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투자하는 연대리 Nov 27. 2020

[부동산 투자기] 2. 스테이터스네트워크토큰


친구들 2명과 함께 카페를 차렸다. 친구 한 명이 먼저 카페를 오픈했고, 장사가 잘 됐다. 친구 말로는 이 거리가 활성화가 될 거라고 한 개 더 내면 좋을 타이밍이라고 했다. '한번 해볼까?' 직장인의 꿈이 나만의 카페를 차리고 회사를 때려치는 거라는데 못할게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마음에 드는게 있으면 물불 가리지 않고 투자하는 성격인가보다.) 경험이 있는 사람과 함께하는 거라 걱정도 크게 되지 않았다. 투자금은 인당 4천만 원. 우리 셋은 1억 2천만원으로 카페를 차렸다.     


“안녕하세요~”

“아, 오셨어요? 따뜻한 라떼 B타입으로 맞으시죠?”

“네, 기억하시네요.”     


몇 주째 같은 손님이 밤마다 찾아왔다. 나이는 나보다 어려보였고, 남동생같은 느낌이었다. 얼굴이 낯이 익어 몇 번 인사를 나눴다. 이름은 이현진, 20대 중반, 게임회사의 그래픽디자이너였다. 단골손님이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누나, 동생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가끔 밥도 같이먹는 사이가 됐다.    

   

손님도 없던 일요일 오전, 창밖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라인더에서 원두를 가는 소리와 방금 구운 크루아상 냄새가 가게 안을 가득 채웠다. 오븐에서 갓 구운빵을 식히려고 꺼내는데, 늘 저녁에만 오던 현진이가 나타났다. 그리고 어김없이 따뜻한 라떼를 주문했다.


“누나 비트코인 알아요?”

“응, 들어는 봤지.”

“요즘 회사 사람들이 모이면 비트코인 얘기만 해요.”

“돈 많이 벌었대?”

“그럼요, 많이 번 사람은 벌써 몇 천만원 벌었대요.”     


생각해보니 그때가 2018년 1월이었다. 전국이 코인 열풍으로 들썩였고 비트코인은 개당 2000만 원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온라인에서는 우리회사 직원이 사직서를 냈는데, 알고보니 비트코인으로 돈을 엄청 벌었다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이 유행하고 있었다. ‘한번 해볼까? 아냐, 이건 아니지. 나는 코인에 대해 아는게 없는 걸. 괜히 이런데 돈 쓰지 말자.’ 마음속으로 코인에 대한 호기심을 누르는 중이었다.      


“제가 봐둔 코인이 있는데, 요즘 이게 잘 올라요.”

“뭔데? 코인도 종류가 있어?”

“엄청 많아요 누나, 수천개도 넘을걸요?”

“그래? 그건 무슨 코인인데?”

“스테이터스네트워크코인이라고, 엄청 유망한 코인이에요. 이게 뭐냐면~ 블라블라.”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몰랐다.)

“와, 나도 사고싶어!”

“지금은 사고 싶어도 못사요. 신규계좌 개설이 완전 막혔어요. 지난주부터.”

“뭐야...정말??”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코인에는 돈을 쓰지 말자고 결심했는데, 마음이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유망한 코인이라니, 게다가 개당 760원이라니. 이게 1000원만 넘어가도 몇프로 상승이지? 현진이는 여태까지의 상승률을 보여주며 본인은 600원에 매수했다고 했다. 하룻밤에도 몇프로씩 돈이 불어날 수 있다고 했다. 너무 갖고 싶었다. 그 날 나는 30만 원어치의 코인을 매수했다. 계좌도 없는데 어떻게 매수했냐고? 그야...방법은 다 있기마련이다.

      

“누나 정말 괜찮겠어요?”

“그럼, 일단 네 계좌로 돈을 입금할게. 네가 사줘.”

“이렇게 해본 적은 처음인데... 알았어요.”     


30만원을 입금한 날, 코인의 가격은 800원까지 오르다가 다시 조금씩 떨어졌다. 730원이 되자 마음이 조급했다. '안그래도 하루만에 10%가 올라서 아쉬웠는데, 이참에 더 사자.' 주식은 금액이 빠질 때 추가매수를 한다는데, 이럴 때 해야하는거겠지? 30만원을 더 송금했다. 650원일 때 30만원 더, 600원일 때 30만 원을 더 넣었다.     


“누나 이제 그만 사요. 조금 더 추이를 봐야할 것 같아요.”

“왜? 추격매수해서 단가를 낮춰야지.”

“아니에요. 요즘 장 분위기가 이상해요. 조금 두고 봐요 우리.”

“음... 그래, 알았어.”     


그땐 몰랐다. 이미 계좌개설을 막을 때부터 정부는 전력으로 코인 거래를 막을 생각을 하고있던 것이다. 투기로 본 것일까,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코인에 대해서 부정적인 기사가 쏟아졌다. 미국에서도, 유럽에서도, 여기저기서 코인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 영향은 코인시장에 즉각적으로 작용했고 이미 눈치를 챈 사람들은 수익을 실현 후 손절하고 빠져나가기에 급급했다. 기사를 보고 팔고 싶어도 사고 파는 결정권은 내 손에 있는게 아니었다. 현진이의 계좌였기 때문에 어떻게 해보지도 못했다, 코인시장은 활활 타오르던 불이꺼지듯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누나 잘 지내요?”

“응 난, 잘지내 넌 요즘 카페에 안오더라. 별일 없지?”

“미안해요 누나, 저 때문에...”

“아니야, 억지로라도 투자하겠다던 내 잘못이지... 근데...지금 코인 얼마니?”

“모르는게 나을 거에요 누나... 찾을 돈도 없어요.”     


600원이었던 코인가격은. 300원, 100원을 떠나... 십원단위까지 내려갔다. 120만원이 거의 100분의 1가격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 후로 현진이와의 연락은 뜸해졌다. 1년 후, 휴대폰이 고장나면서 그의 전화번호도 날아갔다. 내돈은 어떻게 됐냐고?... 연락처가 사라지며 단 돈 만원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설사 코인값이 다시 오르더라도 받지도 못할 계좌에 돈을 넣은 것이다.


     

먹고 싶은 거 안먹고, 옷사입는거 줄이고, 소비를 줄여서 만든 돈이 한순간에 증발했다.


2018년 말, 849원까지 올랐던 스테이터스네트워크코인... 2020년 11월 27일 현재가 42원 (출처:업비트)


작가의 이전글 [부동산 투자기] 1.베트남은 우리나라 90년대라구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