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후 다시 블로그를 쓰다 보니 직장 얘기가 반이다. 직장이라는 희한한 공동체? 영역? 때문인지, 새로운 곳에서 맞닥뜨리는 새로움으로 이야깃거리가 많은지 모르겠지만. 직장 얘기를 적다 보니 브런치 스토리에 직장 이야기 연재가 많은지, 책(언러키 스타트업)까지 나오게 되는지 십분 이해할만하다.
12월 첫 월요일이다. 두 사람이 새로 왔다. 한 사람은 지지난 주 그만뒀다. 회사는 한 달에 한 명씩 그만두고 또 채워지고 있다. 기사에서 보던 이직률을 실감하고 있다. '1년 미만 근무자 수가 늘고 있다', '직장 생활하며 이직 준비하는 족을 가리키는 신조어가 있다' 등 재미있는 기사 제목을 봤는데 내가 그 현장에 있을 줄이야. 어느 곳이든 다양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뒷담화도 돌게 마련이라 그려려니 했다. 물론 나와 접점이 없을 때까지만.
그럼 회사가 이상하다는 말? 지금껏 나는 매우 좁은 사회, 청정 구역에서 살았음을 인정하고 있다. 50대 고문은 무슨 말만 하면 '여자라서, 여자들은'을 입에 달고 떠들어댄다. 문을 벌컥벌컥 열면서 '얘들아!'라고 하는 샘 많은 차장도 있다. 꼰대, 아재 개그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40대 중반 K-부장. 전형적인 라디오 사연에 나오는 부장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무지를 들키고 싶어 하지 않은 자존심 센 부장까지. 그야말로 시트콤, 회사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캐릭터가 집결해 있다. 이래서 우리의 점심은 조용할 날이 없다.
저런 모습을 보면 사람이 자리를 만드는지 자리가 사람이 만드는지 구별이 된달까. 가만 보면 저 정도는 평범 그 자체일지 모른다. 회사의 최강 빌런은 사장이다! 사장!! 정말 이노무시끼!!가 절로 나오는 캐릭터. 사장이 40대 중후반이고 차장부터 사장까지 비슷한 연령대라 회사 평균 연령이 높은 편이 아니다. 사장은 이들 사이 독보적으로 젊게 보이고 싶은 것일까. 모든 것을 수용하는 척, 관용적인 척, 남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 과시적 유형에 허풍쟁이다. 회사는 이래야 성장하나? 진심 궁금하다.
맨날 스티븐 잡스 운운하질 않나, 일론 머스크같이 아이디어랍시고 막 던지질 않나. 뭐 그거까지 좋다 이거야. 사장이 던진 막말을 주워 담는 건 직원 몫인데, 적어도 니가 던진 말을 기억이나 하던지. 아님 남의 말을 듣기라도 하던지. 몇 번이나 말을 해도 튕겨내 버리면 어쩌라고! 타 회사 가서 직원 깎아내려 지만 돋보이려고 하는 사장!
사장, 너!
정말, 그러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