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보민 Aug 20. 2021

어느 날 에세이 작가가 되어버렸다

「당신의 어제가 나의 오늘을 만들고」

-

-

전 원래 여행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한창 <여행에 미치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인기를 얻을 때쯤 학창 시절을 보내기도 했고, <여행에 미치다> 덕분에 유튜브에는 일반인들이 직접 찍고 직접 편집한 여행 영상들이 가득했거든요. 


자연스레 여행 관련 책을 자주 읽게 되었죠. 특히 청춘유리 작가님의 책은 읽고 또 읽었던 것 같아요. 학교 도서관 한 켠에서 쪼그려서 만나는 파리와 더블린과 산토리니는 이보다 짜릿할 수 없었거든요. 스무 살이 되자마자 작가님의 강연에 꽃과 편지를 사들고 달려갔던 기억도 생생하네요.


대학교에 들어오고 나서는 이병률 시인의 여행 컬렉션을 마르고 닳도록 읽었어요. 언젠간 나도 이런 글을 쓰고, 나 같은 사람들을 설레게 만들어야지 다짐하면서요.


그런데 현실이 맘 같진 않았어요.


막상 「스물의 여행 (가제)」라는 제목으로 출간 계획서를 써서 출간 계약까지 마쳤지만 여행으로 글을 쓰려니 막막하지 그지없었어요. 여행 일기를 쓰듯 비행기표를 예약하는 순간부터 다시 한국에 발을 들여놓는 그 순간까지를 나열해야 할지, 여행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꺼내 적어야 하는지.. 고민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였죠.


스무 살짜리가 아무리 여행을 많이 다녔대도 얼마나 다녔겠어요. 그 속에서 특별한 일이 있으면 또 얼마나 있었겠구요. 당연히 소재는 금방 동이 났죠. 


그 때, 우리 출판사의 편집장님께서 제 책의 물꼬를 터주셨어요. 


"짧은 일상글 쪽으로 감성이 톡톡 튀고 신선한 것 같은데, 아예 일상 에세이로 책 장르를 바꿔보는 건 어때요?"


낯설지만 반가운 제안이었어요. 


애초에 여행 에세이를 쓰려고 했던 이유가 '흘려보내기 아까운 특별한 여행의 순간들을 기록해야겠다'라는 이유였어요. 여행의 순간만큼, 우리의 하루하루에도 특별한 순간들과 특별한 감정들이 존재하잖아요. 그러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20대 초반의 감정과 일상들을 기록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모든 게 낯설고, 모든 게 새롭고, 그래서 설렜던 순간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했어요


「당신의 어제가 나의 오늘을 만들고」


제가 아는 모든 종류의 사랑이 담긴 책이에요. 


비단 연인 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사랑, 나 자신에 대한 사랑, 그리고 세상을 향한 사랑까지.


누군가에게는 잊고 있던 과거의 설렘이 추억처럼 떠오를 수도, 누군가에게는 지금 느끼고 있는 설렘이 공감하듯 스쳐 지나갈 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앞으로 다가올 설렘에 기대감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전 미세먼지로 가득하고 차로 꽉꽉 막힌 대로변 속에서도 노을의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사람이에요.' 


얼마 전 진행된 작은 인터뷰에서 제가 했던 말 중 일부예요. 어쩌면 이것이 제가 에세이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일지도 모르겠어요.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것" 능력이라면 능력이고, 재주라면 재주일 수도 있으니까요. 세상의 많은 것들을 사랑의 시선으로 담고자 하는 저의 따뜻한 마음이 여러분께 가닿길 바라며 쓴 책이랍니다.


이 책의 제목인 「당신의 어제가 나의 오늘을 만들고」에도 그런 의미가 담겨있어요. 많은 분들께서 출간 예정인 제 책 제목의 뜻을 궁금해하시더라구요. 다음 브런치에서 제목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드려보도록 할게요 :-) 


힘든 금요일이지만 노을의 아름다움이, 바람의 선선함이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하루 보내시길 바랄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