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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자하는 연대리 Nov 25. 2020

[부동산 투자기] 1.베트남은 우리나라 90년대라구요

"연대리 이번에 연봉협상했어?" 

"아니요 아직요."

"음...회사 실적이 좋지 않아서 이번에 연봉 인상률 얼마 안될 것 같아."     


나는 인사팀이다. 6년째 인사업무를 맡아서 하고 있다. 채용과 평가를 담당하다보면 내 의사가 아니더라도 접하게 되는 정보들이 있다. 전직원의 급여, 내년 연봉인상률, 회사 실적. 좋은 점이라고 하면 좋을 수도 있겠지만, 회사 내부의 일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것은 실망스러울 때가 더 많았다.

     

"차장님, 저희회사 과장급 연봉 평균이 이정도에요?"
"올해 연봉인상률은 3%도 안될 수 있어요?"  

   

어느 회사건 실적에 기복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4년째 회사의 실적은 좋지 않았다. 올해도 그랬다. 어김없이 3%다.

      

"이번에 이사를 갔는데, 대출을 풀로 받은거 있지... 이자내고 뭐하고 하면 남는게 없더라구."     


심먹고 티타임을 갖는데, 부장님이 말씀하셨다. 올해나이 50세. 부장님은 언제 퇴직을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20살이 훌쩍넘은 아들 둘이 있어서 방은 4개는 있어야 하는데, 지금 집은 너무 작다고. 그래서 큰 맘먹고 이사를 갔다고 하셨다, 그 말을 하면서 부장님은 한숨을 푹푹 쉬셨다. 이사를 가서 이제 조금 살만하니 이게 웬걸. 원금에 이자에 몇백만원씩 매월 어떻게 갚아나가야 할지 까마득하단다.

     

'차장님이나 부장님은 연봉도 높으신데... 저정도 일해도 생활이 편해지진 않는구나. 그럼 5년 후, 10년 후의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싶었다. 각종 재테크 사이트에 가입해서 가계부 쓰는법, 고정비 줄이는 법, 미니멀라이프로 사는 법을 배웠다. 통장을 스쳐가는 비용은 줄었지만 남은 돈을 전부 모아도 앞이 캄캄한 건 마찬가지였다. 

     

2년 동안 재테크 서적을 독파하고, 가계부를 쓰고, 주식 공부도 조금씩 해나갈 때 즈음, 베트남 부동산 투자 강의를 듣게 됐다. 지사장님이라고 불리는 담당자가 회색 수트를 위아래로 빼입고 강단으로 올라왔다. 강단에는 100명이 앉아있었고, 대형 스크린에는 베트남 지도 펼쳐저 있었다. "베트남은 아직 우리나라 90년대와 같은 모습입니다. 지금 투자하셔야 해요." 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강의장을 울렸다. 이번에 분양하는 아파트는 총 3개인데 그중에 하나가 아주 낮은 가격으로 분양한다며 향후 잠실이 될 위치에 지어진다고 했다. 주변은 이미 정부에서 계획적으로 아파트를 짓고 있으니 얼른 투자하라는 내용이었다.      



호치민시 전경 (출처: https://talk.heykorean.asia/web/vn/discussion/11120?cat=312&page=5&iframe=1)




홀린 듯이 3시간짜리 강의를 듣고 명함을 받았다. 다음날 인터넷에서 베트남 부동산에 대해 몇 번 검색해 본 후,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분양권을 신청했다. 총 투자금액은 1억 3천만원(22평), 선금으로 10%를 내고 나머지 금액은 공사가 시작한 후 분할해서 2년 동안 납부하는 구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2년 동안 분할해서 납부한다하더라도 처음과 중간, 마지막엔 몇 천만원씩 내야 하는 프로세스였다. '회사를 다니면서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돈 아닐까?' 마음은 갈팡질팡 했지만, 결국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도 이미 많이 들어갔어요. 우리나라의 잠실이 될 위치입니다.'라는 말에,겁도 없이 계약금부터 보냈던 것 같다. 


입사 6년차, 가진돈 3천 만 원. 투자처가 필요했고, 돈을 불리는 법을 알지 못했다. 후에 알았다. 김승호 회장의 '돈의 속성'에서 말하는 ‘돈을 모으는 기술, 불리는 기술, 지키는 기술’이 각각 따로 있다는 것을. 투자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담당자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다. 제대로된 사무실이 있는 회사인지도 모른채 익명의 누군가에게 돈을 보내라면 보내라는 대로, 서류를 보내달라면 보내달라는 대로 모두 했다. 점심시간에 회사 1층에 있는 우리은행에서 천만 원을 베트남 동으로 환전한 뒤, 해외로 송금하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중개해주신 현지 중개업 담당자분도 가족이름으로 두 채나 분양받다는 말에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알지도 못하는 계좌에 홀딱 돈을 넣었다.


     

그리고 그 돈은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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