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전 일찍 리움 미술관에 다녀왔다.
리움 미술관은 M1, M2, 그리고 아동교육문화센터까지 총 3개의 건축물로 구성되어 있고, 현재는 M1 건물에서 고미술 소장품에 대한 상설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 더운 여름날, 오픈 시간에 맞춰 갔음에도 고미술이 이렇게 인기였나? 싶을 정도로 미술관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한국 전통미술이라 조금은 지루하진 않을까 싶었지만 국보와 보물급 양질의 유물들을 훌륭한 디지털가이드의 설명으로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관람 후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이 설계한 3개의 리움 미술관 건축물을 둘러보는 재미도 있었다.
리움미술관 : 고미술 상설전
고미술 상설관인 M1 건물은 총 4개 층으로 전시가 이어지며, 지하에서 4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후 한 층씩 내려오며 관람을 하는 구조였다.
4층은 '푸른빛 문양 한 점'이라는 제목으로 고려 시대 청자가 전시되어 있고, 3층은 '흰빛의 여정'으로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백자들을 감상할 수 있다.
투박하지만 정형화되지 않은 모양 덕에 더 독특하다 평가받는 분청사기와 정교하게 만들어진 연적 등과 같은 다양한 백자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공간은 2층 '감상과 취향'으로 이곳에선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추사 김정희 그리고 오원 장승업까지 조선시대 대표 화가들의 그림과 글씨가 전시되어 있다.
특히 풍속화로 잘 알려진 김홍도가 신선을 그린 작품으로 국보로도 지정된 군선도와 장승업의 방황자구산수도가 눈에 띄었다.
마지막 1층에선 '권위와 신앙, 화려함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불교미술과 금속 공예 등을 만날 수 있다.
리움미술관 디지털 가이드, 칭찬해
한국의 고미술 전시를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리움미술관에서 제공하는 디지털가이드 덕분이었다.
신분증을 맡기면 무료로 대여해 주는데, 유물 근처로 가면 해당 설명이 자동 재생된다. 전시된 모든 유물에 대한 설명이 꼼꼼하게 잘 되어있어 준비 없이 간 전시회에서 지식을 득템한 기분이었다.
디지털 가이드와 함께 제공되는 골전도 블루투스 이어폰 또한 성능이 우수했다. 무엇보다 귀를 차단해서는 안 되는 공공장소인 만큼 골전도 블루투스 이어폰은 전시 공간에 매우 적절해 보였다.
가족단위로 오는 관람객들이 많았는데 아이들도 게임하듯 기기를 클릭하며 재미있게 전시를 관람하는 듯했다.
독특한 3개의 건축물
리움 미술관은 전시회 외 건축물을 보는 재미도 있다.
리움 미술관은 각각의 특징을 가진 총 3개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 건물은 지하로 모두 연결되어 있다.
이중 고미술 상설관이 열리고 있는 M1은 스위스 출신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건물로 외벽은 벽돌로 되어있어 멀리서 보면 오래된 성벽 같고 가까이서 보면 한국의 도자기가 연상되기도 한다.
특히 4층에서 지하까지 내려오는 계단의 가운데 원형 홀 공간은 일체형으로 뚫려있고, 원형 공간을 따라 돌아가는 계단은 각 층별로 연결되어 있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이 원형 통로에 자연스럽게 퍼져 리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마리오 보타는 스위스 출신 건축가로 내겐 다큐멘터리 '마리오 보타 : 영혼을 위한 건축'으로 익숙했다. 성지 건축에 열정을 쏟아온 건축가가 한국의 남양 성모 마리아 대성당을 짓는 과정을 찍은 다큐였는데 꽤나 인상적이었다.
다큐를 본 후 2021년 가을, 제주도 섭지코지를 방문했을 때 마리오 보타가 설계했다는 휘닉스 아일랜드의 클럽하우스 아고라를 방문했다. 코로나로 리조트가 문을 닫아 매우 을씨년스러웠던 분위기 속에서도 아고라만큼은 닫혀 있기 아까울 정도로 신전처럼 빛났다.
미술관의 입구인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는 네덜란드 출신 건축가 렘 콜하스가 설계한 유리 벽면의 건물이다.
지난 6월 네덜란드 여행 중 로테르담에 방문했을 때 에라스무스 다리 건너편에 있는 렘 콜하스가 설계한 건물 De Rotterdam을 볼 수 있었다.
3개 동의 통유리 건물은 지하의 하단부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나 지상은 3개 동이 독립적으로 구분되어 있었고, 멀리서도 보일 만큼 매우 큰 건물이었다.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건물은 현재 내부를 볼 수 없었지만 리움 미술관이 생긴 지 얼마 안 됐던 15년 전인 2007년, 앤디 워홀 전시가 이곳에서 열렸었다. 당시 투명한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잘 활용한 전시 공간과 내부 동선이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다.
M2 건물은 프랑스 출신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했다. 바르셀로나를 방문했을 때 야경을 보다 시내 한복판에 커다란 로켓 모양의 번쩍번쩍 빛나는 건물이 보였는데 그 유명한 아그바르 타워였고 이분이 설계한 작품이었다.
너무 튀는 초현실적 타워 건물이 내겐 다소 당황스러웠는데 리움 미술관 M2 또한 매우 미래 지향적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현재는 공사 중으로 내부 출입이 제한되어 있다.
야외에도 미술품 전시가 이어진다. 리움의 시그니처 같았던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 모양 조각상, 마망은 현재 보이지 않았다.
대신 미국 시카고하면 떠오르는 대형 스테인리스 조형물인 '구름문 (Cloud Gate)'으로 유명한 아니쉬 카푸어의 '큰 나무와 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관람안내
관람시간: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 상설전시 무료
리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매 가능 https://www.leeu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