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생산의 어려움
날도 춥고 경기도 춥고 먹고 살기 어려운 겨울이 왔다. 계절도 겨울인데 우리 마음에도 겨울이 온 것 같다. 여기저기서 ‘살기 어렵다’ ‘경기가 좋지 않다’ 이런 말들이 참 많이 들린다. 주위에서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그다지 좋지 않다. 자주 저런 말들을 들으면 듣는 사람의 마음도 위축되고 걱정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이 편해야 나도 편한 법인데 살면서 이런 편안한 시기가 참 짧은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딱히 요즘의 문제는 아니지만 요즘 특히 많이 의류 생산에서 이슈가 되는 것이 있다. 디자이너와 상품 기획자는 소량 생산을 하면서도 싸고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런데 제조업체는 이런 디자이너의 요구를 맞추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품질이 좋은 제품을 소량 생산하는 것이 특별하게 의류제조 분야에서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다른 제조업 분야에서도 소량생산은 어려운 점이 많다. 소량 생산을 하는 것도 어려운데 품질도 좋게 만들어야 하는 것은 더 어려운 것이다.
보통 제조업에서는 제조에 필요한 규모가 있다. 의류는 원단 및 부자재 그리고 생산을 하는 제조업체의 생산에 따른 최소 생산 규모가 존재한다. 그런데 요즘 의류를 만들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디자이너는 이런 생산에 대한 최소 규모와 상관없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소량 생산을 요구한다. 시작하는 브랜드 입장에서 제품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그런 이유로 최소한의 상품 재고를 보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런 결정은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더 큰 이유가 있는데 바로 생산에 대한 금전적인 부담도 이런 기획을 하는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런 소량생산이 가능한 분야도 물론 있다. 원단 및 부자재가 시장에서 바로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고 또한 봉제를 하는 업체가 적은 수량의 의류를 생산하는데 기꺼이 동의를 하는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 즉 원단 및 부자재를 시장에서 구매를 하는 경우는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조금만 더 발품을 팔면 충분하게 가능하다. 문제는 후자인데 바로 공장에서 소량 봉제를 할 수 있는지가 더 어렵다. 봉제 공장의 입장에서는 봉제하는 수량이 바로 공장의 매출, 쉽게 말하면 직원들의 급여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그리고 수량의 차이는 있겠지만 100장과 500장을 생산하는 경우에 준비하는 시간과 직접적인 생산 시간을 계산해보면 두 가지 경우의 생산 시간이 비슷하다고 한다. 물론 수량은 단적인 예를 들어서 표기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공장에서 같은 기간에 500장을 생산해서 벌 수 있는 돈과 100장을 생산해서 벌 수 있는 돈은 당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누구라도 같은 기간에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500장을 생산하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소량 생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주위에 참 많다. 그런데 나름 여러 가지 노력을 해서 직접 패션과 관련된 일을 시작해 보면 즉 디자이너 막내의 생활을 시작해서 끝까지 꿈을 이루는 경우가 아주 적다. 그 끝이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일 수도 있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의류 업체에 취직을 해서 디자이너 팀장 그리고 실장까지 진급을 하는 것이 목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 막내가 되면 대부분 처음 하는 일이 동대문 시장에 가는 것이다. 시장에 가서 원단 및 스와치를 찾는 일을 하게 된다. 동대문 시장은 익숙해지기 전까지 참 어려운 곳이다. 길도 어렵고 아무리 보아도 비슷비슷한 가게들이 도통 알 수 없는 이름의 원단과 부자재가 즐비한 곳이다. 회사에 출근해서 매일매일 선배가 시키는 발주서를 들고 시장으로 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다시 회사로 돌아와서 야근을 하고 퇴근을 한다. 이런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어지간한 노력과 인내를 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디자이너의 끝이 어딘지 모르지만 그 끝으로 가는 경우가 드문 것이다. 물론 다른 분야의 일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나 의류패션 분야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모두 버티기 어렵다.
자 다시 소량 생산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소량 생산의 어려운 점은 몇 가지 이미 언급을 했다. 다른 다양한 고려사항도 많이 있다. 그러나 어찌 되었던 결론은 소량 생산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어려운 것은 소량생산을 하면서 저렴하게 생산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서 소량생산을 저렴하게 그러면서도 품질이 좋게 생산을 하는 것이다. 그 어려운 것을 요즘 상담을 하러 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사항이다.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을 했지만 아직도 어려운 것이 소량생산을 싸게 품질 좋게 하는 것이다.
적은 양으로 생산을 하거나 싸게 대량 생산을 하거나 아니면 비싸게 좋은 품질로 생산을 하거나 다양한 조합으로 생산을 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만족시킬 수 없다. 더 중요한 부분에 집중해서 생산을 기획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앞에서 이해하는 듯한 리액션을 보이고 다시 연락을 안 한다. 물론 자신이 요구한 사항을 잘 구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시 연락을 한다. 다시 연락을 하는 사람들은 생산 진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클라이언트는 꽤 오랜 시간을 같이 소통하면서 일을 한다. 그런데 이런 소통의 과정이 없이 처음 상담을 하고서 단순하게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판단을 하고 다른 대안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내가 직접 디자인해서 옷을 만드는 것처럼 진심으로 고객의 요구 사항에 대해 맞추어서 제품을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 그 노력을 이해하고 관계를 지속한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그런 고객들이 있어서 오늘도 시장 조사를 하고 제품 기획을 위한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저도 싸고 좋은 옷을 소량으로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