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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식 May 06. 2024

나는 한라산이 아니라 태백산이 되고 싶다.

화산이 아니라 산맥이 되고 싶다.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한국은 계절이 바뀌고, 철 따라 꽃이 피고 있겠지요? 여기 인도네시아는 우기 시즌이 끝나고 건기 시즌으로 바뀌는 시점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살면서 가장 아쉬운 건 계절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느껴는 찬바람, 해가 길어지고 짧아지는 낮과 밤의 변화가 무척 그립습니다. 여기는 적도 근처라 해는 아침 5시 50분에서 6시 10분 사이에 뜨고, 저녁 5시 50분에서 6시 10분 사이에 집니다.

 

요즘 들어서 저는 여러 고민을 많이 합니다. 최근에 고민 중에 하나가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입니다.

이 화두는 10대, 20대, 30대, 40대에 다르게 느껴지고, 다르게 들려집니다. 마치 클로네 모네의 "수련연작"과 같습니다. 같은 수련을 두고 다양한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모습과도 같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은 한라산입니다. 한라산은 화산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화산입니다. 그래서 제주도 한복판에 나 홀로 우뚝 높게 솟아 있습니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져서, 정상에 이르는 길은 보통 일정한 경사를 두고 이어집니다. 한라산과 유사한 산이 일본의 후지산이고, 미국의 레이니어산입니다. 이에 반면에 태백산은 태백산맥 가운데 하나의 산입니다. 태백산은 위로부터 금강산, 오대산, 설악산으로 이어지고 밑으로는 주왕산, 팔공산까지 이어집니다. 태백산은 경사가 완만한 구릉도 있고, 경사가 깊은 골짜기도 있어서 산세가 변화무쌍합니다. 태백산맥과 유사한 경우는 알프스 산맥, 히말라야 산맥이 있습니다.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나 홀로 우뚝 솟아 있는 인물이 있습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같이 나 혼자 우뚝 솟아서 그 깊이와 업적을 헤어릴 수 없이 큰 인물이 있습니다. 마치 한라산, 후지산, 레이니어산처럼 나 홀로 우뚝 솟아 경이로운 경관을 자아내게 합니다. 이와 반면에 높은 산들이 여럿이 이어지며 역사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20세기 초반 양자역학이 태동하던 시절에 닐스 보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엔리코 페르미, 볼프강 파울리, 에르빈 슈뢰딩거가 그러하였습니다. 저마다 높은 산봉우리를 이루며, 옆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산맥을 이룹니다.

 

나는 한라산이 아니라 태백산이 되고 싶습니다. 나만 우뚝 솟은 산이 아니라, 제 주변에 사람들과 함께 산맥을 이루며 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민하게 됩니다. 내가 했던 일들을 글로 정리하고, 전달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내가 언젠가 떠나가야 할 자리 이후에 저보다 훨씬 높고 훌륭한 경관을 가진 산들이 즐비하길 기원하고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아직 나는 산이라고 할만한 것을 이루거나 대단한 업적을 남긴 것도 아닙니다. 아직 50미터도 안 되는 동네 뒷산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나 혼자 솟아 오른 동네 뒷산이 아니라, 제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산맥을 이루고 싶습니다.

 

나는 한라산이 아니라 태백산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태백산처럼 한강의 시작점이 되는 그런 산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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