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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with Fugue Jul 02. 2024

평범한 사람들의 의지와 용기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대단히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고, 적당히 나쁘고 때때로 착하다. 악만큼 선도 평범하며, 단지 사람마다 저울의 눈금이 다를 따름이다. 개인 내면의 저울눈금을 좌우하는 건 대부분의 경우엔 환경과 구조, 다른 철학자들의 표현으로는 이데올로기, 호명, 예속화, 배치, 감성의 분할, 일루지오 따위의 힘들인데, 인간 최고의 아름다움이라면 역시 그 힘을 거슬러 저울추를 밟아누르는 의지 혹은 용기 같은 것들이다. 철학, 예술, 종교는 그 의지와 용기의 발아, 발현, 실행에 도움을 주고, 사람의 인식과 입장과 관점을 개선한다. 충분히 개선된 사람은 비로소 평범 바깥의 고유한 존재가 되며, 자신의 미학에서 비롯된 윤리와 정치를 말하고 실현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이 세상을 좀처럼 좋아할 수 없는 이유는 선량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거나 망하고, 악독하고 비열한 사람들이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사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사람은 결여된 것을 갈구하는데, 그 중 쉽사리 실현가능하지 않은 것들은 환상의 형태로 정립된다. 공평, 공정, 평등, 정의, 조화, 공동체, 천국과 지옥, 사필귀정, 권선징악, 고진감래 같은 것들은 사람의 절실하고 애끓는 환상이 반영된 개념과 단어들이라 할 수 있다.

소위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비극이라 함은,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일확천금, 무전유죄 유전무죄, 반지성주의, 쾌락주의, 배금주의, 물질만능주의, 외모지상주의 따위의 천박하고 속물적인 환상을 염원하게 되는 일종의 집단적 타락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나쁜 쪽으로의 의지와 용기를 북돋아 다함께 하루하루 나빠지게 만드는 힘에 순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상 자산과 부동산 투기, 저질 유튜브, 로버트 기요사키의 책들, 투자 대상으로써만 존재하는 미술 작품,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명품 입히고 밥 굶겨 야한 춤을 추게 만드는 아이돌 산업 등은 그 의지와 용기의 발아, 발현, 실행에 크게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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