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back Jan 26. 2022

페라리의 디자인

독보적인 이탈리아 감성


페라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페라리에 대해서 모를 순 있어도 육감적인 바디라인을 갖고 있는 빨간색 스포츠카를 모를 순 없을 것이다. 중학생 시절, 자동차 디자이너의 꿈을 키웠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강남구 신사동 한복판의 서있어도 형형색색의 다양한 종류의 슈퍼카들을 볼 수 있었는데, 나의 어린 시절에는 강남에서도 어쩌다가 한번 볼 수 있었던 희귀한 차량에 속했다. 당시 제일 좋아하던 브랜드가 페라리였고 또 그중에서 F430이라는 모델을 좋아했었던 기억이 난다. 빨간색 바디 색의 흰색 스트라이프 데칼이 그려져 있고, 날렵한 눈매의 빵빵하고 유선형의 라인을 갖고 있어 마치 자동차계의 비너스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라인을 자랑한다.


요즘 자동차계는 어느 누가 더 첨단적인 감성으로 차를 만드는가 대결을 하는 구조인 것만 같다. 경쟁사인 람보르기니는 점점 투박하고 aggressive 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아우디는 점점 우주선을 만드는 것 같다. Mercedes는 본연이 갖고 있는 특유의 고요함을 차체에 녹여내며 튀지도 뒤쳐지지도 않는 중간을 잘 유지하는 것만 같다. 이들이 소지하고 있는 슈퍼카 혹은 스포츠카 모델들을 비교해 봤을 때, 정말 누가누가 더 큰 윙을 달았는지 누가 더 화난 얼굴을 갖고 있는지 얼마나 더 크고 우렁찬 퍼포먼스를 가졌는지 대결을 하듯 점점 나오는 모델마다 더 나은 테크놀로지에 집중되어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런 시장 속에서 페라리는 반대로 들어내기보다 감추는 쪽에 가깝다. 페라리 차량들을 잘 보고 있으면 그 흔한 가변 스포일러를 차량 후미에 달지 않는다 디자인적 요소로도 사용하지 않고 반대로 차량 하부에 에어밴트를 설치하여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동일한 기능을 하도록 디자인을 한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면, 이러한 슈퍼카들의 성능을 보았을 때, 200km/h는 거뜬히 넘나드는 힘과 능력을 갖고 있는 차량이 공력을 받고 뜨지 않도록 윙을 달아줌으로써 비행기 날개와 반대의 형태의 윙을 통해 에어포스를 생성하여 차량을 바닥에 붙이도록 유도한다. 따라서 고성능 차량의 경우 윙을 설치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페라리는 이 모든 기술적 요소를 디자인으로 녹여냈다. 굳이 들어내지 않고 차량의 빈 공간의 공기통로를 이용하여 차량의 Stablity를 바로 잡고, 에어포스를 만들어 스포일러 없이도 높은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따라서 페라리의 경우 다른 브랜드와 동일한 스펙을 갖고 있는 차량이 있지만 내놓은 차량마다 무언가 들어내지 않아도 견고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나는 그것을 페라리만이 갖고 있는 독보적인 디자인이라고 보고 싶다. 


Ferrari 296 GTB

나는 유럽에서 약 5년간 생활을 했었다. 영국 런던에서 유학을 했고 영국인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배우며, 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국 사람들은 전통성을 디자인적 측면에서 잘 녹이고 있다고 본다. 도시에 세워진 건물들만 보더라도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면서 오묘하게 동일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영국의 랜드마크인 블랙캡과 버스 또한 이전에 디자인을 계승받아 현대에 잘 녹여져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전통성을 유지시키는 방향으로 적응을 시켰다. 사실 전통성은 어떤 국가이던 문화이던 갖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을 오랜 기간 유지해오고, 변화를 주면서도 지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면, 정보전달이 느렸던 중세 시대에는 그 당시 정착된 문화가 다음 세대까지 유지되는 것은 쉬웠으나, 하루에도 수십 개의 정보가 쉽게 날아 들어오는 현대사회는 어느 한 가지의 문화를 유지하여 물려주는 일이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유럽 사회에서는 지금껏 유지해온 전통성의 명줄을 늘리는데 더 많은 연구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사실 전체적인 유럽의 분위기에 불과하다. 지역마다 또는 나라마다 다른 주장을 펼칠 수도 있고 새로운 것으로 갈아치우며 모던함과 힙함을 주장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유럽의 분위기가 해리티지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정도로만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경우 또 다른 분위기를 통해 그들만의 정체성을 성립하려고 할 것이다. 이를 테면 이탈리아 장인정신이라고 해두자,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도 깊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정체성 말이다. 나는 이러한 해리티지를 지키는 과정에서 페라리의 독보적인 디자인이 나왔을 것이라는 것이 나의 추측이다. 그렇다면 페라리의 해리티지는 한마디로 어떻게 정의를 할 수 있을까? 

Ferrari Dino

나는 페라리는 '오래된 소공장'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페라리는 알다시피 레이싱카를 제작하는 회사였고, 그렇기 때문에 소규모의 공장에서부터 시작한 브랜드 중 하나이다. 물론 현대에 들어와서는 공장 라인과 로봇들 수많은 인력을 자랑하는 수준이 되었지만, 그 당시는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던 이탈리아 정신을 중요시했던 브랜드였다. 여기서 내가 페라리를 소공장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 당시에 망치로 두들기며 만들었던 그 시절, 그리고 수많은 디자이너와 정비공들의 의해 탄생한 라인들을 계속 아름답게 현대에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현대에는 공장 과정이 더욱더 편리해져서 빠르게 철판을 찍어 제작이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일이 망치로 피고 손으로 사포질을 했을 것 같은 육감적인 아름다움 자태를 만들어내 소비자에게 감동을 선사해 준다는 지점이다. 또한 레이싱 자동차를 만드는 브랜드라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서 옛것의 형태와 라인을 그대로 착용하는 것도 매우 인상적이다. 시대가 변하는 것에 따라 소비자의 니즈는 맞추지만, 너무 따라가지 않고 지켜보면서 자신들의 굳건한 전통성을 유지하려는 고집스러운 부분을 나는 오히려 칭찬한다. 디자인이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것을 새롭게 보이게 하는 부분이 제일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부분들이 과거에도 현대에도 우리가 '페라리'라고 불리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밀고 당기는 본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