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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기진 Jan 24. 2022

의미있는 질문들

 내가 받은 미술교육, 선생으로서 미술을 가르친 경험, 그리고 작가로서의 미술경험이 현재까지의 삶의 많은 부분들을 차지하고 있다. 이 모든 경험들을 돌이켜 보았을 때, 확신없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먹구구 식으로 배우고 가르친 부분들이 상당하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작가로서의 아카데믹한 미술교육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미술창작활동은 스스로도 잘 이끌어 갈 수 있다. 그러나 미술교육의 영역은 여전히 회색지대로 덮여있는 부분들이 많다. 


 최근에 박사학기를 시작하면서, 학업과 강의를 병행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다가 이런 질문을 갖게 됐다.

왜, 특히 미국에서, 대학미술실기교육의 기본조건으로 MFA(Master of Fine Art/미술학 석사)소지를 명시해 놓았을까? 물론 미술을 가르치려면 미술이라는 분아의 Master여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는 작가로서의 미술창작에 집중된 과정이지, 미술교육을 위한 과정이 아니다. 나를 포함한 그 누구로 MFA과정에서 미술을 교육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미술창작과 미술교육은 다른문제인데 과연 미술창작에 초점을 둬서 공부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미술을 교육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볼 수 있는 걸까? 우리나라의 학제도 상당부분 미국의 학제를 본 딴 것을 고려하였을때, 이러한 사회적 제도가 언제 왜 확정되었으며,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것인지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당연시 해온 제도에 모순이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좀 더 나아가서, 미술을 가르칠 자격은 누구한테 있는가? 미술은 가르칠 수 있는건가? 미술이 뭐길래?


위와 같은 조건을 충족한 많은 선생님들로부터 미술교육을 받았다. 물론 개인 성향에 따라 더 잘 맞는, 혹은 잘 맞지 않는 선생님들이 계셨다. 이분들의 가르침은 다 내게 큰 도움이 되었고 많은 깨우침을 주셨지만, 한편으로 아쉬운 부분들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단적으로 중학교 시절 사생대회의 그림들이 생각났다. 수채화로 야외 풍경을 그리는 거였는데, 왜 모든 학생들이 투명기법으로 , 터치를 차곡차곡 쌓아올려서, 공간감을 내고 사실적 표현을 해야만 했을까? 이는 중학교부터 대학교 입시까지 쭉 중요한 실기평가기준으로 설정되어있다. 그리고 대학을 가면 갑자기, 이전에 배웠던 것을 거의 버리다시피하고 새로운 조형방법을 모색하고 시도한다. 


왜 더 일찍 시작하면 안됐을까? 자연의 공간감, 사실감을 수채화기법으로 표현하는 방식도 무궁무진 하지 않았을까? 대부분의 아이들이 암묵적으로 정답에 가까운 수채화 기술에 맞춰 그렸으며, 이는 무엇이 잘 된 그림이고 무엇이 못한 그림인지 단번에 파악 할 수 있게 해줬다. 이러한 문제의식에는 미술은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운 것이며 개인의 관점과 기술이 존중되어야하는 영역이다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리나 그렇다고 해서, 소위 말하는 "아무렇게나, 막" 그려놓고, 내 개성이라고 우기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설득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참 신기하게도, 보인다. 경험을 하면 할 수록, 이 사람이 점 하나를 찍었을 지라도 진심을 다해 수많은 고민 끝에 한 것인지, 만시간을 들여 사진과 같은 사실적 묘사를 했을지라도, 진짜 오롯히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인지 아닌지, 보인다. 


다시금 말 하지만, 참 신기하다. 어떻게 객관적 평가기준을 내세우기가 어려운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서 빠르게 판단이 되는 것일까? 이러한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준 내 경험들, 이 경험들을 잘 전달해야 하는 것이 미술교육의 기본일거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적 경험은 말과 글로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시각언어로 직접 체험하게 해주거나 시연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또한 상황, 목적, 학생의 개인차에 따라 어느 정도 선까지 전달해야 하는 가도 매번 다르다. 


작가로서의 미술경험은 미술교육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프로 작가로서 왕성히 창작활동을 하는 교육자와 그렇지 않은 교육자 중 누구의 수업을 듣고 싶은가라고 묻는 다면 당연히 전자다. 그렇다면, 작가로서하는 미술교육은 어떠해야 할까? 내가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들을 비추어 보면, 내가 받아온 미술교육의 영향이 작가로서의 경험보다 더 큰것 같다. 나의 스승님들이 어떤 교육을 하셨는지가 스스로의 교육지침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또한 막연하게 창작을 하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로 수업내용을 만든 경우도 많다. 이런 수업은 시작은 흥미로우나 수업의 목적과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학생들에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불명확한체로 그냥 실험해봤다 정도로 그치기 쉽다.


또한 스스로의 미술창작경험으로 익힌 그림을 보는 안목과 기법들을 학생들이 알기 쉽게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았다. 미술창작에 비해서 미술교육의 영역은 쉽게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내가 미술을 가르친 경험이 적은 것도 아니지만, 오히려 창작의 영역보다 객관적 판단기준을 세우기 쉬운 분야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 확신없이 미술을 가르쳐온 것 같다. 그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특히 창작활동을 왕성히 하는 작가로서 미대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까? 미술창작은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한 목적이 아닌데, 이를 가르친다는 것에서부터  충돌이 발생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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