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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카 Oct 27. 2022

게으르게 오래 살기 위한 노력

게으름에 대해 쓰려니 어쩐지 부지런하면 안 될 거 같아서 정말 느리게 쓰고 있다. 나는 규칙적인 사람이 아니고 내 멋대로인 인간이라 그런지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 끝맺음을 잘 못하는 편이라 더 그런지 모른다. 다들 마감이 있어야 맺을 수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마감이 없어서 더 그런 모양이다. 내 마음대로 쓰고 이어가고.


게으르지만 나이를 먹으니 몸의 건강이 신통치 않아서 요즘은 걷고 있다. 저녁에 1시간도 안 되는 시간, 대략 3천보를. 그것도 내키는 대로 움직이지만. 그렇게 걷기를 이어온 기간이 일주일인데 뭔가 달라진 것도 같고 그렇지 않은 것도 같다.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다. 아, 소화제를 드디어 안 먹게 되었다는 점이 변화 중 하나이다. 걸으면 실제 위가 움직여서 소화가 잘된다더니 그런 모양이다. 보통은 먹은 후에 누워있거나 앉아만 있어서 몸이 한 자세로 오래 있다 보니 소화불량이 심했다. 밥을 먹으면 무조건 체하고 물만 마셔도 체하기를 여러 날, 드디어 소화제를 안 먹게 된 지 일주일이 되었다. 이 정도면 어떤가? 드라마틱한가?


움직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침대, 혹은 노트북과 한 몸이기를 즐기는 내가 움직이다니. 엄마가 보면 박수를 치며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그래, 얼마나 좋으냐."


그래, 엄마가 좋게 본다면 그것은 잘하고 있는 것이다. 잘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언젠가 이 걷기 운동에서 탈주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움직이는 건 정말 귀찮다.


게으르면 움직임을 필연적으로 피하게 된다. 몸이 어딘가 아프기 시작하면서부터 운동을 해야 된다는 건 알지만 너무 하기 싫었다. 그래서 당시부터 지금까지 내 카톡 배경은 주우재 님이 읽었던 어떤 글이다.


토끼는 계속 뛰어다니는데 2년을 살고 거북이는 아무런 운동도 하지 않는데 400년을 산다.


운동도 무리해서 하면 몸이 소모된다는 점에서는 저 말이 관통하긴 하지만 그것도 적당히지 결국은 운동하지 않으면 몸이 삐걱거리고 기름칠이 안 된다는 사실은 뭐,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알게 되는 사실 아닐까? 그래서 게으른 나에게 아프지 않기 위해 아주 간편하고 좋은 운동 프로그램에 등록했지만... 


아직은 3천보 정도 걷는 것이 최적이다.


보건소에서 건강상담을 받을 때 생활 걸음만 해도 6천보는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지금은 생활 걸음과 걷기를 합쳐서 6천보가 되기는 하지만 나 같은 게으름뱅이는 특별히 약속을 잡지도 않고 집에만 있으면 생활 걸음은 천보를 찍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진짜 숨만 쉬니까. 참고로 최저는 하루 88걸음이었다. 


이 글을 보면 기함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은근히 공감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집순이를 둘로 나누면 집에서 부지런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데 후자의 사람은 지금 내가 하는 말이 뭔지 알 것이다. 누워만 있고 침대 일체형의 사람이라면 생활 걸음만으로 6천보란 너무 험난한 길이다.


누워만 있거나 앉아만 있으면 확실히 몸과 정신에 좋지 않기는 하다. 하루 이틀 적당히 해야 되는데 그렇게 삼사일이 지나기 시작하면 확실히 몸과 마음이 고장 난다. 사람은 자세를 자꾸 바꿔주지 않으면 안 되는 이상한 생명체이다. 그래서 가만히 있기를 반복하면 무기력함과 신체 통증이 찾아온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는 게 너무 익숙하고 편해서 포기하기 힘들다. 누워서 뭐 하다 보면 시간이 가버리는 걸 어쩌라고. 그래도 아프기는 싫어서 적당히 움직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 일환 중 하나가 걷기이다. 


게으른 내 몸을 움직이는 걷기 법을 설명하자면 일단 나가는 것이다. 언제 나가느냐 하면 밥을 먹기 위해 움직인 후에 다 먹고나서다. 바로 밖을 향하는 것이다. 게으름뱅이는 앉거나 누우면 관성처럼 그 자세를 유지하게 되므로 일어나 옷을 입고 바로 밖으로 나서야 한다. 그럼 식탁 치우기와 설거지는 어떡하냐고? 그 역시 걷고 와서 움직이던 관성으로 해치우면 된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상황을 바꿔도 되겠지만 그 사이에 앉거나 누우면 그걸로 실패가 되기 좋다. 일단 먹고 일어나서 뭐라도 하고 있으면 된다. 


게으름을 예찬하려고 하면서 게으름을 탈피하려는 몸부림으로 보이는 글을 쓰고 있는데 이것은 게으르게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적고 있을 뿐이다. 게으르게 오래 살고 싶으니까. 오래 살려면 최소한의 건강은 챙겨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 좀 걷는 것은 어떠한가?


혹시 나가서 걷는 행위가 너무 힘들다면 누워 있더라도 자세를 살짝 바꾸거나 기지개를 켜는 행위를 자주 시행해주는 것은 어떨까? 그런 작은 행동이 언젠가 밖으로 나가 걸을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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