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루 Aug 11. 2023

K와의 연애

그럼에도 내가 너를 놓지 못했던 이유


 소제목을 보고 글의 본문을 눌러보기 전까지 적지 않은

이들이 ‘사랑’이라는 단어를 어렴풋이 떠올렸겠지 싶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테지.. 하지만 내겐 사랑보다 더 큰 무언가가 K와의 관계를 놓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K와의 연애를 지속할수록 행복을 잃고 있다는 것을, 어쩌면 불행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시인할 수 없었을 뿐이다. 좋은 순간만 가득한 사랑을 꿈꾸는 것은 어렸을 적 하던 풋사랑에서나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겠냐며, 서로의 고단함까지도 함께 짊어지는 것이 그보다 값진 것이 아니겠냐고. 그렇게 낭만 실조에 단단히 빠져 있었다. 한껏 센치해진 나의 말은, 어쩌면 그와 함께하는 순간 속에서 행복(+)보다는 고단함(-) 더 커져가고 있다는, 그래서 우리의 사랑은 곧 소멸(0)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포장하기 위해 만든 만든 회피성 멘트였을지도 모른다. 헤어질 즈음에 다다라서는 이전과 달리 수척해진 얼굴이 주변 인들의 걱정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필사적으로 행복을 연기했지만 결국 그 누구도 속일 수 없었다.



 수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우며 이별을 고민했다. 내게 이별이라는 선택지가 아예 존재하지 않던 것은 아니다. 다만, 선택할 수 없었을 뿐이다. 자신을 갉아먹으면서까지 K를 놓을 수 없던 이유는 그저 ‘미련’ 때문이었다.



보상받고 싶었다. 내가 만들어 놓은 허상을 지켜내야만 했다. K와의 연애로 인해 행복한 나날들이 지속되고 있으며, 우리는 영원히 함께할 것이라는 그 플롯을 나는 아무런 결점 없이 완성시키고 싶었다. 내가 건넨 정성과 노력, 사랑이라 치부하던 그 모든 것들이 내게로 되돌아오길 바랐다. 흔히들 주식에 빠지면 본전을 찾을 때까지 헤어 나오지 못한다고 한다. 내게는 사랑이 그와 마찬가지였다. 기다리다 보면 K도 언젠가 내가 베푼 만큼의 사랑을 줄 것이라고. 그렇게 믿었고, 믿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내 손으로 K와의 관계를 끊을 수 없었다.



 그와 만나는 내내 늘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다. 이별을 말할까 싶다가도, 혹시 모를 기대와 미련이 섞인 마음으로 만남을 이어갔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K에게 결정을 떠넘기는 것뿐이었다. 한껏 차가워진 말투, 냉담한 표정, 힘을 뺀 채 마주 잡은 손, 영혼 없는 토닥임. 그 모든 것이 이미 K에게 이별을 말하고 있었음에도 내 입으로 차마 헤어짐을 말할 수 없었다. 그저 지쳐있는 마음을 알아주길 바랐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떠날 수도 있다는, 당장에라도 떠나버리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싶었다. 나는 자주 눈물을 보였고, 그럴 때마다 K는 보이지 않게 한숨을 쉬었다. 한 달을 버티다 결국 그는 이별을 고했다. 이별을 통보당하고 마음이 후련한 건 처음이었다. 자의로는 끊어낼 수 없던 굴레에서 벗어난 듯 홀가분해졌다. 적어도 이제는 불행하지 않을 거란 확신 때문이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K와의 연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