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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이 Oct 25. 2022

이건희컬렉션 광주 :  국립광주박물관, 광주시립미술관

지난 주말 광주에 다녀왔다. 광주를 여행지로 고른 이유는 이건희 컬렉션의 영향이 컸다.


서울에서 열릴 당시 도무지 예매를 할 수 없어 포기했는데 이건희 컬렉션 중 한국 전통미술은 국립광주박물관에서, 한국 근현대미술은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나눠 전시되고 있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백양사에 들리면 단풍 구경도 할 수 있겠다 싶어 주말 일찍 광주로 향했다.


국립광주박물관 - 이건희 컬렉션, '어느 수집가의 초대'


국립광주박물관에서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라는 제목으로 이건희컬렉션 중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포함한 한국 전통 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국립광주박물관은 별도의 예약을 받진 않았고, 일요일 오전 10시 개관시간에 맞춰 갔을 때 사람이 많긴 했지만 관람이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국립광주박물관 이건희컬렉션 :  2022. 10. 5. ~ 2023. 1. 29. 10시~18시, 무료, 일반 관람(예약제 아님)


입구엔 석인상이 수집가의 집에 방문한 방문객들을 환영하고 있었고, 탁자와 경상, 삼층장들이 마치 수집가의 방문을 열고 들어간 듯 방안처럼 꾸며진 전시장에 나란히 전시되어 있었다.


그 옆의 커다란 장에는 개인화로, 바둑알 등 방 안에서 쓰이던 물품들이 작품이 되어 감상의 즐거움을 안겼고, 이어 달 항아리 하나가 달 아래 운치 있게 전시되어 있었다.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과 같은 거장의 작품들과 고려청자 등이 다수 있었고, 공산품 같은 매끈한 청자들과 달리 투박하지만 독특한 분청사기들엔 유독 눈길이 갔다. 이렇게 세련되고 모던한 작품들이 15세기~16세기 작품이라는 것이 신기했다.

달항아리-김홍도-신윤복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별도의 방에 전시되어 있었다. 편안한 의자 2개가 놓인 방에는 조명을 낮춰, 그림만 밝게 보이도록 해 오롯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꾸며뒀다. 인왕제색도를 코앞에서 볼 수 있어 신기했고, 이내 몇 걸음 뒤로 떨어져서 바라보니 비가 내린 후 갠 날 구름이 휘감은 산의 모습이 보였다.


고려 시대 범종도 있었는데, 범종 주변 3면을 스크린으로 감싸 영상을 틀어 마치 범종의 소리가 울려 전시장에 은은하게 퍼지는 듯했다.

정선 <인왕제색도> - 고려시대 범종

입구와 마찬가지로 출구에서도 석인상이 우리를 배웅해 줬다.


전통문화를 애호하던 수집가의 초대 덕분에 오랜만에 광주를 찾을 수 있었고, 극진한 대접을 받은 듯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수집가의 방 안과 뜰을 다니며 안내를 받는 듯한 초대와 배웅으로 이어진 구성은 짜임새 있었고, 수집가의 열정이 전해지는 듯했다.


국립광주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는 1월 29일까지 계속된다.

광주시립미술관 - 이건희 컬렉션, '사람의 향기, 예술로 남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는 '사람의 향기, 예술로 남다'라는 제목으로 이건희 컬렉션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해당 전시는 예약이 필요했기에 광주시립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사전 예약을 하고 방문했다.


‘계승과 수용’, ‘한국화의 변용, 혁신’, ‘변혁의 시대, 새로운 모색’, ‘추상미술과 다양성의 확장’ 총 4가지 주제로 나눠 전시가 꾸려졌는데 첫 번째 '계승과 수용'에선 서양화의 도입으로 많은 변화가 발생하기 시작한 한국 미술계 작품들로 도상봉의 정물화, 이인성의 여인상 등을  볼 수 있었다.


광주시립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  2022. 10. 4. ~ 2022. 11. 27. 10시~18시, 무료, 예약제 (월요일 휴관)
이응노

‘한국화의 변용, 혁신’ 코너에서는 좀 더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했는데 김기창과 문자추상의 이응노, 천경자, 그리고 박생광의 작품이 있었다.


석파정 서울미술관 전시에서 박생광의 <범과 모란>을 보고 완전히 반했었는데, 한국의 토속적인 이미지들을 강렬한 빛깔로 담아내는 박생광의  또 다른 작품 <장승 2>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어 무척 반가웠다.

천경자 - 박생광

세 번째  ‘변혁의 시대, 새로운 모색’ 섹션에선 한국 전쟁 후 작품들로 박수근, 이중섭 등의 작품 등이 있었다.


그중 한국의 민화 또는 전래동화 속 삽화 같은 장욱진의 그림을 좋아하는데 이곳에서도 <새와 가족>, <하늘과 마을> 등 장욱진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장욱진 - 박수근

마지막 ‘추상미술과 다양성의 확장’에선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격인 김환기, 유영국 등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유영국 작품들은 국제갤러리에서 열렸던 유영국 전시회를 다녀왔던 터라 익숙했고,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낙찰 기록을 세운 바 있던 작가였기 때문일지 유독 김환기 작품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전광영

스티로폼을 전통 한지로 감싸 작업하는 전광영의 작품을 이곳에서도 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조부의 한약방에서 본 천장에 매달린 종이 약봉지에 착안해 고서적, 신문 등을 이용해 만든 전광영의 한지 오브제는 근래 본 작가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전광영 작가 또한 지난여름에 다녀온 석파정 사울 미술관 전시에서 처음 작품을 봤고 무척 독특해 기억에 남았었다. 석파정 서울미술관 전시 또한 한국 근현대미술을 아우르는 대단한 전시였는데, 해당 전시에서 봤던 도상봉, 천경자, 이응노,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김환기, 유영국 등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의 작품들을 이곳 광주시립미술관 이건희 컬렉션에서도 모두 볼 수 있었다.


작가들의 작품을 복습하는 기분으로 이름을 확인할 때마다 반가웠고,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근현대 작품들과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백양사

서울로 올라가는 길엔 백양사에 들렸다.


이른 시간에 방문했기에 한적하게 백양사를 둘러볼 수 있었는데 단풍이 번지고 있는 풍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이번 광주 여행은 이건희 컬렉션으로 시작해 절경을 자랑하는 백양사 사찰 풍경으로  마무리됐다. 단풍이 지기 전 더 열심히 이곳저곳을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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