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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루 Sep 26. 2023

비움

딱 한 가지로만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지금껏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 가지만 채울 수 있다는 집념이

되려 반드시 한 가지를 채워야 한다는 의무감처럼 남아


다른 한 가지가 그 공간을 다시 채우기 전까지

마냥 품고 놓지 못하는 것이었다.


언젠가 그 공간에 들인 무언가를 지키려

몇 날 며칠을 뜬 눈으로 지새우기도 했으며

품어지지 않는데도 품으려 애쓰느라 골병이 나기도 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 공간을 무언가로

구태여 채우지 않아도 되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이제는

이미 떠나간 당신을,

당신에 대한 그리움을

또다시 구태여 비워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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