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엄마가 아닌 내 이름으로 살아갑니다.
우리의 공연 일자가 정해졌다.
바로 전교생 ‘꿈 끼 발표회’의 시작 무대를 열기로 한 것이다.
공연을 앞두고도 우리는 함께 맞춰 볼 시간이 없었다.
주요 배역인 해설, 고양이, 할머니 역할은 ’ 문해교실‘에 참여한 친절이 할머니, 둥이엄마, 타조 엄마가 맡기로 했고
아저씨 1,2와 아주머니 1,2는 친절이, 둥이, 타조가 맡기로 했으니 가족들이 모두 참여하는 다정한 시간이다.
보호자들은 보호자대로 맞추어보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맞추어 보며 연습을 겨우 할 수 있었다.
약속한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하신 친절이 할머니와 두 어머니.
무대를 안내해 드리자 난색을 표한다.
“여기서는 못해. 그냥 자이레서 하면 될걸. 뭘 무대까지 나가.”
타조 할머니가 손을 휘저으시며 말씀하신다.
그런데, 그러시기엔 너무 곱게 화장을 하고 오셨다.
늘 눈이 불편하시다고 하셨는데 오늘은 그 불편하신 눈에 곱게. 색을 입히셔서 반짝반짝 빛이 난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신 것일 게다.
“할머니~ 안 돼요. 앞에 나와서 하셔야 아이들이 잘 듣고 볼 거예요.”
“아이고, 알았어. 선생님이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하야지. “
동네의 행동 대장격인 친절이 할머니가 앞으로 나오신다고 하시면 자동으로 다른 두 어머님들은 따르시는 것이 이 시골 동네의 규율 같은 것이다.
드디어 막이 오르던 순간.
‘두근두근두근두근’ 떨리던 가슴이 이제 ’쿵쿵 쿵쿵’ 요동을 친다.
공연을 해야 하는 것은 나의 배우님들인데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원고를 들고 있는 내손이 파르르르 떨린다.
10월 온작품 읽기 ‘주인공은 너야.’와 활동을 하며 프로듀서가 되어 본 경험이 있는 힘찬이가 이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액션 큐”
‘핀두스의 겨울 이야기’를 각색한 ’따뜻한 크리스마스 밤‘ 공연이 시작되었다.
연습했을 때보다 더 긴장하셨는지 마치 AI가 대본을 읽는 것처럼 아주 일관성 있는 음색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울림이었고 감동이었다.
8분 정도 낭독극 공연이 진행되었다.
손과 입술이 바짝 마른다. 나의 배우들도, 어린이 배우들도 각자의 몫을 충분히, 아니 그보다 더 몇 배는 값지게 펼쳤다.
한 번도 누군가 앞에 서 본 적 없는 분들이다.
공연이 끝나고, 오늘만큼은 누군가의 할머니 어머니가 아닌 이름을 찾아드리고 싶었다.
“오늘 낭독극을 해주신 배우를 소개합니다. 고양이 역할에 ”서 O순님, 할머니 역할에 박 O란님, 해설에 이 O림님. “
배우들도, 나의 할머니, 엄마의 도전을 지켜본 자녀들과 어린이들 모두가 서로의 도전에 감탄하고 박수를 보냈다.
자랑스러운 나의 배우들.
오늘 이 시간이 나의 배우들 삶에 하나의 발자국이 되길 바랍니다.
자금까지 오로지 손주, 내 아이들을 위해서 종종걸음 했을 그 걸음들이
나아갈 수 있는 걸음, 향할 수 있는 걸음,
때로는 지금의 힘겨움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걸음.
당신으로 향하는 걸음이 되고 목소리가 되길 바랍니다.
함께했던 그 시간을 기억하며 늘 응원합니다.
나의 배우님들의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