치 현대판 '금도끼 은도끼'의 한 장면처럼 '제 것은 오렌지색이 분명합니다.' 외치는 모습이라니.
요즘의 아이들은 참으로 풍요롭다. 필통을 갖고 오지 않아도 이미 교실에 충분한 수업 도구가 준비되어 있다.
어쩌면 연필이나 지우개 따위는 더 이상 학업에 있어 매력적인 도구가 아닐 수도 있다.
이것이 아마 디지털 기기나 게임도구처럼 아이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물건이었다면 서로 내 것이라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 옛날 '금도끼 은도끼'의 착한 나무꾼은 자기 물건이 아니기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자기 물건이어도 물건을 챙기기 귀찮아서, 없어도 교실에 준비되어 있으니까 하는 이유로 더이상 찾지 않는 것이다.
욕심 많은 나무꾼이 와서 "모두 다 제 것입니다." 하면 "아싸! 제발 네가 다 갖고 가." 하고 줄 모양새다.
내일은 교실에 준비해둔 여분의 연필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넣어두고
필통에 있는 내 물건에 이름 쓰기 수업 시간마다 챙겼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겠다.
정직한 나무꾼이 상을 받은 것처럼
자신의 물건을 잘 챙긴 어린이가 상을 받을 수 있는 현대판 '오렌지 연필, 갈색 연필' 이야기를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