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독서를 취미라고 하던 시대는 지났다. 요즘은 취미 항목으로 독서를 떠올리기 민망하거나 아예 떠올리지 않는다. 핸드폰으로 할 수 있거나 재밋거리가 많은 시대에 종이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도 짐이며 책을 펼 수 있는 시간은 있는지, 부피가 큰 책을 손에 얹고 책장을 넘기는 일이 버거움으로 다가온다.
나는 몇 년째 에코백을 들고 다닌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가방이 가볍다. 책을 항상 넣어 다니기 때문에 가방이 무거우면 안 된다. 차라리 백팩이 낫다. 백팩은 대신 여름, 겨울에 불편하다. 서류가방처럼 각진 손가방은 수납공간은 많지만 무거움은 어쩔 수 없다. 한동안 들다가 에코백이 생긴 후로 방 한편에 고이 쉬고 있다. 출퇴근용 에코백은 두 가지 색상을 번갈아 가면서 들고 다닌다. 검은색 에코백은 문학동네인지 민음사인지 북클럽으로 받은 가방이다.
에코백이 에코백이 아니라는 기사를 봤다. 에코백을 만들기 위해 드는 염료며 코팅재가 환경에 좋지 않으며, 에코백을 일회용처럼 쓴다면 비닐을 대신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비닐은 2회 이상 사용하는 것이 환경적인 측면에서 타당성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에코백은 1000번 이상 써야 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따지고 보면, 모든 물건을 일회용처럼 사용하면 당연히 환경에 도움 될 리 없지만, 유독 이런 기사는 환경을 위한 아이템들이라고 불리는 텀블러, 에코백에 관한 내용이 많다. 이러니 최대한 에코백을 오래 쓰려는 노력으로 북클럽 회원 가입하고 받은 에코백은 3년 이상 사용했다. 어깨끈이 해지고 있다. 그래도 이것만큼 만만한 가방이 없긴 하다. 번갈아 들고 다니는 에코백도 비슷하다. 몇 년 전 인테리어 소품(?) 박람회에서 산 자수가 놓인 에코백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자수를 직접 놓았느냐고 묻지만, 바느질을 싫어한다고 굳이 이야기해 준다.
매일 책을 들고 다니는 가방 속 아이템이 책 중심적이다. 에코백과 더불어 연필이나 볼펜은 필수며, 지갑 안에 연필 볼펜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 책에 표시할 수 있는 얇은 폭의 마스킹 테이프로 밑줄을 대신한다. 또한 책 표지가 상하면 속상하다. 북커버까지 씌워 다닐 때도 있다. 책갈피는 필수 중에 필수다. 볼펜이나 연필, 마스킹테이프, 책갈피, 북커버까지 화장품 중심의 가방 못지 않게 묵직하다.
가방만 책 중심이 아니라 일상도 책 중심이다. 예비고1을 키우는 엄마이자 직장인인 나는 청소년 픽업으로 밖에서 종종 기다리는 시간이 생긴다. 퇴근 시간이 이른 편이라 청소년을 기다리기 위해 카페를 주로 이용한다. 카페에서 청소년을 기다리는 시간이 싫지 않다. 그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으면 되니까. 책 모임을 여러 개 하고 있기 때문에 하루에 읽어야 할 분량이 매일 있다. 그러니 웬만하면 매일 조금씩이라도 책 읽는 시간을 가진다. 책스타그램을 집중으로 하는 사람들보다 매일 독서량이 많지 않지만, 꾸준한 독서를 하고 있으니 일주일에 한 번 읽고 있는 책을 올려보려 한다.
완독 한 책이 아니라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하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질지 모르겠다. 읽다가 마음에 드는 구절이라서 밑줄을 긋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희미해지다. 희미해지기 전에 왜 밑줄을 그었는지 남겨본다. 그러다 보면 문장을 따라 읽어가면서 나의 생각은 문장의 방향과 다를 수도 있고, 확장에 확장을 거듭했을 수도 있다. 그 기록들을 남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