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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화 Dec 18. 2024

동물이 키우고 싶은 힘찬이

아침부터 힘찬이 얼굴이 시무룩하다.

“힘찬아 왜 그래? 왜 기분이 안 좋아 보여?”

선생님이 기분을 알아주니 더 시무룩한 표정을 하며 입꼬리가 한없이 아래로 내려가는 힘찬이다.


“아침에 엄마한테 혼났어요.”

“아이고, 우리 힘찬이가 엄마한테 혼나서 기분이 안 좋구나. 속상하구나.”

일단,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읽어줬다.

힘찬이는 아침에 화가 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은 날은 교실 밖을 나가거나 친구들과의 다툼이 생기는 날이 많아서 더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한다.

그런 힘찬이의 기분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한 나의 아침일과이다.


“힘찬아~ 왜 혼났어. 동생이랑 싸웠니?”

가정에서 흔히 아침에 있을 법한 일들을 생각해 봤다.

“아니요.” 이제 눈물도 글썽이는 힘찬이.

“엄마한테 동물을 키우고 싶어서 동물 키우자고 했는데 안된다고 혼났어요.”

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힘찬이의 말에 나는 아주 작고 귀여운 강아지, 혹은 고양이를 떠올렸다.

힘찬이는 이야기를  계속 이어간다.

“내가 밥도 주고 목욕도 시키고 똥도 치워준다고 했는데 엄마가 막 안된다고 화냈어요. “

“그랬어~ 그런데 동물을 키우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야. 엄마도 그래서 화를 내신 걸 거야.

그런데 어떤 동물이 키우고 싶었는데? “


“소요.”

“소?”

“네. 음메~~~ 하는 큰 소요.”


눈을 동그랗게 뜬 힘찬이가 상기된 표정으로 싱긋 웃으며 이야기한다.

힘찬이의 대답에서 나온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상상한 그런 귀여운 동물도, 그렇다고 해서 카멜레온, 도마뱀처럼 작은 파충류도 아닌

단 한 번도 집에서 키우고 싶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동물인 것이다.

선생님이 왜 웃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크게 웃는 내 모습을 보면서

힘찬이도 같이 웃는다.


힘찬아, 우리 그대로 소는 건들지 말자.

나중에 힘찬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그때 열심히 돈을 모아서 소도 많이 사서 큰 목장을 운영해 보렴

그럼 그때는 엄마가 마음껏 키우라고 하실 거야. 알겠지?


목장 주인이 되어 있을 힘찬이의 모습을 기다릴게.

음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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