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해서일까

Karu's Story #3

by 카루

환영합니다, Rolling Ress의 카루입니다.


사실 걱정이 많이 됩니다. 지난번 글을 보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저번 시험 첫날에 응급실을 가느라 결시를 해 버렸거든요. 이유는 알 수 없어요. 저도 제가 지금 무슨 병인지 모릅니다. 다만 속이 울렁거리고 밥을 먹을 수가 없다는 증상만 알 뿐. 근데 그게 5달째 지속되니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나날을 보내는 중입니다.

- '남을 챙겨주는 것도 좋아요, 그런데 제발 자기부터 챙기세요.' (2020)


코로나가 터진 뒤 등교 수업을 시작한 2020년 6월 3일 이래로, 저의 건강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되었습니다. 특히, 속이 울렁거리는 게 아주 심했습니다. 당시에는 그것 때문에 응급실만 몇 번을 가고 그랬죠. 좀 나아지나 싶더니, 2021년 중순 들어서 다시 증상이 발현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정말 건강상의 이유로 자퇴까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여러분의 스트레스를 여러분이 관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저처럼 스트레스에 지배당해서 살면 안 됩니다. 제가 좀 그런 성향이 강해요. 굳이 안 받아도 될 스트레스를 조각조각 모아서 받는. 선생님들께서 아주 사소한 말씀을 하셔도 그걸 가지고 두고두고 곱씹으면서 계속 스트레스를 받는, 아주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남들을 챙겨주면서 정작 저 자신은 챙겨주지 못했고, 저는 결국 최하점을 깔면서 아무런 대비도 못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원망하는 게 아닙니다. 단지 저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지난날들에 후회를 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저 자신도 챙기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챙기겠습니까. 저에게는 과분한 일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제가 면접 준비 글에서 계속 말씀드렸죠,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라고요. 그런데 그만 제 말에 제가 모순되는 행동을 해 버렸네요. 그래도 1등 하고 싶은 욕구, 남들보다 잘하고 싶은 욕구, 인정받고 싶은 욕구. 누구나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래 왔고, 그렇기도 하고요. 제가 고양국제고에 입학해서 미래를 향해 뽑아 든 칼은 결국 제 자신의 목을 향했습니다. 잘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결국엔 저의 목을 스스로 짓눌렀습니다. 그 결과는 결국 참담했지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그때보다 목표가 더 거창해졌을 수도 있지요. 지난주에, 교실 뒤에서 친구들과 돗자리를 함께 깔고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확실한 건, 적어도 지금 한국 사회의 교육 체계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는 거예요. 사람을 학벌대로 줄 세워놓고 쏙쏙 뽑아가는 제도를 누군들 좋아하겠습니까.


'내가 공부를 왜 하지?', '무슨 목표가 있는 거지?'와 같이 아주 기본적인 궁금증을 가지고 단지 '대입'만 바라보다 보니 불안하게 느껴지는 겁니다. 자신의 확고한 의지 없이 그냥 '대학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대학만 들어가면 괜찮아질 거야'라는 안일한 생각이 우리를 스트레스에 몰아넣고 있는 겁니다.


목표가 없어도 공부만 잘하면 그만 아닌가요?


오산입니다. 그럴 리가요.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래 보일 수도 있겠죠. 본인에게도 반쯤은 맞는 말일 겁니다. 공부를 잘하면, 그만큼 세상에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많아지는 거니까요. 그런데, 저는 질문을 뒤집어서 말하고 싶네요. '공부만 잘하면 목표가 없어도 상관없다는 뜻일까요?' 뚜렷한 목표 없이 단순히 대학만 바라보고 자신의 모든 것을 망쳐가는 친구들에게 진지하게 던져보고 싶은 질문입니다.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너무 막연한 목표만 세우거나 당장의 급급한 것들만 처리하는 것. 진짜 말리고 싶습니다. 특히 고양국제고처럼 학생부 종합 전형이 강한 학교에서는 비교과 활동이 매우 중요한데, 목표에 대한 제대로 된 지도도 없는 채로, 그저 흐르는 물에 떠다니는 뗏목처럼 자신을 맡겨 아무렇게나 지내왔다면 어느 순간 크게 후회하는 순간이 존재합니다. 바로, 그 목표가 바뀌었을 때입니다.


이것이 나타나는 곳 중 하나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선택과목 시스템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과목을 골랐다가, 진로가 바뀌어버리면 상당히 난감하죠. 특히, '상경계열인데 국제경제를 수강하지 않았다', 혹은 '국제경제를 수강하는데 경제를 배우지 않았다', '현대'정치'철학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현대정치'철학'을 공부하고 있다' 등등. 이러한 선택과목의 오류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아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중요성을 강조하긴 합니다. 그러나 모든 학생들이 완벽히 숙지할 수 있도록 공지했느냐가 문제겠죠. 적어도 저는 중학교 때 세운 제 진로와 목표에 맞게 차근차근 탑을 쌓아갔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분명히 존재할 거란 말입니다.


왜 불안한 걸까요? 사실 이쯤 되면 모두가 강조하는 게 생깁니다. 바로, "상승곡선"입니다. 그래서인지 낮은 등급에서 '시작'하는 건 별 개의치 않지만 잘하다가 중간에 '추락'하는 경우에는 질타가 쏟아지게 됩니다. 주변 시선은 개의치 않아요.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심술을 부리는 거죠.

대학 입시가 왜 이렇게까지 서로를 치고받게 하고 싸우게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훌륭한 인재로 거듭날 수 있는 학생들이 좋은 곳에 가서 질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지금은 뭔가 이상합니다. 레드오션 같다고 할까요. 학생들이 모두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건 알고 계신가요.


작년에도 상승곡선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가혹합니다. 이건 자기 계발이 아니라 그냥 경쟁 아닌가요? 옆 친구를 동료가 아닌 경쟁자로 만들어버립니다. 남을 밟고 내가 올라가지 않으면 내가 남에게 밟히는, 상대평가의 불합리하고 역겨운 면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선택과목을 선택할 때도 교육부의 취지와는 다르게 진로와 무관한, 그저 '내신 잘 나오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겁니다.


선택과목의 다양화는 분명 좋은 제도입니다. 제 진로와 맞는 다양한 과목들을 수강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나 단점도 분명 존재합니다. 교육부의 취지와는 다르게 단순히 수강자 수가 많은, 내신 잘 나오는 과목들로 학생들이 쏠리기 일쑤죠. 또한 선택과목의 증가는 선생님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내용을 얼핏 살펴보았는데, 지금보다도 더한 혼란이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안 그래도 하나였던 과목을 더 쪼개어놓았더군요. 지금도 선택과목으로 인한 혼란이 상당히 자주 보이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 보듯 뻔하다고 할까요. 학생에게 적용되는 제도가, 과연 학생들을 위한 제도인지 의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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